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의 일입니다 .
오전에 혼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오후에 영미씨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어서 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새로 알게 된 , 번역을 업으로 하는 여성인데요, 독일어 번역에 베토벤을 레퍼토리를 늘려 가면서 혼자서 연습한다는 말에
앗 그렇다면 한꺼번에 두 가지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이네, 문제는 그녀도 저도 시간을 맞추어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마침 그 날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해서요 ) 그녀가 오기 전까지 물어보고 싶은 피아노 악보를 새롭게 꺼내서 연습하고
어린왕자 독일어판에서 머리를 맞대고 쫑마마랑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을 일부러 색깔있는 펜으로 표시해놓고 기다렸습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무례한 부탁일 수도 있으나 그녀를 알게 되면서 느낀 감으로 이 정도는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선뜻 부탁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녀가 와서 순식간에 어린 왕자 텍스트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자 약간 허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이 실력차이이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고민하던 문제가 상대방에겐 바로 눈에 보인다는 것, 언제 그 경지까지 갈 수 있는가 , 이런 고민은 사치에 불과하니
그저 느리지만 꾸준히 공부하면서 정 어려우면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요!!
첼로 배울 기회가 생기면 그 악기를 이렇게 마음먹고 있다보니 피아노에 자꾸 소홀하게 되고, 그러자 어느새 피아노 뚜껑에 먼지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정음악회, 그리고 우연히 빌리게 되어서 보게 된 다큐멘터리로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랫동안 제대로 악보를 보지 않았더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전에 치던 곡들도
가물가물하고 자신이 없더라고요. 이렇게 되면 다시 시작하는 일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그녀와 약속을 잡고 나서는 집중적으로
다시 치고 싶은 곡을 연습했습니다.
그녀, 그리고 그녀를 소개해준 arhet님, 이렇게 셋이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한 상태라서 하염없이 여러 곡을 다 보기는 어려워서
가장 급한 곡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여러 곡을 치면서 이상한 부분, 모르는 부분에 대한 레슨을 받았는데요, 그러고 나니
일요일인 오늘 낮에도 혼자서 연습이 가능하더라고요. 레슨이란 얼마나 힘이 센가 혼자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녁을 먹으면서 나온 이야기중에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피곤하기도 한 일인데
선생님은 그 점에서 예외인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요? 정말 그런 셈이로군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음의 벽을 만들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고요, 수업을 함께 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어른들, 아이들을 계속 만나다보니 인간관계를 내가 원하는
대로 맺을 수는 없는 법이어서 상대방을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대하기 보다 내가 그냥 나 자신을 가능하면 열어두자는 마음으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내 자신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기 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사람에게서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서 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런 기대가 만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할까요?
자주는 어려워도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녀에게
독일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든든하네요. 오늘 아침 쫑마마와의 수업에서 금요일 배운 내용을 전수하고
이제까지 모르던 것을 정리했지만 다시 보니 역시 모르는 부분이 생깁니다. 선생님, 그 부분 체크했다가 물어봐주세요 그런 말을
듣고는 역시 하고 웃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전염성이란 역시 긍정적으로 쓰일 때의 에너지가 신선한 법이니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