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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힘들고 지칠 때 뭐 드세요?

| 조회수 : 9,766 | 추천수 : 5
작성일 : 2016-09-20 17:24:01

#1

“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 ~ ♬ ” 우연히 듣게 된 노랫말이다 .

키 큰 남자 가수가 부르는 이 노랫말에서 까닭 없이 오글거리는 옛 일이 떠올랐다 .

‘ 지치고 힘들 때 기대고 쉬어가라 ’ 고백하던 까마득한 시절 나의 작업멘트 !!!

‘ 기댔다가 같이 넘어지면 어떻게 하냐 ?’ 묻던 첫 사랑 . ‘ 걱정마라 ’ 큰소리치던 나 .

그런 시절이 있었다 . ‘ 지치고 힘들 때 잠시 기대고 쉴 수 있는 나무와 그늘이 되겠다 .’ 는 참으로 오글거리는 구라 .

하지만 온 정성을 담아 꼬시던 시절 . 사실 그 땐 자신 있기도 했다 .



이런 숲의 나무 같을 줄 알았다 .

 

지금은 어떠냐고 ? 다행히 같이 넘어지진 않았지만

‘ 나도 힘들어 , 조심해 !’ 를 연발하며 그냥저냥 그렇게 산다 .

때론 무심함을 반성하지만 막상 닥치면 또 적당히 모른척하며 회피하며 그렇게 .

‘ 너는 네 말을 , 나는 내말만 ’ 하는 때도 있고 ‘ 따로 또 같이 ’ 하는 때도 있고

각자인 듯 아닌 듯 그렇게 살아간다 .  



 

#2

“ 집 앞에서 저녁 먹고 들어갑시다 . 밥 없잖아 !”

“ 밥은 있지 . 냉동 칸에 . 찬밥 끓여서 김치랑 먹을까 ?”

“ 그것도 좋지 !” 하며 긴 연휴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끓인 김치죽 .


그런데 실패다 . 밥이 덜 퍼졌다 . 국밥이라기엔 국물이 또 너무 없었다 .

찬밥부터 넣고 꽤 끓였는데도 밥알이 탱글탱글 살아 있더라 .

배고픔을 이길 수 없어 그냥 먹긴 했는데 . 뭐 죽으론 실패지만 맛은 있었다 .

몸 상태가 안 좋다던 H 씨도 ‘ 따뜻하게 잘 먹었다 ’ 는 평을 했으니 .



된장찌개 먹고 싶다는 H 씨와 비빔국수 먹자는 나 . 저녁에 대한 이견이다 . 이내 H 씨 ‘ 비빔국수도 괜찮다 .’ 한다 .

참 이상한 일이다 . 비빔국수가 그렇게 땡겼는데 , 막상 부엌에선 된장찌개를 끓였다 .

두부 반모와 늙은 호박 적당히 크기로 썰어 넣고 고구마 줄기도 한줌 넣었다 .

달달한 듯 심심하게 훌훌 마실 수 있는 뜨끈한 국물의 된장찌개다 .

훌훌 마시기 좋게 된장도 채에 걸러 풀었다 .

마지막 간은 매콤한 맛을 위해 고추장아찌 간장으로 했다 .


 

냉장고에서 살짝 얼어버린 호박 한 덩이는 숭덩숭덩 썰어 고추장과 고춧가루 풀어 볶듯이 지졌다 .

호박잎과 가지무침까지 한상차림이다 .




#3

더운 곳으로 여행길

밖은 덥고 실내는 에어컨에 너무 노출되어 힘들다며 한국 음식을 찾는다 .

어느 백화점 푸드 코트에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 H 씨와 달리 나는 .


베트남 음식점 앞에 섰다 . tom yum 이란 메뉴가 눈에 띈다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 음 ~ 그리운 맛이야 ’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

나도 덥긴 더웠나 보다 . 전에 여행 중에 더위 먹고 쓰러지기 직전 ,

시골식당서 저 뜨끈한 국물 먹고 살아났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보니 .






#4 

같이 해도 좋고 따로도 좋고

굳이 기대지 않아도 지긋이 봐줄 수 있었으면

아니 서로 봐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


담담하고 담백하게 서로 삶을 채워가는 걸

이웃처럼 봐줬으면 좋겠다 .

지치고 힘들어 기대면 피하지는 않지만

내게 기대라 하지 않으련다 .

기대하지도 않으련다 .

 

사이프러스처럼 서 있기만 하련다 .

쓰러질 때까지 .

무심히

무심함을 참회하며 .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니네
    '16.9.21 9:22 AM

    오후에님 글을 보면 항상 한편의 수필을 읽는것 같은 느낌이네요. 밥상도 항상 건강식이구요~~~

  • 오후에
    '16.9.21 6:09 PM

    글이 좀 심심하죠. 밥상은 귀찮음과 고기를 멀리하는 식구가 있으면 저리되는 듯도 합니다.

  • 2. 찬미
    '16.9.21 9:44 AM

    글올리시면
    항상
    음식보며 한번 훑어서 읽고
    다시 정독한답니다^^

  • 오후에
    '16.9.21 6:10 PM

    감사합니다. 정독까지 하신다니 웬지 조심스러워지네요. ㅎㅎ

  • 3. 초록발광
    '16.9.21 2:21 PM

    오후에님 밥상을 보면 늘 정갈하고 담백하다는 감탄과 함께 자극적인 매운 맛에 길들여진 제 입맛이 부끄럽습니다..하지만 그 맛이 주는 즐거움을 또 포기할 수가 없다는 반전...;;

    어려서 아플때는 늘 황도!통조림을 원했고
    커서는 매운 닭발과 소~주를 떠올리네요 ㅎㅎ

    첫번째 사진 어딘지 궁금합니다, 몹시~

  • 오후에
    '16.9.21 6:12 PM

    저도 매운맛을 즐기는 편이라 그 맛이 주는 즐거움을 알것 같습니다.
    매운 닭발과 소~주! 해질녘인데 참!

    대만 아리산이란 곳입니다. 삼나무슾입니다.

  • 4. hangbok
    '16.9.21 7:45 PM

    호박을 심어야 겠어요. 호박잎이 팍 땡깁니다.

  • 오후에
    '16.9.23 12:36 PM

    호박잎 꽤 씀씀이가 많죠. 맛만큼이나

  • 5. myrrhdaisy
    '16.9.21 10:32 PM

    아..어쩜 어쩜
    이렇게 멋.있. 으면 어쩌란 말인가요.
    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
    한그루 맘속에가슴속에 심긴
    한그루 한그루만 바라보겠어요
    """무심히
    무심함을 참회하며"""

  • 오후에
    '16.9.23 12:37 PM

    시간가며 변해가는 관계들에 대한 무심함,반성입니다.
    반성하고 또 무심해지고 반복이지만... 멋있는 일 아니랍니다.

  • 6. 녹차잎
    '18.1.20 10:27 PM

    잡곡밥에 멸치 몇게 묵은지 넣고 푹 끓이면 입맛이 생깁니다
    간단한 끼니 , 해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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