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오늘은 첼로와 바이올린 두 대가 어울려서 연습을 해보기로 한 날입니다.
이 주일 전 첼로와 함께 연습한 이야기를 하면서 초대했더니 모니카님이 응해서 함께 하기로 한 것이지요.
집을 나서니 싸하지만 그래도 청명한 하늘, 오늘은 배드민턴을 칠 수 있겠네가 처음 든 생각이어서 혼자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바람부는 날이어서 고생을 했거든요. 시작한 연습이니 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 하자니 바람에 공이 제 멋대로
날라가고, 그래도 계속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치긴 했으나 그동안 바람이 잠잠했던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바람부는 날에야 똑똑하게 알 수 있었답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차로 가니 방향을 잘 몰라서 헤매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인사하고, 차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여행이야기를
나누다가 드디어 연습에 들어갔는데요 두 명과 세 명의 차이가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박자 개념이 모자란 제 실력때문에 다른 두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시간이긴 했어도 잘 참아주고
기다려주면서 계속 연습을 한 덕분에 새로운 곡도 , 이제까지 했던 곡도 조금은 진전이 있는 시간이었지요.
서로 좋다고 생각하는 악보를 견주어서 복사해서 나누어 갖기도 했습니다. 더 연습해보자고요.
마침 11월 둘 째 금요일에 목요일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한 집에 모여서 음악회를 열기로 해서, 그렇다면 셋이서
첼로, 제 1.2 바이올린으로 나누어서 한 곡을 연주해보자고 이야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그 곡을 연습해보게 되더라고요.
물도 일정 온도가 넘으면 끓어넘치듯이 우리들이 한 동네에서 서로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하다보니 어딘가 접점이 생기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서 새롭게 발을 내딛게 되는 힘이 상당히 커진 것을 느낍니다.
미라씨가 재미있게 표현하길 선생님은 magnet같아요. 우리들 안의 것들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힘이 있다고 할까요?
뽑아내고, 그리고 자신도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런 표현이 재미있어서 웃었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그런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은
사살이네요.
예전의 저라면 기량이 가장 모자라는 상태에서 함께 연습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것같아요.
남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편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을 버리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그리고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이렇게 연습하기로 했으니 한 달 동안 또 에너지를 쏟아서 제 나름의 준비를 하게 되겠지요?
나에겐 음악성이 모자라, 나에겐 박자 감각이 모자라, 이렇게 아무리 한탄하고 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테니, 그저 연습
또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지금의 저를 돌아보면서 웃을 날이 올 것을 믿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