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택배 왔어용~~
현관문을 열어보니 절임배추 50킬로그램이 도착했지 뭐예요...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요!
배추를 알맞게 절여서 씻어서 이렇게 배달까지 해주다니...
그냥 여기다 양념만 버무리면 김치담기 끝! 이라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
그냥 호기심이 생겨서, 이런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사람은 어떤 분인가 하고 찾아봤어요.
명왕성이라는 곳에 사는 인심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가 이렇게 직접 작업해서 보내주는 거래요 :-)
그녀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얼굴은 스티커로 가렸습니다.
초상권은 소중하니까요 :-)
배추 한 박스에 이렇게 실한 배추가 아홉포기씩 들어있다고 해요.
소금물을 찌~인하게 타서 배추를 한 번 적셨다가 건져서 대야에 놓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린다고 합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
절임배추 작업을 마친 아줌마의 손은 너무 애처로워요.
짠 소금이 피부를 자극해서 두드러기처럼 트러블이 생겼다나봐요.
절임배추를 택배로 배달시키는 저같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고통이죠 ㅠ.ㅠ
배추를 절이는 과정도 저는 잘 알지 모대요...
그래서 과정은 중간생략 하기로...
배추 열 여덟 포기를 이등분 혹은 사등분하니 60쪽이 되었는데 이게 50킬로그램 정도 된다나봐요.
과정은 중간생략하고 결과물은 이런 모습이 되었을거라고 짐작합니다 ;-)
작업을 마친 다음 아픈 손을 깨끗하게 씻고 로션을 듬뿍 바르니 30분 정도 후에 완전히 가라앉아서 안아프게 되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배추 절이고 씻고 꽉 짜는 일은 직접 안해봐서 그리 힘든 줄 모르겠고요...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욱신거리는 것은 그냥 날씨 탓이라고 생각할래요...
ㅠ.ㅠ
그럼 양념은 제가 직접 준비해 보겠습니다.
배추 한 포기당 고춧가루 한 컵 정도로 분량을 잡았고요, 베트남 피쉬소스 한 병이 370밀리리터 인데 한 병 다 들이붓고, 생수로 병 안을 헹궈서 마저 부었어요.
굳이 육수를 번거롭게 따로 끓여서 식히지 않고, 그냥 맛있는 피쉬소스만 믿어보기로 했죠.
찹쌀풀은 2리터 정도 되게 끓였는데, 너무 되직해서 생수를 1리터 정도 더 부어서 희석시켰어요.
올해 김장의 새로운 시도는, 모든 양념을 갈아서 넣기로 한 것입니다.
다발무는 나박나박 썰어서 배추김치 사이에 섞어 넣을 것이구요, 나머지 모든 양념 재료는 푸드프로세서로 갈았습니다.
파를 갈았더니 이렇게 곤죽이 되었지만, 이렇게 갈아서 양념을 넣으면 나중에 김치볶음밥을 할 때 김치속을 털어내지 않아도 되고, 김치찌개를 끓일 때 국물이 지저분해지지 않아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양념이 촉촉해져서 배추에 버무리기도 쉬웠어요.
어차피 양념으로 다 섞일 재료들이니 종류별로 갈되, 중간 설거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파가 묻어있는 푸드프로세서에 무를 갈아서 초록무가 되었어요 ㅎㅎㅎ
새우젓은 무를 갈 때 함께 갈았더니 기계에 묻어서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한국에서 보내주신 손목이 긴 비닐장갑이 김치 버무리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새로 이사한 집 세탁실은 주방과 가깝기도 하고, 큰 대야를 씻을 수 있는 싱크가 있는데다, 냉난방도 잘 되는 곳이라서 김치 버무리기 작업을 하기에 좋았어요.
김치를 다 만들었으니 김치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서 김치맛을 봐야죠.
칼국수는 면을 예쁘게 썰 자신이 없어서 그냥 손으로 뜯어넣는 못난이 수제비를 만들었어요.
김치를 버무리다보면 작은 배추 조각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연한 속잎이라서 더욱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수제비에 반찬으로 잘 어울렸어요.
김장하는 날의 중요한 음식 돼지고기 수육도 만들어 먹었어요.
며칠 전부터 잘 씻어서 모아둔 일회용기에 김치를 예쁘게 담아서...
예쁘게 포장해서 친한 분들에게 맛보라고 나눠드리기도 했죠.
저희집 김치 냉장고를 가득 채운 김장김치는 아마도 내년 여름까지 두고두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에요.
그 때 까지는 김치 담는 고생도 끝이죠 (야호~)
배추 절이느라 고생했던 그 아줌마 이야길랑 그냥 잊어버리고, 정말로 명왕성에 절임배추가 배달되었다는 상상을 간직할래요 :-)
재미있으니까요 ㅋㅋㅋ
오늘은 그림 사진 말고, 틴에이저가 된 코난군의 생일 사진을 부록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소년이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든간에, 어디에서 누구와 살게 되든간에, 하여간 행복한 사람이 되기만을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