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아이가 듣게 말하는 법, 아이가 말하게 들어주는 법

| 조회수 : 2,537 | 추천수 : 230
작성일 : 2009-09-27 00:45:45
아무에게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는 확신이 강해질수록 인간은 마음의 병이 깊어진다. 마음의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할 때 카운셀러로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상담을 필요로 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도 우선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사람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들으면 너무 형식적이라고까지 여겨질 정도로 카운셀러 과정의 많은 부분이 이 기술의 연마에 중점을 둔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기술에는 고개를 끄덕여주고 말하고 있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아주고 팔짱을 끼고 듣지 않는(무의식중에 이 자세가 폐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등의 언어 외적인 요소와 이야기를 듣는 간간이 짧은 동조의 단어(그랬군요, 네~, 저런... 등의)를 쓰거나 중간 중간 요약을 하며 들어줌으로써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음을 알리는 언어적 요소가 있다. 어느 쪽이나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알리는 데에 의를 둔다.

흥미로운 것은 언어적인 방법보다는 비언어적인 방법이 훨씬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말로 동조를 해주고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해주어도 듣는 사람의 공감하는 눈빛과 푸근하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지 못하면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기에 말보다는 분위기를 통해 관계가 발전될 수 있다는 말을 빌지 않아도 듣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많은 좌우될 수 있다.

마음의 병이 깊지 않은 우리 어른들도 많은 순간에 이처럼 만사를 제쳐놓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갈구한다. 그리고 그 어른들에게서 나온 아이들은 어른에 못지 않은 욕구를 가지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쏟아붓는 부모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부모를 원한다.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명심해서 그대로 행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빼놓고 들어서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행해지지 못할 때 부모는 좌절감을 느끼고 거듭 거듭 꼭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될수록 아이는 귀를 닫는다는 것이다. 어른의 경우보다 몇 배의 마음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아이들과 온전히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어른의 그것보다 더 예측불허이기도 하고 변화무쌍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말을 할 때에는 아이가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단어의 선택과 눈빛, 그리고 목소리의 톤까지도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얘기해도 제대로 전달이 되기 어렵다. 이 방법론은 물론 일괄적인 것이 아니고 아이마다 각각의 독특한 면을 알아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경우 아이와의 대화에서 성공적이지 못하는 경우는 어른들에게 적당한 방법을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영아기의 아이들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부모와 자식의 대화는 늘 중요한 이슈가 된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아이들과 단 일분도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엄마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도 한다. 부모와는 아무 얘기도 통하지 않아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갈라놓는 것일까. 부모는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여 줄 여유가 없고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할 말은 많아도 듣고 싶은 말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팻 홀트와 그레이스 케터만이 공저한 "소리지르는 엄마 귀막는 아이들"은 제목부터 나의 관심을 앗아가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수작이다.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변함없이 소리지름으로 끝내고야 마는 엄마들, 그로 인해 늘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엄마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책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패턴처럼 대화시도-분노(소리지름)-후회-죄책감으로 이어지는 아이들과의 하루 하루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하는가.

대체로 아빠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과의 관계에서의 이러한 잘못된 패턴은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좌절감과 죄책감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병적인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일도 잦은 편이다. 이 책에서는 '소리지르는 엄마'들의 많은 원인이 주로 자신의 삶에서 오는 심한 스트레스,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건강 등의 이유로 기분이 다운되어있을 때, 무력감, 아이들이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아이들이 자신에게 상처 입힌 사람을 상기시킬 때, 아이들에 대한 노파심 등이라고 나열한다.  

작자들은 엄마들이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 하는 한 아이들의 귀에는 절대로 그 말이 전달되지 못함을 역설한다. 엄마의 생각에는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소리를 높인다 하겠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짐과 동시에 닫혀버린 아이의 귀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고 자극적이라 해도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소리를 줄이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지 않고서는 절대로 아이의 귀가 먼저 열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쩌면 좌절감을 안겨줄만한 사실은 엄마노릇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 보여준다.

언젠가 학교 선배인 베테랑 카운셀러가 자신의 환자 중에서 어릴 적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단 한번도 눈길을 온전히 주지 않고 집안 일 하는 간간이 들어주는 게 전부였다며 통곡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준 일이 있다. 걸레질이든 설겆이든 아무 것도 안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만이라도 들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60 대의 환자가 토해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어서 더욱 마음이 아프게 기억이 된다.

