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우연히 알게된 블로거가 있습니다
글을 어찌나 잘쓰시는지 그 분 블로그에만 다녀오면 격하게 글쓰고 싶은 마음이
일시에 사그라드는 느낌을 받곤 했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의 고향분이시고, 거기다 제 고등학교 까마득한 선배님이시기도 했지요
그런데도 사람 사귀는데에 젬병인 저는 유령처럼 그 분 글을 훔쳐만 보고
댓글하나 제대로 안달고 빠져나오기 일쑤였는데
어느날, 이 분이 조리사 자격증을 따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동안 물귀신처럼 들락거리던 미안한 마음에
마침 저에게 남는 조리사복이 있어서 보내드렸구요
그렇게 몇달이 지났고 저는 가끔가끔 그 분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왔는지 들여다보고
흔적없이 돌아나오곤 했는데
며칠전, 생각지도 않은 귤 박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외출하고 돌아오니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는데 저는 택배 보낸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잘못 배송된거라고 박박 우겼다지요. 나중에 남편이 보내신분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고 나서야
제게로 보내주신 귀한 선물인것을 알게 되었지요.
박스안에는 재배하신 분의 귤 요리법과 A4 앞뒤면에 빼곡히 적힌 편지까지 들어있어서 귤을 먹는대로
껍질을 모아뒀다가 귤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유식하게 말하면 진피차~~
어제 군에간 아들에게 소포를 보내면서 귤도 20여개 넣어 주었는데
휴가 나올때 껍질은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고 쓰고 싶었답니다.
귤을 보내주신 분과, 재배하신 분의 글을 토대로 먹기도 아까운, 버리기도 아까운 껍질로 귤차를 만들었습니다
(반드시 유기농 귤이어야 합니다)

가위로 얇게 저미듯 썰어서 3일정도 실내에서 말렸습니다

잘마른 귤 껍질을 약한불에 살살 덖어줍니다.

노란빛이 강해지면 불을 끄시고~ 한 김 빠지도록 기다려주세요
지퍼백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어요
멸치조림할때도 같이 넣어서 하면 좋다고 하네요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후 이렇게 예쁜 색이 나옵니다. 마치 감국차를 보는듯 합니다

찬물에도 잘 우러나네요. 서너번 우려내도 손색이 없습니다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귤향이 은은합니다.
키톡에 무엄하게 입성한 기념으로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