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토요일에 저희집
TV랑 김치냉장고랑 들어왔어요.
이로써 냉장고를 제외한 어지간한 가전들이
모두 제가 사들인 것으로 장식되는 찰라였습니다.
있던 TV 치우고 새 TV놓으려니 원래 있던자리 치우느라,
김치냉장고도 있던 자리 빼놓고 새로 들여놓으려면
여기에 김장은 이미 마친터라 베란다는 온통 김치통과
할머니가 한달전에 작업해놓은 동치미 항아리가 두 개가 자리잡고 있어서
베란다 청소를 좀 대대적으로 해야했지요.
청소하다가 비도오고 동치미도 새로 헐고 해서
고구마나 꿔먹을까 싶어 보니 고구마는 없고 구석에 감자가 반박스..
그런데 전부다 싹 나서 차마 감자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할 정도인 상태도 여럿.
내 오늘 이것들을 다 구제해주리..하며 전부 다 깍았습니다.
깍아놓고 보니 참 많더군요. --;
(감자껍질만 해서 음식물쓰레기봉투 한개 가득.)
퍼득 생각난것은 뜨뜻하게 감자스프를 끓여볼까 싶었는데
식구들 입맛에는 안맞겠고
매운감자조림을 하자 싶었는데
어설프게 밑반찬에 도전하면 부엌주인인 할머니한테 시위하는것 같아 관두고
다량의 감자를 소비할 수 있는 감자샐러드와 감자전으로 낙찰을..
여기에 저녁에 먹을 국으로 감자국을
예전에 전자렌지에 해봤던 감자칩이 생각나서
오븐에 하면 더 낫겠지 싶어 감자칩을 하기로..
추석때 송편 찐 이후 처음으로 찜기를 꺼내서
윗칸 아랫칸 감자 가득채우고 당근도 한개 같이 넣어놓고 타이머.
잘잘한 감자들 얇게 썰어서 오븐바트에 편편히 놓고
한 칸에는 올리브오일+타임+바질
한 칸에는 그냥 소금만 해서 컨백션으로 돌려놓고
가스렌지에 국끓일 국물 올려놓고
그리고 옆에서 샐러드에 들어갈 채소 다지고
감자전할 감자 채치다가
감자 다 삶아져서 (찜기의 위력이란..)
또 뜨거울때 으깨야 하기에 으깨주다가..어쩌다가..
오븐은 꺼지거나 말거나..혼자 엄청 바빴습니다..
1. 감자샐러드
감자,당근,오이,양파,옥수수,크래미,크림치즈,레몬즙..먹을 때 마요네즈
크림치즈는 처음 넣어봤는데 그냥 슬라이드 치즈보다 맛있더군요.
일요일 아침 샌드위치 만들어서 엄마 놀러가시는데 도시락 싸드렸어요.
큰 손은 여기에도 여실히 드러나서 샌드위치 10개 쌌는데도
한참 남았습니다.
접시에 담은건 애교용이랄까..

2. 감자전
갈아버리면 뒤집기 힘들어져서 그냥 얇게 채친 후
색깔 내기용으로 당근하고 파 조금.
청량고추 2개 종종 썰어넣고 매운맛 보태니 훨씬 맛있었어요.
스뎅 광풍에 테팔도 아닌, 무쇠도 아닌
그냥 까만 후라이팬 보니 고전의 향수가 밀려오지 않나요..^^;

3. 감자국
감자만 넣은 감자국
국물은 멸치+새우+다시마+북어+무+마른홍고추
마른홍고추 한개밖에 안넣었는데도 칼칼한 맛이 나더군요.
역시 냄비째로 보여드리는 리얼라이프..

4. 감자칩
잠자던 드롱기 깨워보자 싶어서 해봤는데
간단하고 맛이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기름기 없고 담백한 감자맛이 나는것이 괜찮더군요.
하루 묵히니 더 바삭해졌어요.
단 너무 얇게 썰면 바트에 들러붙고 두꺼우면 좀 눅진하고..
적정 두께는 0.2mm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색깔있는건 보라색 감자에요.

요놈이 제일 맛있게 구워져서 기념촬영

여하튼 아침부터 마루부터 베란다까지 쭈그리고 앉아 청소하느라
허리가 휠 뻔했는데 (뭐 운동장만한 집에 사는것도 아님시롱..)
오후엔 종일 서서 종종댔더니
일요일엔 거의 체력장 다음날 다리 상태..끙..
그런데도 감자는 절반밖에 소진을 못했어요.
다 깍아 두는게 아니였나봐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