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이왕이면 대화도서관쪽으로 가자고 주장을 했지요.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려야 하는 날이라서 동선을 줄이려는 의도였는데, 역시 도서관에 간 날은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 대출할 수 있는 5권보다 여러 권을 고르게 되어서 그 안에서 빼고 더하고 하는 과정을 즐기는 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책을 고르던 중 만난 한 권의 예상치 못한 책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라는 제목의 이 책입니다.
책을 고르고 나서 집으로 들어오면 운동하러 갈 마음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바로 체력단련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빌린 책이 가방 가득한데 바로 운동하러 들어가기는 어렵겠더라고요.
벤치에 앉아서 다섯 권을 조금씩 맛 보았습니다. 각자 주제도 다르고, 글을 쓴 사람의 필력도 다르지만 그래도 어느 것이
나를 먼저 읽으라고 더 강력하게 권하는 지 그 맛을 보는 시간이란!!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안에 대한 것입니다.
정신분석이론과 명상법을 결합한 싸이코씬세시스 (psychosynthesis)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하네요. 그런 분야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들었지만 그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역시 아하 소리가 나올 만한 이야기가
사례로 여럿 인용되고 있더라고요.
어제 밤 고민하다가 30분 일찍 잠을 잤습니다. 새벽 2시반과 3시사이, 늘 갈등하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요즘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면
그 다음 아침에 몸이 훨씬 개운하면서 아침시간을 깨어있는 상태로 시작하게 된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지요. 질이 달라진 아침시간
그 시간에 소파에 누워서 듣는 한 장의 음반, 몽롱한 상태에서 듣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 울림을 선사하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골라서 들은 것이 바로 songs and danxes from spain 바로 미샤 마이스키와 릴리 마이스키, 아버지와 딸의 연주곡입니다.
상당히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 묘한 음반이네요.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자신의 기준을 하나에 고정시키고 다른 것을 배제해버리면 그만큼 자신을 바깥에 열기가 어렵게 되는 것, 그러니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선
자신을 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말은 쉬운데 그것이 실천이 어렵다는 의미에서 이것도 역시 노력이 필요한 경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못 배달된 소포로 어린 나이에 모짜르트의 혼 연주를 듣게 된 한 소년이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뜨고 모짜르트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고, 바이올린을 배워서 전문연주가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지금 40인
그는 저자와의 면담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에 대해서 경외감을 담아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이외에도 찌그러진 캔에서 인생에 대한 명상을 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 흙피리를 모으는 여인의 이야기등, 우리가 일상에서도 충분히 놀라움을 경험하고, 그것에서 죽어 있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묘약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죽어있는 일상이라고? 나의 일상은 늘 생기에 가득하고 신선해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이미 있겠지만, 내겐 일상에
향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필요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이 책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요 ) 깊어가는 가을에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