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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과 손을 잡고 싶다.
보리수네집 조회수 : 280
작성일 : 2011-01-28 20:07:30
농부는 농사만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온 에너지를 소진할 판인데,
내가 지은 먹거리를 가격을 책정하고, 내가 여기서 쌀을 팔고 있노라고 홍보하며
판로 걱정까지 해야하니 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던가.
시골에서는 친환경농사를 지어봐야 가격이 고가라며 쳐다보지도 않고, 되려 비웃음을 산다.
그렇다고 매번 지인들에게 팔기도 미안한 노릇이다.
필요한 주인을 바로 찾을 수 없는 경우 우리가 애써지은 이 귀한 농산물은 금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골치덩어리가 되기 일쑤이다.
어떤농산물은 유통이 정해지지 않으면 금새 시들거나 못쓰게 되므로
헐값에라도 어서 넘겨야 할때도 있다. 유통구조가 좁을 때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좀 적게 쳐주더라도
농협이나 정미소, 생협이나 마트같은 곳에 대량 수매하여 버린다.
신경을 덜 쓰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유통망은 중간마진이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농부는 적은 인건비를, 소비자에게는 비싼 농산물을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이 비싸다는 인식만을
농부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빈곤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는 인식만을 갖게 된다.
그나마 대농이라면 어느정도 수지타산을 계산해볼 법도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소농이나 가족농을 죽이는 악습이다.
그런 시스템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직거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소농이 직거래로 살아남는 관건은, 유통구조를 어떻게 넓혀야 하는가이다.
그 대안이 바로 SNS인데, SNS를 통해 직거래 그물망구조의 유통망을 만들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이 바로 전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과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들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유통망구조를 넓힌다는 것도 말처럼 그다지 쉬운일은 아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SNS라는 거대한 그물망구조에서
자기가 지은 농산물을 알리고 소비자에게 자신의 먹거리를 믿으라고 하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필요할까.
직거래의 핵심은 가격을 낮추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믿음을 얻기까지 어떤 일들을 해야할까
소농이 농사지어서 먹고살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제 농업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흙과 모든 생명, 진짜 마음이 지나가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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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 박노해
시가 흐르지 않는 것은
상대하지도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성스럽지 않은 것은
다가서지도 않았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도 노동도 혁명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잇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힘들어도 시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용납할 수 가 없었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이념도 조직도 투쟁도
그렇게 내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었다
긴 침묵 속에 천천히 비틀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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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발간된 박노해의 시집에서 이런시를 읽었다.
시를 읽고 나니 몸이 뜨거워진다.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게 있어 농사는 시가 흐르는 것, 아름다운 것, 성스러운 것이다.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으며, 힘들어도 시심으로 할 수 있는 것,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것이 농사이다.
감히 말하건데, 나는 세상에 농사만큼 숭고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가장 생명과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생명의 근본을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일이 농사이다.
허나, 농사는 도시소비자들에 맞춰 대량 생산을 하면서
커다란 공장단지로 변한지 오래되었고,
숭고하게 자라 모든 생명을 일깨우던 먹을거리가
그저 공산품처럼 전락하고 말았다.
농사의 도가 바닥을 치고 있고, 우리는 밥상에서 감사의 기도를 잊었다.
식탁은 점점 간편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자기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먹을 거리들은 쓸쓸하고 고독해보인다.
보이는 것은 황제의 밥상이지만,
내막을 알고보면 노예의 밥상인 먹을거리들 앞에서
소비자들도 이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본인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진 무엇을 먹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조금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농사의 도를 잃지 않은<진짜>농산물을 구입하고 싶어한다.
그들 역시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데 아무렇게나 지은 것을 견딜 수가 없어하고
힘들어도 시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지은 것은 용납할 수 가 없는것이다."
그들이 사고 싶은 것은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시가 흐르는 것, 아름다운 것, 성스러운 것이다.
