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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아이를 훈육한다는 것: 철리향님으로부터 릴레이 바톤 받아서 올립니다

| 조회수 : 2,905 | 추천수 : 62
작성일 : 2011-01-04 06:28:51
아래 철리향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저도 느끼고 생각한 것이 있어서 릴레이 글을 써봅니다. ^__^

아참, 그 전에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제가 교사로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많은 어머님들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를 할 수 있었어요.

첫 번째는, 아이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전혀 야단치지 않는 부류.
뭐, 말 할 필요도 없이, 이런 부모는 자식의 인성과 사회성 교육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육태도이지요. 여기 82쿡에 오시는 어머님들은 개념찬 분들이라, 아마 이 부류에 해당하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사소한 일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잘잘못을 가려 야단을 치는 부모님들의 부류입니다.
제대로 실행만 한다면, 더없이 좋은 훈육방법이지요.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이 부류에 속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머리로는 좋은 줄 알겠는데,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고, 그래서 이 책도 읽어보고, 저 강연회도 들어보고, 그래도 확실치가 않고... 그런 분들 많으시지요?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잘못했을 때는 매를 들어야 하는 건지, 매보다 타임아웃이 더 효과적이라던데 우리 아이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든지, 매일 아이를 혼내키니까 아이가 엄마를 미워하게 되었다든지, 옆에서 말리는 아빠나 할머니가 도리어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들었다든지...

아이 훈육에 관해서만큼 이론도 많고, 썰도 많고, 말도 많은 분야도 흔하지 않을 거예요 ^__^ 그죠?
유아교육 공부를 오래한 제자신도 헷갈릴 때가 많은 걸요...

다만, 제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요:
매를 들던, 타임아웃을 하던, 아니면 그냥 용서하고 넘어가던,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부모의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라, 깊은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아이의 훈육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선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빠와 엄마와 할머니와 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다른 모든-우리 아이를 둘러싼-어른들의 신념과 훈육방법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일이죠.
아빠는 되고 엄마는 안되는 상황, 할머니집에서는 괜찮고 우리집에서는 안되는 상황, 혼자 있을 땐 안되고 손님이 오시면 되는 상황... 이렇게 일관성 없는 환경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판단 체계에 혼란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경우라, 아이의 조부모님과 멀리 떨어져서 몇 년에 한 번이나 겨우 만날 수 있는 환경이고, 남편과 저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6-7년 시간 동안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연합전선(!)을 형성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제가 유아교육 공부를 한 사람이라 남편이 제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라와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구요.

암튼, 그래서 저희 부부가 정한 원칙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을 허용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구요.

예를 들자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마트 바닥에 뒹굴며 떼쓰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까, 마트 안에 들어가서 완구코너 쪽으로는 아예 걸음을 하지 않고, 그 근처에서 집어와야할 물건이 있으면 엄마가 아이와 있는 동안 아빠가 혼자 얼른 가서 가지고 온다든지, 쇼핑 자체를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에 어른끼리만 해요.
칼이나 가위는 혼자 가지고 놀다가는 다치는 수가 있지만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놀이이니까, 플라스틱 빵칼로 밀가루 반죽을 잘라보게 한다든지, 가위질 놀이는 반드시 엄마나 아빠와 함께 하도록 해요.

이런 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자제하고 훈육해야 하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아이도 부모도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어요. 다시 말하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무서운 표정을 지을 일이 없고, 항상 웃으며 좋은 기분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면 꼭 훈육을 해야할 상황에서 아이가 부모의 평소의 상냥하고 너그러운 것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되고, '아, 이건 정말 안되는 일이구나' 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매로 훈육할 것인가, 타임아웃을 할 것인가 하는 등등의 세세한 전술은 아빠와 엄마가 정하시고 예외없이 지키시면 되어요. 아이를 키우는 일에 이것만이 오로지 정답이다 하는 건 없으니까요.

오랜 동안 생각해서 내린 판단이라면, 그리고 그 원칙을 언제 어디서나 지킬 수 있다면, 님은 아이를 잘 키우고 계시는 것이랍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노무현님께서 바라시던 사회였지요...

내 아이를 키울 때도 원칙과 상식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반드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날거라고 믿어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브
    '11.1.7 3:08 PM

    크게 공감합니다..
    엄마가 되고보니 나와는 상관없는것 같았던 신념이란 단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나의 모든것을 따라하는 아이를 보며 누구보다 원칙과 상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부모란 생각을 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네요...

  • 2. 소년공원
    '11.1.8 12:57 AM

    허브님 말씀이 더욱 제게 와닿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예전엔 신념이니 철학이니 하는 단어와 별 상관없이 살았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모르게 신념과 원칙과 철학을 스스로 쌓고 있더라구요.
    아이를 키우면서, 제 자신이 함께 성장해 간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이예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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