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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캐나다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 조회수 : 5,381 | 추천수 : 10
작성일 : 2004-02-28 17:02:06
불고기, 잡채, 떡볶이, 오뎅국, 야채전
참 잘 먹더군요..

제가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 있습니다.
집 근처 교회에서 하는 Coffee Break라는 주부들의 작은 모임이지요.

말 그대로 근처 사는 아줌마들이 모여서 쿠키와 케잌을 먹고,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사교모임(?) 같은 겁니다.

인원은 약25~30명 정도 되구요,
연령층은 다양해요. 첫 아이를 임신 했거나 막 낳은 새댁부터 시작해서 손주손녀 다 있는 할머니까지..
인종분포는 주로 캐네디언들인데 저 같은 동양사람(한국사람, 일본사람) 두서너명과 인도사람이 한명 끼어 있습니다.

지극히 보통의 평범한(다만 보통사람들 보다는 좀 착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캐네디언 아줌마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이곳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다니기 시작 했는데 참 편하고 좋습니다.

같이 애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이다 보니 나눌 수 있는 화제도 비슷하구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까, 요즘 뭘 해먹고 사나,,어디에 뭐가 싸다 등등)
만나서 솔직하게 종교적인 교감도 나누고 서로서로 기도도 해주고..지난 일주일 동안 자기가 겪었던 작고 사소하지만 마음 따뜻한 이야기 또는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렇게 지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국음식을 몇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다며 열광하던 NAN이란 엄마가
(이 친구 한국식품점도 직접 찾아다니고 저희 집에 전화해서 레서피도 물어보고 정말 열성입니다..) 한국음식으로 다 같이 Brunch를 한번 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답니다.
다들 이 맛있는 한국음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면서..

솔직히 30명이나 되는 먹성 좋은 캐네디언 아줌마들에게 아침 겸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 첨엔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모임에 함께 나오는 다른 한국엄마들 둘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그러다가 그렇게 한국음식이 먹어보고 싶다는데 한번 먹여주지 뭐.
솔직히 여기선 흔하게 먹는 중국음식이나 일본음식(이곳 사람들,, 건강식이면서 넘 맛있다고 선호하는)보다 훠~얼씬 맛 좋은 한국음식을 이번 기회에 소개해 주자는 사명감(?)에 그러마고 했습니다.

그래,,먹고 싶은 것이 뭐니?
음,,우선 불고기(짐작은 했죠. 워낙 이곳 사람들도 좋아하는 거니까..)
다음은 잡채
(간이 달달하고 여러가지 야채가 들어가서 그런지 코리안 누들이라고 이건 중국 애들도 무지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떡볶이.. 한국 음식을 먹어 본 nan이 이건 꼭 넣자고 우겨서..^ ^
매울텐데? 아냐, 그래도 이거 너무 맛있어..꼭 해주라..

그래서 brunch를 먹기로 한 날 저희가 준비한 메뉴는..
쌀밥, 불고기, 잡채, 떡볶이, 야채전, 김치와 오뎅국(매운 떡볶이와 김치 먹으면서 먹으라고..)였습니다.

사실 재료비도 재료비였지만 준비 하면서 부담되지않게,,, 화려하고 멋진 상차림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늘상 먹는 소박한 한국음식을 맛깔스럽게 해서 대접하자고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반응이 좋았습니다.
식성 좋은(?) 아줌마들의 모임이여서 그런지 평균 서너번은 왔다갔다 하면서 잘도 먹더군요.
바로 구워 주는 불고기도 잘 먹고,
색색의 야채를 넣어 만든 잡채도 잘 먹고,
뻘건 국물의 떢볶이도 잘 먹고,,
남은 야채로 부쳐주는 야채전도 잘 먹고,,
진한 멸치국물에 파와 오뎅 듬뿍 넣은 오뎅국도 너무 잘 먹고,,
김치는 너무 맵다고 놀라면서도 잘 먹고..

먹으면서 재료 설명하랴, 만드는 법 설명해주랴 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이럴 때 외국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한국음식이 얼마나 건강에도 좋고 맛이 있는지 잘 않 알려져서 그렇지 한국문화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려주려는 애국심(?)에 불타 흥분하는 저의 모습을 느끼면서...^ ^

다 끝나고 뒷정리 하는 것에는 손가락도 못 대게 하는 캐네디언 할머니 옆에서 대충 돕는 시늉을 하고 있는데
부르더군요..

제가 평소 갖고 싶었던 야채스틱과 DIP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TRAY를 선물로 내밀면서...(아이고,, 좋아라..^ ^)
아니, 뭘 이런 것까지 준비했니..고맙다.
거기다 돈을 주면서 재료비에 보태라고 하는데...아니,,이런...
아니야, 이 선물 받았으면 됐지. 돈은 뭘..
이 돈으로 재료비가 다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보태고 싶어. 그래야 우리 맘이 편해.
오늘 정말 맛있게 잘 먹고 무엇보다 한국의 음식문화릉 알게 되서 모두들 행복해 한다..정말 고마워.

