저는 인우둥입니다.
가끔 올려주시는 좋은 음악은 잘 듣고 있어요.
저는 젊은 사람인데도 컴퓨터와 친하질 않아서 아직 음악 올리는 것도 한 번 안 해보았어요.
창피하네요.
오늘 님께서 올려주신 '강아지똥'과 '도레미송'을 잘 들었습니다.
특히 '도레미송'은 지난 추억이 필름처럼 떠올라 댓글만 달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띄워요.
감사한 마음으로요...
동생들하고 여름마다 여행을 다닌 지가 벌써 4년이 되었어요.
작년까지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며 다녔어요.
1. 숙박업소를 이용하지 않는다.
2.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
3년 동안 숙박업소는 한 번 이용했고 대중교통수단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걷기,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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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신문지 펼쳐놓고 밥해먹기
여행 얘기는 조금 부풀려 백일 동안 쏟아놓아도 부족하지만
좋은 음악 올려주신 peacemaker님 덕분에 히치하이킹 하던 생각이 나서 그 얘기를 잠깐 해보려구요.
처음 여행을 시작하던 해,
밑에 남동생 둘은 초등학생이었어요. 4학년, 6학년.
그 아이들에게 무거운 배낭을 지우고 걷도록 하는데
아무리 고생시키자고 떠난 여행이지만 걱정이 많았었어요.
저를 제외한 녀석들 모두 어찌나 다리가 가는지... 한 두 시간이나 제대로 걷나 싶었죠.
그렇지만 처음 여행을 떠올리던 순간부터
아이들은 약하지 않다!는 마음 속의 믿음이 있었어요.
또 약하게 만드는 건 어른이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부모님도 그런 믿음으로 당신들은 가슴 졸이시면서도 여행을 보내주셨던 거겠지요.
처음 욕심은 무조건 도보여행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에 가까운 동네 산도 안 올라갔던 남매들이라 무리였어요.
온갖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을 싸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짐이 엄청 무거워서
남해 금산, 그 높지 않은 산을 배낭 메고 올라가다가
결국 날이 어두워져 도중에 거의 울면서 내려왔으니까요.
![](http://www.op.co.kr/ii/t4/imgi/th200412/08/17/70938303041b6e2d377a2a.jpg)
------------------시골 모기는 무서워
그래서 히치하이킹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지요.
마음을 먹기까지는 두려웠어요.
아이들을 태우는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혹시... 새우잡이배? 마늘까는 노예?
지금은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오남매를 책임(?)지고 있는 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남자라고는 초등학생들이고
세 누나들은 모두 다 큰(고등학생, 대학생들) 처녀들...
그런데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해보자! 하는 마음의 소리가 났어요.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정신으로.
국도를 걷다보면 이 길이라는 게 처음부터 걷는 사람은 전혀 염두해두고 있지 않았다는
괘씸하고 또 괘씸한 사실을 깨닫게 돼요.
한 줄로 서서 움직여도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참 위험하죠.
제 나름대로 순서를 짰는데 둘째-다섯째-셋째-넷째-첫째(인우둥) 순이었죠.
우선 체력이 약한 막내와 셋째를 앞쪽에 두고 둘째는 맨 앞 인솔을 시켰죠.
저는 맨 뒤에 서서 걸으면 아이들 상태도 다 보이니까
사진 찍기도 좋고 뭐라고 잔소리 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맨 뒤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걷다가
애들이 너무 지친다 싶으면 말합니다.
"야, 히치하자!"
흘끔 흘끔 뒤를 돌아보며 차를 물색(?)합니다.
계속 걸으면서 뒤에 오고 있는 차를 보면 손수건을 막 휘둘렀어요.
사실 처음엔 물색없이 아무 차한테나 흔들다가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답니다.
우선 뒷좌석에 사람이 있는 차는 태워주고 싶어도 탈 수가 없으니까 패스!
화물차는 뒤에 사람을 태우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하니 또 패스!
썬팅이 진하게 되어 있거나 운전자가 선글래스를 쓴 차는... 왠지 꺼림직해 패스!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모두 남자일 때는 만약을 대비해 패스!
그런데 차를 많이 얻어타다보면 어떤 유형이 발견되지요.
우선 서울,경기 넘버를 이름표를 단 차는... 일반적으로 잘 안 태워줘요.
저희가 분석한 요인은...같은 여행자 입장이라는 것.
그래서 흥분하고 들뜬 마음에 다른 사람을 둘러볼 마음이 없다는 것.
그래서인지 경북지역을 여행할 때는 경북 넘버를 단 차가 잘 태워줬고
전남을 여행할 때는 전남 차가 잘 태워줬어요.
진한 사투리로 "어데 가는교?" "느그 어디까지 가냐이~" 하시면서요.
이런 분들은 일부러 가시는 길을 돌아 저희가 가려는 곳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해요.
물론 저희 원칙은 한사코 그렇게 못하시도록 막는 것이지만
3년 동안 두어번 정도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셔서 편히 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역분들은 대강 어디까지 가는지,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 정도만 물으시고
자세한 것은 더 묻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조용히 운전을 하시죠.
그러나 고장에 대한 자긍심, 또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정보들...이런 것들을 알려주셨어요.
그 반대 경우가 어쩌다가 타게되는 서울, 경기 차들이에요.
