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한총리님에 대하여2

... 조회수 : 989
작성일 : 2009-12-19 02:18:07
한총리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앞글에 이어 몇가지 에피소드를 덧붙입니다.
물론 그분은 이런 이야기들이 알려지는 걸 좋아하시진 않겠지만...

결혼 여섯달만에 남편이 잡혀간 뒤
한총리는 경동교회의 강원룡목사의 도움으로 밥벌이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교회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곧 크리스찬아카데미 간사가 되지요.
한총리가 벌어들이는 적은 돈은
옥에 갇힌 남편에게 보낼 책을 사고, 약간의 용돈을 차입한 뒤에야
가족들한테 쓰일 수 있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올망졸망한 동생들은 적어도 여섯달에 한 번은 좀더 구석지고, 좀더 높은 동네로 이사를 갔습니다.
(훗날 박교수님은, "그때 그렇게 책을 넣어달라고 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이었는지..." 하셨습니다.)

13년 반만에 집에 남편이 돌아오던 날,
한총리는 방에 드러누워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그간의 고통과 슬픔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온몸이 아팠지요.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월셋방을 얻어 '늦은 신혼'을 시작합니다.
한총리는 여성운동을 하는 한편 여성학 강사로 전국을 돌고
번듯한 곳에 취직을 할 수 없는 남편은 번역으로 푼돈을 벌어 살림을 꾸리셨지요.
한총리대신 아들을 돌봐야 했던 남편은 어린 아들을 기저귀를 둘러 등에 업은 채 책을 보셨습니다.
...
세상이 좋아져 남편에게 외국에 갈 수 있는 여권이 나오자
일본에서 박교수를 초청해 부부는 일본으로 갑니다.
그러나 마침 종군위안부 문제가 터져 한총리는 일본에서도 여성운동을 계속하셨고
박교수님은 박사학위를 받으십니다.
일본 체류가 끝날 무렵, 박교수님은  미국의 초청을 받아 한총리와 함께 미국으로 가시게 됩니다.
박교수님이 퀘이커교도가 된 것은 그때의 일이지요.
미국에서 여성학 박사논문을 마무리하던 한총리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한참을 망서리다가 마침내 서울로 돌아옵니다.
쓰던 논문보따리를 껴안고 비행기에 앉았는데...
늘상 입고 있던 츄리닝 차림이었답니다.
공항에 내리는 즉시 식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급히 정장 한 벌을 부탁합니다.
그날 저녁이 바로 국민회의 발대식(? 좀 헛갈립니다만)이었으니까요.
급히 구해 신은 구두는 발에 맞지 않아 발대식 내내 다리가 절렸지만
올케 몸매에 맞춘 정장은 잘도 맞아 그후 오래도록 한총리님의 교복이 되어 사진마다 찍힙니다.

그후 가족들이 마저 귀국하자
살 집이 없었던 한총리는 동료 국회의원의 보증으로 은행융자를 얻어
전셋집을 마련하고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정당일을 시작합니다만
지방유세가 많아지면서 할 수 없이 또 동료의원의 보증을 받아 자동차를 마련하면서
정치가 한명숙이 되십니다.
...
한총리님은 정치가가 되길 원했던 분이 아닙니다.
정신여고 시절에는 연극반을 하셨고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공부하셨지요.
정치를 하게 된 것은 그저 억압된 시대의 탓입니다.

찻잔을 올려놓는 작은 접시에
잡곡밥 두어 숟가락, 김치 두 쪽, 멸치볶음 약간을 얹어 소파에 앉으셔서
보좌관들이 올린 보고서를 검토하거나 그날 해야할 연설문을 직접 쓰시면서
소리도 없이 새처럼 잡수십니다.
"내가 사실 별로 살찐 건 아닌데 티비엔 그리 후덕하게 나오는지 몰라."
한총리님은 그게 참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이었습니다만
글쎄요,
카메라가 마음을 담아 찍은 건 아니었는지...






IP : 180.66.xxx.6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 미모..^^
    '09.12.19 4:46 AM (210.121.xxx.3)

    아드님도 꽃남!! >ㅁ<

  • 2. .
    '09.12.19 7:11 AM (203.229.xxx.234)

    한 총리님을 여의도 어느 빌딩에서 한 번 우연히 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갔는데 느낌이 굉장히 좋으시더군요.
    티비에서 보던 느낌과는 굉장히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당차고 씩씩하셔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이번 일을 치르고 더욱 큰 일을 하실 듯 싶어요.
    힘내세요.

  • 3. 이번
    '09.12.19 8:08 AM (58.225.xxx.28)

    이번 일로 정말 큰 정치인이 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시고 싶지 않아도 하셔야 된다면 하실 분이고요.
    자신만을 위해 사실 분이셨으면, 여기까지 안 오셨겠죠.
    한 총리님, 화이팅!^^

  • 4. 감사
    '09.12.19 8:32 AM (221.140.xxx.65)

    카메라가 마음을 담아 찍은 건 아니었는지...//

    마지막 문구가 제 마음에 메아리 치네요. 잘 읽고 갑니다.

  • 5. 이런
    '09.12.19 8:52 AM (121.144.xxx.37)

    휼륭하고 청렴결백한 큰 정치인 노무현처럼
    저들에게는 얼마나 두렵고 무섭겠슴니까?
    이제 우리가 지켜나가야죠. 민주시민은
    댓글도 달고 이런 청렴함을 주변에 알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합시다.