밥 한끼 대접하고 인사치레 확실히 받았지요?

잘 먹어주니 저도 기분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기회 될 때마다 겁내지 말고 한국음식을 많이 대접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런 거 말고 엄청 맛있는 한국음식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가 혜경선배님이나 자스민님, 문님이나 치즈님 그리고 이곳에 오시는 고수님들 같은 솜씨만 있다면 이럴 때 걱정없이 척척 할 텐데...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찌기 펭
    '04.2.28 5:16 PM

    한국에 있으면서도 차린 음식보니 달려가 먹고싶네요. ^^

  • 2. 바닐라
    '04.2.28 5:22 PM

    매울텐데..떡볶이도 좋아하는군요.

  • 3. 여름
    '04.2.28 5:36 PM

    미시사가라 하셨죠?
    제 친한 친구는 woodbridge에 사는데 이탤리언 아줌마가 잡채 만드는것 배우러 오고 한다대요.
    그런데 홈메이드 토마토 소스를 갖다 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요....

  • 4. jasmine
    '04.2.28 6:27 PM

    애국하시느라 수고하셨네요. 공연히 저까지 뿌듯.....
    외국 사람들이 저 빨간 떡볶이를 잘 먹을 줄은 몰랐어요.....^^

  • 5. 무우꽃
    '04.2.28 6:47 PM

    이런 사람을 외무부장관 시켜야 하는건데 말이야 ...
    어때요 여러분? 정말 잘 하셨습니다.
    매운 맛의 떡볶이와 멸치 냄새 나는 오뎅국물을 잘 먹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 6. 백김치
    '04.2.28 8:19 PM

    인사도 안드렸는데 참견하자니 미안코 뻘쭘하지만 그냥 지날 수없는 애국심이
    순간 불타서...ㅎㅎ
    제가 5명이내 친구들을 초대해서 호평받은 메뉴인데요~
    전채로 연어 샐러드..계절튀김이나 전..낙지볶음...LA갈비나 너비아니구이..메밀국수로
    마무리하죠...필요하시담 레서피도 올릴께요...도움됐으면~

  • 7. 치즈
    '04.2.28 10:15 PM

    정말 멋진 일 하셨네요...저도 기분이 다 좋아졌어요.^^
    선물 받으신 그릇에 예쁘게 야채스틱 담아 보여주셔요.
    부~자 되셨네요.^^

  • 8. 아라레
    '04.2.29 3:36 AM

    떡볶기, 잡채, 멸치국물 오뎅을 좋아하다니 정말 의욉니다.
    외국인들 떡같은거 이빨에 달라붙는 느낌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참기름 냄새 질색한다던데 맞나요?(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고 앞으로도 맛난 한국요리 선보여 주세요.
    족발, 순대는 싫어하겠죠? ^^

  • 9. champlain
    '04.2.29 3:27 PM

    깜찌기 펭님댁 식탁에 비하면 별거 아닌데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였죠 뭐..

    저 떡볶이 제가 먹어도 맵던데 정말 잘 들 먹더라구요..ㅎㅎㅎ

    맞아요. 여기 사람들 잡채 참 좋아해요.
    홈메이드 토마토 소스는 어떤 맛일까요?

    자스민님 칭찬 감사, 감사~~

    무우꽃님 저 좀 밀어 주셔요..
    캐나다 대사관, 영사관에서 일하라고 하면 잘 할텐데...

    백김치님 메뉴정보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좀더 내공을 쌓은 후에 고런 요리에도 도전해 볼랍니다..

    치즈님 칭찬에 어깨가 으쓱~~

    아라레님. 맞아요. 여기 사람들 김 냄새, 참기름 냄새 별로 않 좋아해요.
    그 고소한 냄새를 왜 싫어할까...
    근데 오뎅국에는 굵은 가래떡까지 넣어 줬는데 rice cake라고 잘 먹던데요...

  • 10. june
    '04.3.1 8:49 AM

    첨에 외국인 루미랑 살때는 밥 한번 할때도 안절 부절... 이 냄새 싫어 하면 어쩌나 그랬는데.. 혼자 살고나서는 옆집까지 냄새가 퍼져나갈 것들도 맨날 해먹어요^^
    다 적응하면 괜찮은거 같더라구요.

  • 11. kim hyunjoo
    '04.5.4 11:39 PM

    멋지네요.정말 외국에서 살다보면 참 우리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더욱 크게 부각되어지는 것 같아요.가구도 한국가구나 한국화가 더 좋아지고.....김치도 부지런히 담가 먹고....
    한ㄱㄱ 문화에 대한 것을 외국인에게 소개 해 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정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작으면서도 큰 우리나라 사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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