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천재토끼 차상문 - "인간이... 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

| 조회수 : 7,157 | 추천수 : 25
작성일 : 2011-03-16 14:32:33


도서관보다 서점이 가까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요즘 주말이면 서점에 놀러가는 재미에 빠졌다.
새로 나온 책, 베스트셀러를 들춰보기도 하고
주욱~ 제목만 훑어보다 서가 구석에서 반짝거리는 보석을 찾기도 한다.
책 구경이 백화점 구경에 뒤지지 않는 즐거움을 준다는 걸 미처 몰랐었다.
게다가 맘에 드는 책 뽑아들고 얼마든 볼 수 있으니…….
내가 가는 분당 00문고는 서점 한 가운데 커피전문점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천재토끼 차상문’ 기괴한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도입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이걸 읽어 말어’망설이게 했던 소설.
‘뭐지?’ ‘뭘 말하려고 이러는 거야?’ ‘토끼영장류는 무슨 의미지?’ 이런 의문을 품으며 읽다 빠져들었다.
태생부터 현대사의 폭력과 맞닿아 있는 차상문, 한 토끼영장류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본주의’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상상력과 사유에 어느 새 동참한다.

팽팽한 긴장으로 토끼 영장류와 출현의 비밀을 물어가던 상상력이 “인간이…… 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라는
명징한 문구로 실토해버린 작가의 뒷심에 맥이 풀리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이런 책은 공짜로 읽으면 안 될 것 같아 비록 다 읽은 책이지만 장바구니에 담았다.

K가 읽어도 좋고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좋을 듯싶어.
주위에 있었을지 모를, 땅이 놀랄까 쿵쿵 걷지 않는 토끼영장류에게 혹여 상처준적은 없을까 되물으며.

차상문이 벌이는 행각 중
‘헉~ 하도록 슬펐으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 세 가지씩 말하기’ 같은 기발한 놀이의 유쾌함은
그 장소(룸살롱) 때문에 통쾌하기도 신선하기까지 한 덤이다.

아무래도 주말이면 서점에 놀러가는 요상한 소비 취향은 당분간 지속될듯하다.
봄이 오고 있으니 활짝 핀 벚꽃 길을 걸어 들리는 서점의 즐거움은 더 깊어지겠다.






다시 쌀쌀해졌다.
봄이 마음만큼이나 오락가락하나 보다.

두부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시원하고 따뜻한 된장찌개다.
금요일 저녁 H씨가 준비한 심심한 된장찌개와 깻잎반찬에 밥이 모자랐다.








전날 된장찌개를 먹었으니 다음날은 고추장 두부찌개를 끓였다.
냉장고서 2주째 굴러다니는 콜라비는 나박하게 썰어 간장, 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로 무쳤다.
고명으로 건포도와 잣 한줌 넣으니 달고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맛을 본 H씨 칭찬에 너무 춤췄나보다.
욕심을 내 향까지 보태보겠다고 허브(타임)을 뿌렸는데 상상했던 향은 어디가고 김치 군내가 났다. OTL (ㅠ.ㅠ)
뭐든 적당할 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아침 먹고 H씨와 공원을 걷다 서점서 본 천재토끼 차상문.
고백하건데 한번도 ‘진화의 종착지가 인간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프레임 밖을 감히 나올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만큼 충격이었다.

이래저래 심란해지는 요즘 토끼영장류들이 번성한 세상을 상상하며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명씨는밴여사
    '11.3.16 2:38 PM

    서점의 책냄새가 여기까지 느껴져요.

  • 2. 무명씨는밴여사
    '11.3.16 2:44 PM

    이힛- 나도 일등 한 번 했다~
    윗글쓰는 사이 누가 일등 할까봐 짧게 쓰고 얼른 올려버렸다능.
    콜라비를 무생채처럼 파, 마늘, 고춧가루, 간장, 멸치액젓, 소금으로 무쳐먹어도 맛있어요.
    밥 비벼먹으면 더 맛있죠. 추릅.
    나물도 맛있어 보이네요.
    그댁 식탁만 멋있는 줄 알았는데 접시도 예쁘구만요.

