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게시판에 있는 졸업생의 글이라 합니다.
홍대생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생들, 그리고 저같은 기성인에게도 해당되는 멋진 글이라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절====취====선===========================
졸업생입니다.
저는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임을 먼저 밝힙니다.
오늘 학교 근처에 갈 일이 있어 학교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하버드 vs. 홍익대 기사도 봤고 홍익인 게시글도 거의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
거두절미하고 저는 여러분이 너무 '홍익인의 여론'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우리를 비난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 하버드 vs. 홍익대 기사는 상당히 편협되었지만
진보 언론, 김미화씨, 김여진씨, 그리고 여론이 말하고자하는 요지가 무엇인지
많은 분들이 파악하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라 칭하는 이유는 파악하지 못한 분도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비난할 땐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홍익인의 여론'의 요지가 무엇입니까?
우리는 청소노동자를 지지한다. 그러나 외부세력은 반대한다. 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운동권이 교묘하게 약자의 편에 선 척 하며
자기들 소리내는데 그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대학시절 내내 반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소음문제도,
제가 학교다닐 때 중요한 공부를 해야하는데 시위소리때문에 방해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분의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오해 없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 요지에서 여러분은 한 발자국이라도 더 떼셨습니까?
마음으로 지지하고, 가끔 들러 그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홍익인에서 외부세력 비난하고,
그게 여러분이 이번 사태에 취하고 계시는 최선의 대처입니까?
저는 오히려 그 요지는 진짜 요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완전 외부인이 아닌 졸업생이 봐도 so what? 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납니다.
우리는 청소노동자를 지지한다. 그러나 외부세력은 반대한다. 그래서요?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갇혀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홍익대 총학생회의 행동은 외부에서 보면 "그러므로 외부세력과 함께하는 청소노동자도 반대한다"입니다.
그건 아니시겠죠. 저는 당연히 후배여러분의 결론이 그게 아님을 압니다.
제가 지금까지 홍익인 글을 열심히 읽어본 결과 여러분의 요지는
"우리는 청소노동자를 지지한다. 그러나 외부세력은 반대한다. 그러므로 외부세력이 나가줬으면 좋겠다"
인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글이 외부세력 규탄글이니까요.
자, 이제 제가 왜 so what? 이라 하는 지 아시겠습니까?
외부세력이 나가줬으면 좋겠으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홍익인에 손가락 아프도록 나가라 나가라 글 쓰고 맞아요 운동권 싫어요 리플달면 나갑니까?
무조건 움직여서 쫓아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가서 청소노동자 분들이 팜플렛도 플랜카드도 확성기도 없이
여러분들이 바라듯이 그분들끼리 조용히 시위하시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홍대는 홍대학생들끼리 할수있다 그러니 나가라 하려면
여러분이 외부세력 대신 같이 추운날 모여 시위하고 팜플렛나눠주고
플랜카드 걸고 소리쳐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키보드로 전쟁치르면서 운동권, 외부세력을 청소노조와 분리시키면
여러분은 정치색 없는 진짜 생존권 투쟁이 시작되었다며 기쁠지 몰라도
청소노동자분들이 보시기엔 학생들이 나서서 시위도와주는 사람들 몰아낸 것 같지 않을까요?
사회적으로 이슈 만들어서 청소노동자분들 돕는 게 여러분이냔 말입니다.
외부세력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홍익인의 여론이 책임질 수 있는 여론이냐 묻는 겁니다..
책임질 수 없으면 외부세력에게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책임질 수 여론을 만들라는 겁니다.
여러분은 좀 더 입체적이고 냉정한 머리로 so what?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후배 여러분이 해야할 행동은
1. 교내의 정치색 있는 플래카드 떼어내고 학생들이 만든 순수한 플래카드로 채운다.
(축제 때 연예인 하나 덜 부르고 총학이 진짜 돈 써야할 곳 아니겠습니까?)
2. 모여서 정문으로 가서 외부세력보다 더 큰 소리로 청소노동자들의 복리를 외친다.
3.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으니 외부세력은 나가라 요구한다.
4. 학교를 상대로 청소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이겨서, 이 모든 오명을 멋지게 씻는다.
입니다.
