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세계사 수업과 스페인어 수업에서 함께 공부하는 윤교와 달래, 한 명은 6학년 다른 한 명은 5학년이지요.
윤교는 어려서부터 첼로를 배웠다고 하는데요, 유치원 친구가 연습하던 커다란 악기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고요.
뉴질랜드에 가 있던 시절에는 제대로 된 레슨을 받기 어려웠어도 기회를 잡아서 연습을 계속 했다는 윤교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계속 첼로를 하고 있습니다 .
저는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해서 윤교와 더불어 여러 차례 연습을 하기도 하고, 제게 주는 바이올린 연습시의 충고도 마음에 새겨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 아이와 연습하면서 느낀 것은 기본기가 잘 닦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윤교 어머니 arhet님의 주선으로 윤교 첼로선생님과 더불어 곡을 맞추어 볼 기회도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제가 첼로에 대해서 품고 있던 로망이 날아가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너무 짧은 약지 손가락으로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첼로를 하기 어렵다고 지금 하고 있는 악기에 더 매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받았거든요 ) 윤교가 첼로를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첼로를 배우고 싶어하는 달래가 첼로 선생님이 갖고 있던 악기를 일단 빌려주시는 호의를 베풀어준 덕분에
두 초등학생 사이의 레슨이 시작되었는데요, 레슨을 시작하기 전의 윤교의 설레임, 준비, 그리고 실제 수업에 들어간 첫 날의 분위기에서
전공한 사람들만이 레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연세 대학교 내의 유치원에 다녔던 윤교는 그 곳에서 만난 선생님들에게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커서 자신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늘 말하는 아이, 그것이 빈 말이 아니란 것은 달래를 위해서 준비한 노트에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주변 사람들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노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사실 생각해보면 저도 대학생이 되기 바로 전 겨울 방학에 선생님에게서 소개받은 고등학생들에게 성문 종합영어를 가르치는
어려운 일로 과외수업을 하게 되었지요. 물론 진학한 것이 영문과라고 해도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이고, 사실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문학을 하는 것이니 영문과에 다니는 사람들이 영어과외를 더 잘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영문과, 수학과, 그리고 미대나 음대에 다니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 대해서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은 대학에서 그 전공을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 상관이 없고 다만 그 사람이 그 곳에 갈 정도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가르치는 일에 조금 더 적합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토요일 스페언어 수업이 끝나고 거의 한 시간에 걸친 윤교와 달래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아니 이게 처음 켜는 아이의 첼로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깨끗한 소리를 내는 달래, 밖에서 기다리던 윤교어머니, 달래 어머니,그리고 일요일 수업이 있어서 교실에서 준비하던 저
세 명이 놀래서 레슨하는 교실에 들어가 볼 정도였습니다.
이런 시작이 어디로 가게 될지,두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런 아름다운 레슨이 두 사람에게
그리고 두 아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도 마음에 어떤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작지만 보물같은 시도가 두 아이의 인생에
새로운 문을 열어주게 되었다는 것, 두 아이를 아는 아이들에게도 화제가 되어서 무엇인가 새롭게 움직임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일상에서의 아름다운 문화적인 풍성함을 낳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두 아이가 벌써부터 12월 17일 스페인어 반 송년회에서 함께 연주할 첼로 곡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절로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