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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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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승의 날? 이야기

| 조회수 : 3,870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5-15 16:01:31
미국에서 5월의 두번째 일요일은 마더스 데이, 즉 어머니 날로 정하고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어요. 우리 나라에서도 이를 도입해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기리는 어버이 날을 정한 거지요.
그리고 어머니날이 들어있는 한 주간을 선생님 감사의 주간 (Teacher Appreciation Week) 으로 지정하고 선생님께 작은 선물이나 감사의 인사말을 적은 카드를 드리고 있어요.

지난 주가 바로 미국의 선생님 감사 주일이었지요 (특이하게도 메사추세츠 주 는 6월 첫째 주일을 따로 선생님 주간으로 정해서 지키고 있다는군요). 코난군이 다니는 어린이집 PTA (학부모 교사 모임, 사친회 라고 하나요?) 에서는 각 반 선생님들에게 질문지를 보내서 좋아하는 음식, 받고싶은 선물, 주로 쇼핑하는 곳, 좋아하는 색깔, 등등을 물어보고 그 결과를 교실 문에 붙여두게 했어요. 선생님께 선물을 할 때 참고로 하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안내 이메일도 보냈더군요. 뒷마당에서 꺾은 꽃 한 송이, 아이와 함께 만든 카드 한 장 이라도 충분하니, 부디 스승의 날을 아이에게 알게 하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고 말이예요.

선생님도 학부모도 그 어느 누구도 그저 동등한 인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문화라서 그런지 - 우리 나라는 예전만 못하기는 해도 스승은 부모나 임금과 같은 지위에 있다, 혹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존경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들 있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 사친회의 이메일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어요. 그저, 단돈 이삼천원짜리 초코렛 한 봉지나 뒷마당에서 꺾은 꽃 한 송이를 아이 편에 보내거나, 정 바쁘면 그것도 생략하고도 아무런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는 듯 해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해마다 스승의 주간 목요일 점심을 케이더링으로 불러다가 교사와 직원들에게 회식을 베풀어요. 어린이집 예산으로 음식값을 지불하고, 디저트는 자원하는 학부모들이 만들어 오고, 선생님들이 편안하게 아이들 걱정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시간 동안 교실을 돌봐줄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해요.

저는 예전에 한국에서 종일반 어린이집 교사를 하면서 가장 간절한 소원이, 아이들 없이 혼자서 혹은 어른끼리 조용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밥 한 번 먹어보는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그 기억때문에 해마다 선생님 점심시간 자원봉사를 꼭 하곤 해요.
물론 그 덕분에 내 아이를 어린이집 교실에서 한 번 더 볼 수도 있고,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놀이하는지 알게 되는 등등의 다른 좋은 점도 많지요.

점심시간 자원봉사 말고도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코난군의 담임 선생님 두 분께는 30달러 짜리 상품권 (3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을 드렸어요.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액수이지만, 둘리양이 태어날 무렵에 각별히 코난군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돈을 좀 썼답니다. 물론 코난군에게 카드에 직접 싸인도 하게 하고, 봉투에 카네이션 장식 종이접기도 함께 만들어 붙였어요.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기 위해서이지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지 이주일이 되는 둘리양의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하긴 해야 할텐데...
애기들 여섯명에 오전과 오후 시간동안에 돌봐주시는 선생님이 무려 세 분이나 계시고, 또 바로 이웃 코너에 - 같은 교실인데 갓난쟁이 애기들과, 혼자 앉을 수 있는 애기들을 각기 여섯 명씩 따로 분리해서 돌보고 있거든요 - 세 분의 선생님들도 때때로 둘리양이 있는 코너의 아기들을 돌봐주시니, 토탈 여섯 분의 선생님이 계신지라...
상품권을 드리자니 지출이 너무 크고, 따로 카드를 쓰는 것도 귀찮고... (게으른 엄마예요... ㅋㅋㅋ)
해서, 저희 동네에서 유명한 로컬 도넛 가게에서 도넛 한 박스 - 열두개 - 를 사서, 박스에다 카네이션 장식을 붙이고 둘리양 이름을 써서 다같이 나눠드시라고 드렸어요. 도넛 값은 열 두 개 한 박스에 단돈 6달러, 6천원이었죠.

그런데 꼴랑 6천원 짜리 도넛 한 상자 드리고 오늘 땡큐 카드를 무려 세 개나 받았네요.
미국인들은 무언가 선물을 받으면 꼭 감사하다는 답례 카드를 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답니다.
그것도 받은 선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곁들여서 말이지요 민망하게도...
예를 들자면, "둘리양이 준 케롤리 도넛은 정말 맛있었어요. 스승의 날을 기억하고 축하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블라블라..." 이렇게 말이예요.
아마도 제가 드린 도넛값 보다도 땡큐카드 값이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거예요.

한국에서는 해마다 스승의날 무렵이면 촌지 문제로 시끌시끌하지요?
물론!
뇌물 수준의 선물을 받지 않고도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고 사명감으로 열심히 가르치시는 선생님들도 많으실거라 믿어요.
(이렇게 말하면 오글거릴지 모르지만, 저도 그런 선생님이었다구요 :-)
다만 그런 분들은 조용히 묵묵히 계실 뿐이니 잘 알려지지 않고, 일부 말썽의 소지가 있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악행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릴 뿐이겠지요...

진부하거나 순진한 발상일지는 몰라도...
올해 스승의 날은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우리 엄마들이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새순
    '12.5.16 3:08 PM

    미국~손가락질할 점도 많지만 님의 글같은 내용 읽으면 마땅하고도 당연한 것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되는건지 차암 서글퍼져요.

    에효~ 상식이 정말 상식답게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싶습니다.
    글 잘 읽었어요. 사진 보니 인상좋으시구 기분 좋아지는 얼굴(죄송 ㅎㅎㅎ)이시네요.
    같이 웃으면서 사진 보았어요.

  • 소년공원
    '12.5.18 4:32 AM

    외모에 대한 칭찬을 다 듣고...
    앞으로 더욱 자주 와서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__^

  • 2. Cinecus
    '12.5.17 4:57 AM

    지난주가 Teacher Appreciation Week 이였군요... 몰랐어요...
    신랑이 학교에서 일하는데도 별말이 없던데.... 갑자기 좀 찔리는데요..

    전 그 땡큐카드문화... 아직도 적응이 안되요... 쓸려고해도 손발이 오글거리고요...

    내년 Teacher Appreciation Week에는 좀 챙겨야겠네요...

  • 소년공원
    '12.5.18 4:34 AM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같은 것을 더더욱 안챙기는 것 같아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나 아이들 교육상 선생님께 카드 쓰기 이런 걸 하는 것 같구요.
    문화의 차이겠죠.

  • 3. 불량주부
    '12.5.24 2:43 AM

    저도 미국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에요.
    우리애들 학교도 지난 번 teacher appreciation week 에 점심 한 끼 선생님들한테 대접(?)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발룬티어로 지원해서 돕고 나니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고 기분 좋더라구요.
    저희 아이들은 색종이로 꽃 만들어 가고, 캔디백도 만들어가고, 땡큐 카드에다가도 하트모양으로 색종이 접어서 데코 해주고.. ^^ 마지막 날은 선생님이 잘 간다는 곳의 상품권 끊어서 줬어요.
    여러모로 모두가 기분좋은 한 주가 되는 거 같아요.

  • 소년공원
    '12.6.1 3:36 AM

    보람차고 의미깊은 스승의 날을 보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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