외부세력이 저렇게 학교에서 큰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들을 비난하는 홍익인 내의 이 크고 많고 거친 소리가
인터넷을 끄고 컴퓨터 책상에서 일어나 진짜 용기를 내고 몸을 움직여야할 현실로 돌아오면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목소리를 모으지도 몸이 모이지도 못합니다.
미안합니다만, 이게 바로 키보드 워리어 아닙니까?
이거야 말로 뜨거운 척 하는 마음, 냉철한 척 하는 무관심, 좀 더 지켜보는 척 하는 무기력함 아닙니까?
여러분은 정치에 대해 논하는 지성인의 나이와 대학생 신분을 가진,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사실 잘 모르겠는 어린 아이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이것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는데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사람에겐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행동하는 것도 다르니
내가 행동하지 않는다하여 나를 비난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선동하는 마인드이다.'
라고 하는 것을 읽었습니다.
대학생이라 해서 움직여야 한다, 깨어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제일 싫다고 하는 사람도 너무도 많이 봤습니다.
진보를 지지하지 않고 노동자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대학생 마인드가 아니다
하는 것도 그렇게 싫으시다면서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오랫동안
그것이 대학생 마인드다, 대학생은 그래야 한다 라고 말하겠습니까?
그 모든 게
젊고 수중에 가진 건 없어도 머리는 비상하고 포부는 큰 대학생이 아니면 가지기 힘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수수방관 혹은 소극적 행동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입니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강요하는 게 나쁘다는 건 다 압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은 존재하는 법입니다!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불합리하게 처우했다면 분노하는 게 사람의 정리입니다.
내가 갑이라도, 태생이 갑이라도, 자수성가한 갑이라도, ,
넘치게 가진 갑이 약자인 을을 서럽게 할 때
누가 개입되었건가에 상관없이 을 편에 서서 갑에 화내 줄 수 없는 겁니까?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은 낡았다고 비난하면서,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는 썩었다는 걸 느끼면서,
왜 깨어있는데에는 싫다고 하십니까? 귀찮은 걸 멋지게 포장하는 거 아닙니까?
하기 싫어도, 나 공부하고 스펙쌓느라 바빠도, 나는 다원주의자라 획일적인 거 딱 질색이어도,
그 획일적인 대학생 마인드가 사회를 바꿔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라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짧은 시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 흘러흘러 왔기 때문에
여러분의 생각도 흘러흘러와서 복잡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처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십시오.
너무 안타깝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왜 우릴 비난해? 하기전에
모두가 우리를 비난할 땐 이유가 있지않을까 한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저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홍대 학생들이 먼저 반성하고, 각성하고, 나아가 행동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내어 말씀드리건대,
틀린 건 여러분인듯합니다.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 곳의 분위기를 잘 압니다.
하지만 해야할 말은 해야겠기에 졸업생이 주제넘게 이 밤에 호소합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홍대 게시판에 있는 졸업생의 글이라 합니다.
참맛 조회수 : 1,599
작성일 : 2011-01-08 12:05:16
IP : 121.151.xxx.9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건
'11.1.8 12:14 PM (210.113.xxx.31)한단어로 요약가능하네... 데모합시다
2. 참맛
'11.1.8 12:21 PM (121.151.xxx.92)이건/ 이 글에는 상황에 대한 몇가지가 빠졌으니 그리 볼 수도 있네요.
1. 최저임금에 미달하니 올려 달라.
2. 고용승계를 해달라
는 게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즉, 생존권에 관한 거지요.
그걸 시끄럽다, 데모다 해서 색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거냐에 대한 글입니다.3. 다른표현
'11.1.8 12:43 PM (58.142.xxx.194)키보드워리어짓 그만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얘기네요.
젊고 수중에 가진 건 없어도 머리는 비상하고 포부는 큰 대학생이 아니면 가지기 힘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동감합니다.4. 참맛
'11.1.8 12:45 PM (121.151.xxx.92)다른표현/ 하버드 하고 비교한 사진을 어제 저가 퍼왔었는데, 퍼오면서도 찜찜 했었지요.
그런데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부 아주머니나, 아저씨에게 반말한 학생을 학생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토록 한 게 기사에 오르고 내렸었지요.
하버드라고 해서 청소용역부들의 문제를 근본부터 치유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물론 기여한 바도 많지만. 우리 대학생들도 한 게 없다고는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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