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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아파트 조회수 : 766
작성일 : 2010-07-22 10:43:33
아파트 얘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네요.

가난한 집 장녀로 살다보니, 어릴적엔 주민등록등본 페이지가 훅훅 넘어갈 정도로 맨날 이사다니고, 월세 걱정하는 엄마모습 보는 거 슬퍼하면서 자랐거든요.
남편도 그저그런 없는 집 자식.

둘 다 공부들을 그런대로 해서, 없는 돈 끌어모으고 대출받고 장학금 받고 해가면서 억지로 대학들 졸업해서 괜찮은 직업들 갖고, 그 후에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없는 집들인 거 서로 알고 결혼했으니 후회도 없고, 이해의 폭(?)이 서로 넓을 수 있다는게 슬픈 장점.

2003~4년쯤부터 집을 사볼까 고민을 했더랬죠. 둘 다 이사에 치를 떠는 사람들이고, 아이들은 그렇게 안 키우고 싶어서요.
빚에 지친 사람들이었으니, 대출끼고 집을 산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그저 우리 가진 돈에 맞춰보자고 고르고 고르다보니 점점 아파트 값이 미친 듯 치솟더군요.
그리고 2005년이 되니, 진짜 이제 꽤 모았다 생각했던 저희 재산은, 서울서 감히 집을 살 수 없을만큼의 돈이 되어가기 시작하구요.
불안해졌습니다.

안되겠다....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자.
가진것도 없고, 양가에 들어갈 곳만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직장 괜찮으니 연봉 믿고 최대한 대출을 받아 드디어 2006년에 집을 샀습니다.
사고 나서도 1년동안 쭉쭉 집값이 오르더군요. 강남도 아니고 못사는 동네였음에도 불구하고 1억이 훌쩍 넘게 한해만에 올랐죠.
대출 이자에 삶은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집값이 오르는게 좋았냐...그렇기도 했겠지만, 이제 그나마 우리가 살 집이 생긴거고, 몇달만 더 망설였으면 정말 집없이 평생 살게 되었을지도 몰랐다는, 좀 늦었지만 얼마나 잘 한 결정이었나...그 올라가는 집값이 증명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드디어, 우리도 부자는 아니지만 극빈층은 벗어난 삶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구나...우리처럼은 자라지 않게 해줄 수 있구나..

사실 계획은 그랬습니다.
3년 후에 대출이 부담스러운 이 집을 오른 가격에 팔고 나면, 대출 정리하고 여기보단 못하지만 더 싼 집으로 대출없이 이사갈 돈만 딱 떨어지면, 그때부터 다시 열심히 저축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면 되는거다.

근데 2년째부터 다시 집값이 내리막을 타네요.^^;
우리는 그 동안, 부지런히 아껴서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며 쪼그라든 삶을 살고 있구요.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좀 힘들게 살아도 괜찮다. 일단 이 집을 팔면, 그리고 대출이 없이 싼집을 구해 이사가면 그때부터 우리도 지금보단 좀 편하게 살 수 있다...하면서 서로 힘내고 있었는데..뭐 이렇게 되었어요,.

제가 집을 사던 당시에, 제 주변에 제 또래 친구들, 제 남편또래 친구들...대부분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대출 만땅 받아서들 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모이면 다 그랬죠. 대출 깔고 앉아서 힘은 들지만, 그래도 지금 못 샀으면 영원히 집없이 살아야 했을거다..

제가 요즘 그래서 우울해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가끔 한번씩 피가 마르는 것 같은거에요.
앞으로 10년도 넘게 저축 못하고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이 집 하나 남으면 그 나이에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한참 공부할 우리 아이들은, 결국 집은 있을지 모르지만 또 우리처럼 학교 등록금을 걱정해가며 우리 눈치를 보게 될건가..
많이 욕심부려 투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그저, 하늘을 뚫고라도 올라갈 것 같은 집값이 무서워서, 일단은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고, 그 뒤에 다시 팔고나면 대출을 정리하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나가서 대출없이 살 수 있을거라는, 그럼 지금 이 대출이자들이 고스란히 저축이 될테니, 우리 생활이 얼마나 평화로울까..이 정도 꿈.

그래도 그 아이들이 우리 나이가 될 때쯤엔, 우리처럼 쫓기듯 집 때문에 두려워하며 일상을 포기할만큼 빚을 내서 매달리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게 나은 길이긴 한건가...지금 이렇게 집값이 내려가는 걸 그나마 좋은 쪽으로 그렇게 해석해가며 달래야 하는거겠지..

우울해하는 저만큼, 남편도 말은 안하지만 그렇게 답답해하고 있을 걸 압니다.
저에게 너무 걱정말라고, 어쩔 수 없으면 그냥 대출 갚아가면서 맘편하게 먹고 살면 되는거라고 말해주면서도,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거든요.

저도 자꾸 마음을 달리 먹어보려고 합니다.
직업 있고, 아이들 건강하고..꾸준히 대출갚아갈수는 있으니, 우리가 애초 생각했던대로 착착 진행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집에서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구요.

저를 바보였다고, 아님 그게 투기꾼의 마음이었던 거라고 생각하며 욕하실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힘내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같은 분들, 적지 않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다같이 힘내서 살아봐요.^^
IP : 125.186.xxx.1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
    '10.7.22 10:48 AM (125.178.xxx.192)

    똑같이 2006년에 집 산 사람이네요.
    그 심정 절절히 동감하죠.

    이제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이라
    내 집하나 장만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원금상환하고 살아요.

    그나마 여기서 아이 잘 컸고..
    학교생활잘하고 동네 살기 좋다는데
    많은 위안을 삼고 있어요.
    초딩인데 고딩까지 살고 싶은 곳이라요.

    원글님도 좋은점 생각하시면서 잘 버티세요.

  • 2. 눈 딱 감고
    '10.7.22 10:57 AM (211.44.xxx.175)

    집값은 떨어질지 아님 다시 오를지 아무도 모르는 일...
    우리 가족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때 당시엔 집이 필요했고 그래서 사셨던 것이고
    또 거기서 아이들과 단란하게 살아오신 거잖아요.
    아직 갚을 돈이 남았다고 하지만 직장이 있으니 뭐가 걱정이십니까.

    이 세상 인생이 내가 계획한 대로 착착되는 경우가 어디 그리 많겠어요.
    누군가는 이 불황에 실직했을 수도 있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으며..
    다른 불행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행복을 느끼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진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가진 것이 많다고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거에요.

    가족의 건강, 행복, 그런 것들과 집값 오르는 것을 맞바꾸자고 하면
    그러시지 않을 거잖아요.

    생각해봤자 골치 아픈 일은 그저 눈 딱 감고 잊어버리세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그깟 집값 안 오른다고 우울해하면 본인만 손해인 거에요.
    수명까지 줄어드는 느낌이라니 더욱 안 될 말이지요.
    사람은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게 마련이에요.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후회할 것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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