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의 일입니다.
일본어 수업에 온 정재희씨가 제게 내민 한 권의 책과 두 장의 음반, 그리고 한 장의 디브이디
그 중 책은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자서전 빅맨 빅보이스였고요, 음반 한 장은 그의 노래를 담은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아간 아가씨
다른 한 장은 기타와 바이올린이 어울린 schubert for two,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오늘 아침 눈물을 흘리면서 본 다큐멘터리
a surprise in texas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9년 텍사스의 FORT WORTH에서 열린 13번째 VAN CLIBURN 국제 피아노 경연대회의 과정을 녹화한
것인데요, 한국의 손 열음, 그리고 일본의 노부유키, 중국의 하오우첸, 세 사람이 최종 화이널에서 표기한 순서대로 손 열음이 은상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이 금상을 받는 과정까지를 보여줍니다.
연습과정, 호스트들의 집에서 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개별연습에 이어 쿼텟과 맞추기, 마지막으로는 오케스트라와 연습하는
과정, 본 경연에서의 공연, 그리고 심사위원단의 고심, 일반 청중의 반응, 각 연주자들의 긴장한 표정등도 잘 잡았더라고요.
태어날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는 노부유키, 그를 동반하고 온 그의 엄마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까, 아들이 피아노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피아노와
호흡이 가능하게 될때까지 아들의 노력, 어머니의 협력, 그리고 그를 가르친 선생님들의 수고, 그들을 지지하고 격려했을 사람들
그의 피아노소리에는 그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녹아들어 갑자기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도 느낀 날이었고요.
이 다큐멘터리를 빌려준 그녀 덕분에 화요일 오전 혼자서 오롯한 시간을 보내고, 혼자 보기 아까운 것이라 저절로 소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돌려주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아무래도 구해서 아이들에게도 함께 보자고 권하고 싶네요.
손 열음의 프로코피예프를 듣고 나니 장 한나의 프로코피예프를 들었던 때처럼 음반점에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비록 손은 둔해서 그런 소리를 낼 수 없어도 그런 소리를 들려주는 연주자들덕분에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혼자서 깊이 감사하는 아침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