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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마음속의 그릇~

| 조회수 : 9,026 | 추천수 : 3
작성일 : 2012-03-06 13:37:29

이번 이벤트를 보며 ‘완전 내 얘기네~’ 했어요.

제가 얼마전에 친정에 가서 ‘마음속의 그릇’을 가져왔거든요~

제 그릇은 명품도 아니고, 언제 만들어진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마음과 추억이 깃든 그릇이예요~^^

 

이 그릇을 소개할려면 우리 엄마 얘기를 안할 수가 없어요.

저희 엄마는 7-8명 형제들의 장남에게 시집와서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세요~

저희 엄마는 시골분이라 일찍, 시집오셨어요~ 스무살 정도요~

시집와서는 말많은 시누들과(제가 고모들을 좀 싫어해요~ 정말 말이 많거든요~)

까다로운 시어머니(저희 할머니지만 정말 성격 까다로워요~ 아직까지 노인정 한번 안가셨어요~

거기 계신 친구분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셔서요~ 정말 성격이 까다로워요~)

저희 아빠는 어떻구요? 제가 아빠를 좀 무서워해요~ 엄하시거든요~ 저한테만 엄하겠어요~? 엄마한테도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시고, 상처 주고요~

그런분들을 모시고 사셨어요~

지금까지 맏며느리 역할 하느라 힘들어하세요~ 일도 많구요~

시집와서 고모들, 작은아빠 학교 가는 도시락까지 싸면서요~

엄마는 정작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하셔서 그게 평생 한이세요~ 배우지 못한것을요~

저희 엄마는 마음도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해요~

그래서 이런 시집살이가 더 힘드셨을거예요~

지금은 아빠와 함께 야채 가게를 하시는데,

배추를 팔면서도 배추가 맛있다, 싱싱하다라고 하지 않고 “예쁘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평생 시어머니랑 같이 사니,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을 살 수도

그렇다고 자주 살 수도 없이 눈치보셨을거예요~

이 그릇은 엄마가 좋아하시던, 어쩌면 우리집의 유일한 색이 있는 그릇이였어요~^^

엄마의 유일한 사치품이였겠죠~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만 남았더라구요~

저도 물론 좋아해서, 친정에서 이번에 이걸보자 마자

(시집 올때는 새 그릇, 새 물건이 좋아 친정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달라고 해서 가져왔어요~

엄마도 기쁜(?) 마음으로 주셨구요~

항상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고, 식구들이 많아 도자기 그릇보다는

스텐이나 그런것들을 썼던 것 같아요~ 튼튼하니까요~

어릴 때 가끔 이런 그릇에 간식을 주면 기분이 참 좋았어요~

 

엄마의 평생 소원은 일하지 않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것이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일을 하시니~ 마음이 아파요~

그만큼 살림만 하면서 꾸미고, 가꾸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래서 예쁜 그릇도 좋아하시나봐요~^^

이 그릇은 저의 유년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요~

 
 

이 그릇은 옛날 도자기라 두껍고 무거워요~

감히 비교하자면 포트메리온(저희 집에는 없는데, 다른데서 보니 무겁고 두꺼워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무늬도 핸드페인팅이고, 지금봐도 그렇게 촌스럽지 않고 괜찮지 않나요?

볼때마다 어릴적 생각도 나고,

엄마의 슬픔도 느껴져서 마음도 짠해지고 그러는

저의 마음속의 그릇이었습니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지온
    '12.3.6 2:08 PM

    제 소개글이 가입할 때 적은거라 미혼으로 나오네요~^^ 이거 어디가서 고치나요~?

  • 2. 월요일 아침에
    '12.3.6 2:09 PM

    예쁘게 살림만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던 어머니의 꿈이 담겨 있는 접시네요.
    사소할 수도 있는 물건이 이렇게 이야기를 담으니 귀한 추억거리가 되는군요.
    타일도 예쁘고 그릇도 예뻐요. 전혀 촌스럽지 않고요.
    배추 한 포기도 "예쁘다"고 표현하시는 어머니께서는, 가운데 접시에 그려진 꽃을 닮은 분일 것 같습니다.

  • 3. 해지온
    '12.3.6 2:20 PM

    아! '월요일 아침에'님 리플보고 울고 있어요~

    사실 글 쓰면서 눈물이 나오는걸 꼭 참으며 썼는데~

    저희 엄마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시고~

    맞아요! 저희 엄마 정말 접시의 꽃처럼 곱고 환한 분이세요~^^

    따뜻한 리플 정말 감사해요~^^

  • 4. 시간여행
    '12.3.6 8:42 PM

    해지온님~
    로그인 하시는 박스에 보면 마이홈 밑에 회원정보 수정이 있어요~~그걸 클릭하시면 됩니다^^

    어머님이 고생이 많으셨네요~~일하시면서 지금까지 어른모시고사는거 참 어려운일인데
    접시도 정말 이뻐요~~어머니 마음 알아주는사람은 역시 따님뿐이군요^^*

  • 5. 고독은 나의 힘
    '12.3.6 10:35 PM

    엄마께서 오죽 힘들게 사셨으면 님께서 고모님들까지 싫어하실까요

    엄마께서 살아오신 세월이 그 한줄에 다 녹아 있는 듯 합니다.

  • 6. 나누
    '12.3.6 10:43 PM

    딸이 좋다는 건 언젠가는 엄마를 한 여자로 바라봐줄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엄마, 아내, 며느리...등의 이름으로 덮여 살아가지만 엄마는 늘 한 여자로서의 감성과 아픔을 품고 살아오셨다는 걸.... 원글님과 같은 따님이 있으시기에 어머님은 행복하실 거예요. 좋은 글, 고마워요.

  • 7. 푸른하늘
    '12.3.6 11:12 PM

    가운데 있는 접시 시집올때 가지고 온 접시입니다. 아직 하나도
    깨지 않고 가지고 있네요.

  • 8. 해지온
    '12.3.7 11:52 AM

    '시간여행'님 덕분에 프로필 수정했어요~^^ 감사해요~^^

    모두 엄마의 삶을 이해해주시고, 위로해주시고 감사드려요~

  • 9. 수정
    '12.3.7 9:27 PM

    저희 엄마도 가운데 접시 사이즈별로 가지고 계셨는데,제 눈에 저 접시세트가 넘 이뻤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결혼하고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어쩌다 보니 처분해서 이젠 곁에 없어요.
    사진으로 보니 넘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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