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출장 갔으니까 우리끼리 간단하게 저녁 먹자고 아이를 꼬드겼죠.
어제 찐 옥수수를 다시 쪄서 둘이 나눠 먹었더니 애가 좀 섭섭하대서,

그래서 감자를 구울라고 두 개를 껍질 까서 오븐토스터에다 돌리고
옆에 먹다 둔 바나나가 있길래
이걸 구우면 어떤 맛일까 궁금하여 두어 개 까서 같이 넣어서 구웠더니
아이가 별걸 다 굽는다고 낄낄거리네요.
일단 못 먹어도 Go!!!
하여간 엄마의 실험정신은 암도 못말려! 아이가 키들키들
결과는 나으 참패였네요.
구웠는데 바삭해지는 게 아니라 물컹물컹.
그래도 맛을 봤더니 당도가 기가 막히누만요.

어쨌거나 바나나를 굽는 동안 댕겅거리며 두부 장수가 지나가길래 얼른 아이를 보냈더니
이걸 사가지고 왔드마요. 두부 아줌마가 이것도 팔거든요.
도움도 안되는 걸 사먹는다고 야단치려는 찰나, 엄마 줄려고 샀대나 뭐래나...
다요트 한다고 소란 피던 때 밤마다 이걸 먹으며 허기를 달랬던지라....

아무튼 이것저것 주섬주섬 집어먹었더니 배불러 죽겠는데
설거지 마치고 돌아서니 아이가 또 뭘 먹고 있네요. 뻥튀긴 깜장콩.
하여간 애 먹는 거 보면 무섭습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먹어요.
이후에도 포도주스 한잔
잠시 후에 또 냉동실 열어서 케키 하나. (팥 넣고 연유 부어 만든)
우유는 하루 1,000㎖, 에이스 하나, 윌 하나, 과일 닥치는 대로....
겁이 나서 쳐다보는데, 시엄니는 잘먹는 손자가 이쁘답니다.
저때 먹는 것들은 죄다 키로 간다고...
죄다 키 작은 시댁 식구들에 한이 맺혔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이촌 삼촌 사촌 통틀어서 우리 아이가 제일 크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저녁 한끼 편하게 때웠단 얘기를 하려 했는데 아이 키 얘기로 마무리하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