  • 6. 노대통령이
    '09.12.19 9:25 AM (68.122.xxx.45)

    제가 좋게 생각하던 고건, 손학규, 정동영, 정운찬등을 왜 그다지 평가 안 하실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고개가 끄덕여 졌지요
    유시민과 한명숙은 노대통령이 높이 평가 하셨다는데 과연 그럴만 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 7. 82
    '09.12.19 10:32 AM (112.145.xxx.124)

    대문을 보고 허탈한 마음이었어요..
    이병헌, 권씨, 이승연까지...
    지금 우리의 관심사가 이건 아닌데..
    한총리님을 다시보게하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려주세요 , 올리고싶어도 아는게 없어서리~~

  • 8. phua
    '09.12.19 10:45 AM (114.201.xxx.130)

    저들도 많이 무서워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겠지요....

  • 9. ..
    '09.12.19 11:07 AM (116.38.xxx.216)

    저 대학때 한총리님께 여성학 강의들었어요.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 10.
    '09.12.19 11:13 AM (211.104.xxx.37)

    대문을 보고 허탈한 마음이었어요..
    이병헌, 권씨, 이승연까지...
    지금 우리의 관심사가 이건 아닌데..
    한총리님을 다시보게하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려주세요 , 올리고싶어도 아는게 없어서리~~ 222222222

  • 11. ..
    '09.12.19 11:35 AM (222.107.xxx.168)

    그래요,
    저 놈들한테 겁나는 존재가 되신 겁니다.
    늘 빛나는 환한 미소로 우리 곁에 계시길...
    아, 차라리 정치를 모르셨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행복하셨을텐데....

  • 12. ...
    '09.12.19 12:26 PM (201.231.xxx.7)

    저도 많이 읽은 글에 주로 연예인 이야기가 올라가니 맘이 참 답답하네요. 10년간 걸친 민주주의가 하룻만에 무너져도 관심이 없는가 싶어서요.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네요. 남미처럼 상류층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나머지는 노예처럼 살게 될까요? 한명숙 총리님이 참 가시밭길을 걸었군요. 기득권층에 서지 않았다고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한국, 그걸 관조하는 한국 사람들이 싫어요. 정말..답답합니다.

  • 13. 한총리님
    '09.12.19 12:47 PM (71.176.xxx.56)

    잘 이겨내시리라 믿어요. 검찰뒤에 이명박씨가 있다면...한명숙총리님 뒤엔 국민이 있습니다.

  • 14. 저도
    '09.12.19 3:28 PM (125.184.xxx.183)

    한총리님 다시 봤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을 직접 뽑으라고 한다면 한총리님을 뽑겠다고 하셨단 말씀 듣고,
    괜찮은 분이구나..하는 정도였는데, 이번 일에 대처하시는 걸 보니까 정말 믿음직하고 존경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8251 초등방학시작,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 계세요? 3 실컷 2009/12/19 747
398250 눈 온다고 반드시 비행기 결항 되는 건 아니죠? 5 오마이갓 2009/12/19 1,380
398249 교정 언제가 좋은지 11 .. 2009/12/19 1,235
398248 클스마스에 눈이올까요에서 팬던트의 비밀 알고파요.... 5 궁금 2009/12/19 1,059
398247 한총리님에 대하여2 14 ... 2009/12/19 989
398246 gate라는 영어유치원? 아시나요? 1 궁금 2009/12/19 1,740
398245 학군 때문에 잠실로 이사가는거 별루일까여 7 잠실... 2009/12/19 1,586
398244 1000명 남았답니다.<서울시민분들 봐주세요> 9 최고의 순간.. 2009/12/19 656
398243 저두 사람관계가 힘드네요.. 11 자꾸만 쪼만.. 2009/12/19 1,485
398242 82cook쇼핑코너에 파는 제품들요. 2 2009/12/19 612
398241 한명숙 "허위조작 수사 확인했다" 10 애국 2009/12/19 1,145
398240 반포 래미안 학군 9 moving.. 2009/12/19 1,417
398239 부산사시는 분들 좀 꼭 봐주세요 1 부산아짐 2009/12/19 547
398238 백신 원료 안전성 심히 걱정-펌 1 2009/12/19 413
398237 아가들 결혼식에 안데려가는게 비정상인가요? 30 신플ㅠㅠ 2009/12/19 1,556
398236 밤에 하는 연말모임 거절하는 법~ 6 모임녀 2009/12/19 917
398235 김치냉장고 추천부탁드려요~~ 2 고민중 2009/12/19 540
398234 야채먹는방법 8 야채 2009/12/19 841
398233 유통기한 지난 원두 커피 마시면 안되나요? 5 커피 2009/12/19 1,568
398232 소 귀에 경읽기. 이럴 땐 어떻게 해요? 1 답답 2009/12/19 304
398231 아이 유산균 1 일랑 2009/12/19 298
398230 만화책에서 서서히 ... 1 // 2009/12/19 340
398229 얼마전에 우울증에 대해서 어떤님이 댓글 다신 글 6 alice 2009/12/19 1,114
398228 뒤늦게 부자유님, 한번 불러볼랍니다..제발요 5 고3엄마 2009/12/19 1,295
398227 아이들 생일떡 백설기,수수팥떡 두가지 다 해주시나요??? 3 생일떡 2009/12/19 1,220
398226 코스코에서 파는 카트 어떤가여? 8 코스트 2009/12/19 862
398225 생선구이기 추천 3 // 2009/12/19 873
398224 쭈글거리고 늘어지고 탄력없는 배..되돌릴방법 없나요? 4 애둘낳고서 2009/12/19 1,453
398223 초2 여자아이 피아노 전공하고 싶어하는데요.. 11 피아노 2009/12/19 1,422
398222 경원대 26 . 2009/12/19 2,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