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네요.
곧 겨울이 오겠고, 곧 12월이 오겠고
그러면 저도 또 한살 더 먹겠고...어흑...
저는 원래 복잡하게 생각을 안 하는 편이라...
사실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밥해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요.
솔이네집 소소하게 밥해먹고 산 얘기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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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일에 바쁘고, 정오를 전후해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걸 못 챙겨줘요.
그래서 미리미리 반찬이랑 간식을 만들어 두고
아이들에게 챙겨 먹으라고 할 때가 많답니다.
어묵을 10센티 길이로 얇게 잘라서,
고춧가루, 다진청양고추, 물엿, 간장, 식용유를 넣고 조물조물 한 뒤에
후라이팬에 약한불로 볶아서, 참기름과 소금 약간 넣은 밥을
4등분한 김에 말아주면 매콤하고 고소한 꼬마김밥이 됩니다.
카레는 아이들과 친정엄마가 좋아하셔서 자주 하는데요.
저는 카라멜라이징을 한 양파와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듬뿍 넣고 카레를 만들어요.
카레를 한 날은 친정엄마를 꼭 오시라고 해서 밥상을 차려드린답니다.
아이들 반찬으로 쏘세지 야채볶음을 만들었던 날인가봐요.
비엔나소세지는 칼집을 내서 뜨거운 물에 데치고,
토마토케찹, 고춧가루 약간, 물엿, 다진마늘, 간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먼저 소세지를 넣고 볶다가 양념장을 붓고
마지막으로 양파와 파프리카를 넣어서 후루룩 볶아냈어요.
감자도 몇 알이 남아있길래 청양고추 넣고 매콤하게 졸였구요.
밥도 새로 지어놓고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놓아도,
밥 차려먹기 귀찮은 자슥들은 라면 끓여먹고 학원에 갈 때가 있답니다.
처음에는 그럴 때마다 서운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날이 추워지면서 제 주위에는 농사를 갈무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고추랑, 무랑 배추와 양파, 고구마, 상추까지 막 가져다 주셔요.
그러면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깍두기도 만들고 양파장아찌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찌개도 끓이고 지지고 볶고 삶고 찌며 부지런을 떨지요.
15층에 사는 동생이 시댁에서 배추와 사과, 고구마를 가져왔다고 나눠주길래,
소고기를 듬뿍 넣고 배추된장국을 끓여서 한 냄비 나눠주었고요.
고구마는 압력솥에 쪄서 우리 둘째 간식으로 먹으라고
급하게 쓴 메모를 남겨두고 출근했어요.
11층 할아버지께서는 다발무 한 푸대와 시금치를 뽑아다주셨어요.
냉장고에 무가 가득하니 어찌나 든든한지. 코다리찜도 해먹고 무생채도 해먹었습니다.
시금치는 뿌리채로 뽑아서 이렇게 깨끗하게 다듬어 주셨어요.
시금치잎이 야들야들하고 뿌리도 가늘어서 뿌리채로 삶아 무쳤답니다.
오이하나 무치고 사골국에 국수도 듬뿍 넣었는데
이 날 밥상의 주인공은 시금치 무침이었어요.
이 날은 어느 주말이었나봐요.
친정엄마, 남편, 큰아이, 작은아이, 저까지 다 모여서
사골국에 국수도 한덩이씩 넣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네요.
사골에 사태도 한근 넣어서 같이 끓였더니 고기 듬뿍 사골국이 되었습니다.
어제 엄마가, 11층 할머니가 시금치를 또 주셨다며 삶아서 가져오셨어요.
저는 왜 시금치만 보면 김밥을 말고 싶은 걸까요.
달걀도 없고 햄도 없고 어묵도 없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김밥을 쌌답니다.
우엉조림은 식구들이 잘 먹지 않아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는데
김밥에 듬뿍듬뿍 넣어주었더니 식구들이 잘 먹더라구요.
주말맞이 냉장고 잔반처리 성공!
김밥 만드는 김에 진한 멸치육수를 내서 잔치국수도 끓였어요.
국수위에 얹는 꾸미는 호박볶음, 유부, 파, 달걀지단을 올렸습니다.
주말이라고 늦잠자는 큰아이한테는 따로 밥상을 차려주고요.
부녀회장님께서 주신 무 두 포대로 무김치를 담았어요.
친정엄마랑 합동작전으로 빨리 끝냈지요.
저는 일산에서 15년 이상을 살았고,
친정엄마는 제 곁으로 오신지 이제 2년도 안됐는데
동네 아주머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저의 사랑 부녀회장님까지
싹다 저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ㅎㅎㅎ
이웃분들이 주신 배추와 무, 갓이랑 대파로,
며칠 전에 엄마랑 김장을 담아서 냉장고에 저장해두었습니다.
친정엄마도 받은 것 만큼, 어쩌면 그 이상 베푸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창밖으로 빗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인간은 감정 복사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내가 웃으면 상대방도 웃는다지요.
11월에는 많이 많이 웃으시고,
잘 웃는 사람들과도 자주 만나시길.
사랑하는 이들이여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