서울 차를 타게 되면(대부분 4,50대의 중년 부부 차)
저희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물으셔요.
부모님은 무얼 하시는지, 집이 어디인지, 각자 나이도 물어보시고, 학교도 물어보시고,
심지어는 아버지가 어느 회사에서 무슨 직급으로 일하시는지,
저랑 둘째가 어느 대학 무슨 전공인지도 물어보세요.
대답을 하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물로 물어보시죠.
물론 결론적으로 장하다, 대단하다, 부럽다, 우리 애들도 이렇게 키워야한다..등으로 말씀하시지만
지역분들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요.
지역분들은 걷는 아이들, 가는 길에 태워주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분위기고
수도권분들은 저희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탐색하는 분위기였어요.
태워주신 모든 분들이...하나같이 고맙고 대단하신 분들이었는데.. 그런 차이가 좀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것은
선물.
무전여행이니 돈 들어가는 선물은 할 수가 없고
(선물로 쓰려고 서울서 준비해온 사탕은 잠 재워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목적이었거든요)
노래를 준비했어요.
그때 제일 많이 부른 노래가 바로 '도레미송'이었어요.
길가에서 어설프게 파트를 나누고 몇 번 연습한 게 전부였는데
차를 탈 때마다 노래를 불러드리니 나중에는 저희가 생각해도 꽤 잘 부르더라구요. 히히
아직 남자애들이 변성기 전이어서 음색이 나름대로(?) 잘 맞았어요.
아카펠라를 흉내내려다 만, 누가 들으면 웃긴 노래 선물이었지요.
그래도 다들 잘 한다고, 놀랍다고, 한 곡 더 하라고, 추켜주시고 박수쳐주셨어요.
심지어는 고맙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
당신들 먹으려고 샀던 옥수수, 빵, 음료수.. 등등을 억지로 떠넘겨주시며 용기를 북돋아주셨죠.
영화 'Sounds Of Music'은 우리 가족에게 한동안
교과서 같은 영화였답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그 영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뭐해보자, 사운드오브뮤직처럼...이런 말들을 많이 했었죠.
이 다음에 사운드오브뮤직 만들 사람~! 이런 장난도 했어요. 서로 많이 낳으라고..철도 없이ㅋㅋ
peacemaker님께서 올려주신 도레미송에
밀짚모자 다섯 개가 조로록 아스팔트 옆을 걷던,
고맙게도 가던 속도 줄이고 어디가냐고 물어봐주시고 태워주셨던,
서로 설겆이 미루고 게임해서 당번 정하던,
재워달라는 말이 안 나와 서로 눈치보며 덜덜 떨던,
지리산에서 아픈 애들 데리고 남원의료원 응급실을 달리던,
비맞으며 걷다가 발이 시려도 서로 힘들까봐 말도 못했던,
김치가 먹고 싶어 식당에서 김치를 얻던,
.
.
.
.
많고 많았던 일들이 영화 장면처럼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차를 가지고 여행을 해서 히치하이킹의 추억은 없었네요.
더불어 노래선물을 위해 걸으면서 노래연습을 했던 추억도 없고요. ^^
이젠 남동생들 목소리가 걸걸해져서 노래해도 이상할 거에요. ㅠ.ㅠ
![](http://www.op.co.kr/ii/t4/imgi/th200412/08/17/20645131741b6e2da900c7.jpg)
![](http://www.op.co.kr/ii/t4/imgi/th200412/08/17/100329297341b6e2d82982e.jpg)
-------------올여름엔 공부 욕심으로 차를 가지고 갔어요. 시간절약!
하여간 님 덕분에 빙그레 웃음 떠올리며 옛 사진들을 들춰봅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면서요.
♪Doe a deer, a female deer.
Ray, a drop of golden sun.
Me, a name I call myself.
Far, a long long way to run~♬.......
ps. 제가 히치하이킹 하는 팁을 알려드릴까요? ㅋㅋ
1. 경차는 안됩니다.(우리 태우면 차가 꺼져요. 실제 경험했음. 배낭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2. 뒷자리에 다섯 명 앉는 법- 엉덩이를 앞 뒤로 지그재그로 앉고 배낭은 트렁크에...
3. 인상이 험악하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언제나 긴장을...)
4. 진짜 차가 안 잡힐 때는 미친척하고 차를 쫓아 죽도록 뛰면...(안 태워줘도 일단 차 세워줍니다.)
5. 일단 차가 서면 큰 소리로 인사부터 꾸벅 (인사하는 데 돈 안 든다)
6. 먼저 어디까지 가시냐고 묻고 우리는 어디까지인데 가시는 길에 내려달라고 공손히 얘기하기
(일부러 가던 길 돌아 태워달라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알려드리기)
7. 잠든 아기 있는 차를 타면 조용히...
8. 밝은 색의 커다란 손수건을 흔들면 운전자 눈에 잘 띄어요.
9. 세워주셨지만 행선지가 달라 못 타게 되도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 꾸벅!
(차 세우는 것도 마음 없으면 못 하는 일)
10. 얻어타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얘기하기, 그 고장 칭찬은 필수!
여행 중 재미있었던 일 얘기해드리기는 눈치봐서 선택!ㅋㅋ
11. 너무 피곤할 때는 태워주시는 분과 얘기나누는 당번 정하고 나머지는 토막잠 자기! (눈치 채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