아름답게 지은 먹거리, 힘들어도 시심으로 지은 먹거리,
괴로워도 성스럽게 지은 먹거리를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매장에 붙은 유기농라벨이 그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그런것이다.
그냥 친환경인증서가 아니라 그런 시심을, 그런 아름다움을. 그런 성스러움을 구매하고 싶은 것이다.
유기농산물이라는 친환경인증마크를 달고 나오는 농산물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지구를 지키고, 내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신념들 속에는
그저 먹거리에 대한 선택을 넘어선, 더 옳고 더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려는 의지가 있다.
웰빙이라는 언어처럼 이 것은 유행이 아니다.
세상의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구매의 시스템에선
대형마트보다 인터넷이라는 곳이 분명 더 드라마틱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곳에선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주기적으로 계속 한사람의 삶을 방송하듯이
자신의 농사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자신의 반성과 깨달음도 같이 적어내려가는 동안
그는 소비자에게 이 먹거리들의 성장이력서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간접적인 체험과 간접적인 깨달음을 준다.
생산자가 소비자와 진심으로 통하는 어떤 하나의 관계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것은 일차적인 소비를 떠나서 하나의 희망이 된다. 농업의 미래가 된다.
대농으로는 생명을 살리고 자연과 순환하고 공유하며 섞이는
아름다움을 같이 가지고 갈 수 없다.
내가 최대한 기계를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지을 수 있는 농사법으로
자연과 나 자신을 살리고, 그 진심이 담긴 농사를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같이 나누는 것.
힘들지만 진짜 길을 찾아 나서는 살아있는 농부가 되어야 한다.
요즘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농부들은 대체로 컴퓨터를 두려워하고,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홈페이지 제작비용이 많이 저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홈페이지 제작비용에는 거품이 많다.
홈페이지를 만든 다음에도 문제인데, 농부들은 땅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컴퓨터를 들여다 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누군가 대신 관리를 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대체로 많은 농부들이 홈페이지 운영에 실패한다.
대략,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보조받아 60만원~100만원이 들고
관리자를 사서 운영하는 경우, 한달에 얼마정도의 돈을 낸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내 홈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뭘 파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비용이 들어간다. 홍보비용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클릭한번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오버츄어 광고에서부터,
검색어에 등록하는 키워드광고,
검색하면 내 홈피에 대한 정보가 무한 정열되는 최적화작업,
유명매체에서 올해의 성장가능한 유망중소기업등의 제휴를 요구하는 제휴광고까지
광고의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하고 비용또한 만만치 않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상경에 대한 무시무시한 예언론은
이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속으로 들어온다.
깜박,얇은 귀를 펄럭거렸다간 집안망하기 순식간인 구조이다.
나의 경우, 밤시간에 홈피를 만들고 혼자 얼렁뚱땅 오픈을 해서 내가 운영하고 있다.
이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쓰고 있는 영농일기를 보며
찾아와주고 격려해주는 고객들이 한 두명씩 늘고 있다.
정말 감사한 것은,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스스로
우리집에 대한 이야기를 본인의 블로그에 적어주고
네이버까페에 상품평을 올려주며 입소문을 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심이 통한다는 말을 믿는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온 마음과 에너지를 걸어
당신의 마음과 손을 잡고싶다고 우주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어떤 삶이 다큐멘터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본인 스스로 자연과 모든 생명,
진짜 마음이 지나가는 다큐멘터리가 되어야만
소비자들은 관객이 되며 그들과 같이 생명을 기르고 본성을 이해하며
다시, 자신들의 밥상에서 기도를 찾을 것이다.
IP : 121.187.xxx.4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1.28 8:40 PM (116.126.xxx.195)홈피 방문해보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2. 내일
'11.1.29 5:32 PM (118.43.xxx.206)참 마음이 아프네요. 저희도 아이들이 생명농사를 짓는이들이 되길바라지만 아이들이 그럽니다
엄마 아빠가하는 일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지만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산길도 사람이 다니다
보면 길이 된다고 하도군요.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만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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