  • 3. 오후에
    '11.3.16 2:50 PM

    무명씨는밴여사님//ㅎㅎ 축하드립니다. 일등. 담엔 무생채처럼 해먹어봐야겠네요. 무채에 밥 비벼먹는거 무지 좋아하는데... 접시 짝이 좀 안맞지요.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 4. 가브리엘라
    '11.3.16 3:41 PM

    한동안 잊고있었네요. 서점가는 재미..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에 차분한 바람이 불어온듯.
    오후에님 글읽다보면 옆도 안돌아보고 달리다가 한템포 쉬어갈수있는 여유를 주시는덧같아요.
    좋은 오후되세요~^^

  • 5. 미란다
    '11.3.16 7:24 PM

    키친토크에 책 이야기가 올라오니 정말 신선하네요^^

  • 6. 오후에
    '11.3.17 9:09 AM

    가브리엘라님//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좀 여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디지이노이드님//인간암?종... 하하하 웃게만드십니다. 그런일은 없을겁니다.

    미란다님//원래 부엌이란 곳이 생활의 온갖 것들이 드나드는 곳이잖아요. 책얘기도 하고 시국 얘기도하고 아이 걱정도 하고 배우자 흉도 보고 만들기 무섭게 먹기도 하고... 그리고 또 음식만들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3627 봄날 오후의 티타임에 즐기는 청포도치즈케이크~ 11 예예 2011.03.18 7,420 34
33626 엄마 마음 9 오후에 2011.03.17 9,655 33
33625 삼겹살 팽이버섯말이 7 용필오빠 2011.03.17 9,349 23
33624 1박2일 이승기도 반한 비빔당면 만들기~ 49 예예 2011.03.17 24,329 44
33623 요리의 기본 다시물재료 덕장이 따로 없어요^^* 8 경빈마마 2011.03.17 9,660 26
33622 천재토끼 차상문 - "인간이... 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 7 오후에 2011.03.16 7,157 25
33621 현대식 제삿상이라고 해도 될지.... 38 J-mom 2011.03.16 19,627 96
33620 봄철 건강식~/장어우엉잡채 예예 2011.03.16 4,877 28
33619 누구라도 쉽게 담글수 있는 입맛도는 부추김치 18 경빈마마 2011.03.16 16,436 1
33618 엄마가 그리울 때 - 시나몬슈가 도넛 7 제니퍼 2011.03.16 6,920 30
33617 봄나물 냉이를 넣고 된장찌게를 끓여 먹었어요. 1 송이 2011.03.16 4,529 21
33616 매일 그 밥상이 그 밥상이지만.. 16 브라운아이즈 2011.03.15 12,167 36
33615 허한 속을 채워주는 건... 7 푸른두이파리 2011.03.15 5,906 35
33614 어제 올린글이 사라졌더랬어요+_+ ㅎ 오늘의 점심.. 9 그린그린 2011.03.15 6,501 36
33613 돕는다는 건 - "힘내라 힘" 7 오후에 2011.03.14 9,299 32
33612 민서엄마의 Fruit Tart 49 에스더 2011.03.14 11,665 33
33611 해물 청국장 9 추억만이 2011.03.13 6,824 36
33610 간단한 레십들 + 사는 이야기 12 Ashley 2011.03.12 20,649 57
33609 우리공주님 연근전을 연근빵이라 불러요 ~ 파슬리연근전 2 기쁨맘 2011.03.12 7,386 31
33608 낙지볶음을 타고온 첫사랑~~ 27 오후에 2011.03.11 12,954 45
33607 우엉김밥, 햄김밥 49 에스더 2011.03.11 13,995 35
33606 밀린숙제 이야기... 49 셀라 2011.03.11 5,897 30
33605 간단하면서도 참 맛난 국 한가지 이야기와 레시피입니다..^^ 49 보라돌이맘 2011.03.10 28,876 1
33604 내가 전생에 우주를 구했지 ㅋㅋ 5 오후에 2011.03.10 10,980 41
33603 멍게비빔밥 49 프로방스 2011.03.09 13,251 48
33602 미쿡슈퍼에서산 코리안불코기... ㅋ ^^;; - >'))).. 25 부관훼리 2011.03.09 14,293 58
33601 호두과자가 먹고 싶지만 호두가 없을때 .. 49 크리미 2011.03.09 7,688 33
33600 음식 몇가지 뿌시럭~ 애들사진 244 순덕이엄마 2011.03.08 38,11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