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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는 그릇.

| 조회수 : 11,938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03-05 22:46:59

가끔 스텐 밥공기를 꺼낼 일이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그때마다 아련한 표정이 되어 그러지요.

"이 스텐그릇 보니까 너희 외할머니 생각난다.

스텐 그릇이 비쌀 때 밥그릇하고 셋트로 열벌 사 주었잖아 .그때는 정말 귀한 것이었는데......"

막걸리 잔으로 쓰려고 어쩌다 불려 나오면 그때도 엄마는 같은 말을 시작합니다.

"이거 보면 외할머니 생각난다........."

그때 엄마는 며느리 사위 볼 준비하는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꼬물꼬물 어린 자식들 치닥거리하느라 종종거리던 젊은 어느날에 가 계시는 것이겠지요.

그러면서 종갓집 맏손녀로 제삿떡 김올리며 두손 모아 떡이 잘 쪄지길 빌던 그 어린 소녀로 돌아가계신 것일까요.

도깨비 시장에서 비싸게 사서 쓰시던 그 애틋한 파이렉스 셋트도 있는데

멋진 유기 신선로도 있는데,

왜 엄마는 이 스텐 그릇의 시간으로 돌아가실까요.

저는

엄마가 늘 외할머니를 떠 올리는 저 그릇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그라지는 촛불 같은 엄마의 모습만 떠 오를 것 같아서 말입니다..........

글을 올리고 내내 불편했어요.
일기장에나 올릴 일을.......
간략히 줄였습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리운
    '12.3.5 11:20 PM

    추억의 그릇들에 올라오는 여러글을 많이 읽어보았지만,
    콧날이 시큰하게 만드시는 글중의 하나네요.
    여자에게 있어 친정엄마란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수없는 그런 존재이신듯해요.
    밖에 비가 내리듯, 내마음에도 한줄기 비를 내리게하는 글 잘읽었습니다.

  • 2. mabelle
    '12.3.6 12:58 AM

    많이 힘드시지요. 기도 드리겠습니다....

  • 3. 몬나니
    '12.3.6 7:58 AM

    코끝이 맵습니다. 그릇은 아니지만 냉장고 처음 들이시고 기뻐하시던 엄마 생각이 나네요..
    평안하시길 기도드릴께요

  • 4. 스미스요원
    '12.3.6 9:09 AM

    아흐~..ㅠㅠ ,

  • 5. 자끄
    '12.3.6 9:38 AM

    아침부터 돌아가신 엄마 생각나네요.............
    눈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 6. 수산나
    '12.3.6 11:01 AM

    안개속으로, 못 따라 갈 곳으로, 사그라지는 촛불 같은 엄마의 모습...
    맘이 너무 짠하며 눈물나네요. 힘내세요

  • 7. 상큼마미
    '12.3.6 7:34 PM

    힘내세요
    저도 이제는 너무나 늙어버리신 친정엄마의 모습을 보며 님의글에 눈물이 납니다~~~
    언제나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내곁에 계시리라 믿지만~~~
    세월은 나의 소원을 자꾸 외면하는거 같네요~~~

  • 8. 고독은 나의 힘
    '12.3.6 10:32 PM

    아.. 뭐라 댓글로 짧은 위로를 건내기도 왠지 죄송해집니다.

    엄마께서 잠시 잠시 가 계실 그 어딘가의 시간... 그곳에서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9. qodlwl1
    '12.3.6 10:39 PM

    ㅠ.ㅠ 눈물이 났어요 ㅠ.ㅠ 가슴이 아파요 ㅠ.ㅠ

  • 10. 신비야
    '12.3.9 4:45 PM

    ㅠㅠ 저희 엄마 생각나서 울었어요.
    저희 엄마는 지금 요양원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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