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세월을 담은 역사와 전통과 무수한 사연을
자랑하는 그릇들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저만 새그릇 들고 나왔네요
제가 제 그릇을 들이미는 베짱은
올해로 11년째 결혼기념일을 맞는 아줌마가
지난 석달에 걸쳐 그릇에 미쳐 있다가 이제사 제 정신이 들어서 입니다
국민 밥그릇 코렐 10인조로 살림을 시작해서
애둘이 생기니 제법 오븐도 돌리고 하며 먹을꺼리를 만들어 냅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단 한번도 그릇 욕심이란거 없었는데
어느날 빠져도 단단히 빠진 그릇이 있었으니
덴비
저로서는 아마도 여기 82에서 제일 처음 봤을겁니다
근데 보고도 그냥 그릇은 못 보고 늘 음식만 봤을겁니다
그러더니 스물스물
갖 고 싶 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어 이제 일하는 중간중간 검색하고 다닙니다
화면속 덴비에 빠져 넋을 놓고
하루종일 화면만 들여다볼 궁리를 합니다
아 안되겠습니다
못참겠습니다
도저히 안 됩니다
밥그릇 하나에 삼만원
삼만원 ...... ... ..
중고나라에 들락거립니다
드뎌 광란의 클릭질로 내집에도
한 점 들입니다
오호
실물로 보니 더 더 더 더 예쁩니다
아 근데.. 한 점이 몹니까
한 점이
비축해둔 총알을 마구 쏴댑니다
돈은 이럴때 쓰라고 버는거야 아줌마야! 하면서
생전 처음 해외직구 라는걸 합니다
학교공부 안한지가 언제인데
조금이라도 싸게 해본다고
영어공부 머릴 싸메고 합니다
한달 동안 공부를 하고
해외직구 가격이 사악하니 양껏은 못하고
아줌마 사람도 살수는 있게 좀씩 들입니다
그릇이 도착하니 행복합니다
온 세상이 알흠답네요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춤추는 꿈동산
시들시들 하던 부엌놀이에 발동이 걸립니다
부엌일이 다시 신납니다
매 끼니마다 아낌없이 그릇을 내 놓고 또 내놓고
사진찍기 놀이에도 다시 빙의 됩니다
밥하고 사진찍고 놀이
오븐돌리고 사진찍기 놀이
새똥님 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은거
다 까묵고
그릇을 쟁이더니
이제사 제 정신이 드네요
그럼 이제 얘네들 델구
나만의 그릇의 역사를 만들랍니다
달콤매콤한 쫄면같은 얘기를....
10년 세월 동안 모르고 살았던 세계를
요 몇달간 그릇앓이 호되게 치루고 나니
그 석달은 내가 나에게 선물을 준 시간이였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행복으로 짜릿 했던
수고했어 아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