틈틈이 교환일기도 쓰고 아빠와 단둘이 데이트도 하게 해 주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늘 하고싶은 말이 넘쳐나나 보다. 주말을 맞아 집안 청소도 해야 하고 미루어 두었던 서류정리도 시원하게 해버리고 싶지만 아이들은 오늘도 나를 올려다 보며 언제나 우리 엄마가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를 가늠하고 있는 양이다. 아이들을 위해 오늘은 대청소도 포기하고 밀린 집안일도 밀어 놓고 어수선한 집안이지만 거실 바닥을 함께 뒹굴며 다섯 모녀가 옛 친구를 만난 듯이 밀린 수다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삔~
    '09.9.28 1:23 PM

    맞벌이라 항상 집에서는 집안일에 쫓기고 있어서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맞장구를 쳐주지 못하는 적이 많아 동경미님의 말씀에 가슴이 콕콕 쑤십니다.
    저도 어릴때 제가 얘기할 때 어른들이 "뉴스 좀 보자!" 이말씀을 하시는게 그렇게 서운했으면서도 하나있는 딸래미 소소한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 못하고 있네요.
    동경미님의 글을 읽으면서 언제나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동경미
    '09.9.29 2:30 AM

    삔 님,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어른의 귀에는 사실 대부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는 그런 얘기들이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사가 걸린 얘기일 수도 있기에 잘 들어줘야 하는데 저도 늘 버거워 하며 삽니다. 오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귀를 열어보시기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810 단행본..책꾸러기 이용해 보세요 7 알콩 2009.10.01 2,085 158
2809 짐보리를 보내볼까 하는데.. 1 잠오나공주 2009.10.01 1,520 127
2808 밤마다 전쟁 4 동경미 2009.10.01 2,008 109
2807 이제 14개월이 되어가는 아기 책 추천 좀 해주실래요? 단행본으.. 49 uzziel 2009.09.30 2,323 128
2806 미녀와 야수 2 동경미 2009.09.30 2,365 244
2805 레고추천요.. 2 partytime 2009.09.30 1,757 144
2804 수학 과외샘 투덜이 2009.09.29 4,399 165
2803 수학선행학습이 전혀 안된 초등6 아이는 과학고 못가는지요? 1 splendido 2009.09.29 3,889 124
2802 화상영어(한달간 무료래요~) 1 똥굉이3마리 2009.09.29 1,880 200
2801 내 아이의 수호천사 3 동경미 2009.09.29 1,753 125
2800 26개월 연년생 아들 다시 변가리기 2 찬이맘 2009.09.28 1,821 141
2799 안 새는 방수팬티 추천해주세요 아이스라떼 2009.09.28 2,566 234
2798 울타리 세우기 4 동경미 2009.09.28 1,781 121
2797 유치원..한복 사입히시나요? 7 알콩 2009.09.28 2,113 106
2796 식탁의자 문의드려요~ 49 미세스구 2009.09.27 2,431 129
2795 아이들 감기 어떻게 다스리나요?? 5 랄랄라 2009.09.27 1,883 115
2794 중 1 수학 샘~ 투덜이 2009.09.27 1,804 172
2793 아이가 듣게 말하는 법, 아이가 말하게 들어주는 법 2 동경미 2009.09.27 2,537 230
2792 헤밍웨이 사회탐구랑 지식똑똑 사회탐구랑 같은가요? 4 제인 2009.09.26 2,329 119
2791 엄마는 수험생 4 동경미 2009.09.26 1,732 114
2790 장난감을 뺏는 아이 교육법 알려주세요-(절실) 3 풍경소리 2009.09.26 4,917 148
2789 럭스 블럭 안 쓰시는분 뽀글이 2009.09.25 2,546 142
2788 대안학교에 아이보내는 분 계신가요? 4 나무 2009.09.25 3,109 90
2787 결손가정의 의미 동경미 2009.09.25 2,460 249
2786 미국 베벌리 힐즈로 아이 조기 유학 보내고 싶으신분 ivory 2009.09.24 1,756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