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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같이 분향소에 가 준대요 ^0^)/
제목을 보고
'그게 머라고 저리 난리야'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 남자친구는 그 흔한 쉬크족입니다.
자상하고 저에게 늘 너그럽고 능력좋고 오래 만난만큼 쌓인 정도 많은 남친이지만..
저노므 쉬크때문에 제 속을 뒤집어놓아 불같이 싸운적이 작년부터 여러번이었지요.
노무현대통령때는 몰랐어요. 그땐 정치얘기 할 일도 없었고 그저 놀기 바빴지요.
저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늘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당연히 남친도 저 만큼은 할 줄 알았어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날엔..
눈으로 보고싶지도 않아서 거실 티비의 대선방송을 제 방에서 귀로만 들었었지만
그 때는 이미 제 자신은 포기한 대선이었기 때문에..
그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민주주의가 후퇴하지는 않는다. 시스템은 확립되었다.'
라는 노대통령 사람들의 말만 위안삼았지요.
그래서 그 때도 남친과 정치에 대해서 별로 말 할 일이 없었어요. 아니, 사회에 대해서.
근데..
작년 여름에 촛불이 시작 될 때..
100분 토론을 보면서 '저런 ㅆㄴ의 자식들! 내 피같은 세금가지고 내 건강을 확률에 쳐 맡기는거냐!' 하고
열이 받아 남친한테 우리도 나가자! 하고 말하니
정말 그 뜨악..한 표정이란....
그 뒤로 참 많이 싸웠지요.
여자친구는 물대포 맞고 미친 개들이 날뛰는 걸 보며 울면서 전화를 해도
가지 말라는 말만 하지 절대 나와주질 않더군요.
자기는 '그런 데가' 싫답니다.
그런 데가 멀 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적인 곳? 사람 많은 곳?
작년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과연 이렇게 맞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하는가.. 라고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남친은 남친대로 너는 왜 나만큼 분노하지 않냐며 화를 내는 저를 보며 점점 더 삐뚤어지더군요.
게다가
작년 여름에 남친은 교통사고가 나서 한 달간 입원해있었는데..
사고가 나자마자 차에서 간신히 내려 저에게 바로 전화를 했는데..
제가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집회 나가 있었지요. -_-
평일은 제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입원실에 얼굴만 간신히 비추는 정도였기에
나름 휴일을 많이 기다렸었나봅니다. 하루종일 저와 같이 있을 상상을 했다는데..
그 날은 다름아닌 광복절날.. 마침 저희 기념일이기도 했지만
저는 그날.. 입원실에 잠깐 들려 얼굴 비추고 케잌 사 주고..
인사동으로 퍼포먼스 행진 하러 갔었지요. 기억하시죠? 그날 다들..
저는 그노므 퍼런색 물대포 피해 서울 한복판을 도망다닐 때
제 남친은 입원실에서 제가 놓고 간 케잌을 울면서-_- 먹었다고 합니다.
정말 두고두고 얘기하더군요. 뒤끝 없는 남자인데.. 정말 정말 서운했다고.. 한이 맺힌 모양이에요.
그 뒤로도 계속 싸우고
그러다 겨울이 되면서 저도 지치고.. 더이상 저도 입 밖으로 제 울분을 말하지 않게 되었어요. 어디서든.
그래서 우린 조용히 잘 지냈었지요.
그러다가.. 아시죠? 올해 5월..
그 참담한 기분.. 죄송한 마음..울분..증오...
그때 전 남친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지도 않았어요. 무언가를 다투거나 논쟁을 벌일 기분도 아니었지요.
그저 '나는 분향소에 가겠다' 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그런데 왜 가?' 라는..
오랜만에 제대로 폭팔해서 하루를 넘게 싸우고 더이상 말도 하기 싫었어요.
더이상 우리 이런 얘기 주제로 삼지 말자. 각자 하고싶은데로 하자. 라고 끝냈었지요.
그런데 오늘..
김대중 대통령님 분향소.. 같이 가준대요 ^^
참 이렇게 구구절절 쓰니까..
이런거에 기뻐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82 보면서.. 남자는 살살 달래야 한다고..
오늘 맘 먹고 살살 달래며 얘기 했어요.
촛불집회는 돈 받고 사람들이 나오는 거라고 말 해 딸을 기함시킨 저희 아버지도 오늘 분향소에 가셨거든요.
그 얘기를 좀 돌려서 했지요.
'우리 아빠가..오늘 갔다오셨대~ 그래서~ 내가 나는 왜 안 데리고 갔냐 했더니~ 너는 남자친구랑 가라하셔~'
라고요.. ㅋㅋ
좀 움찔한 목소리로.. '나는 싫은데....' 라고 하길래
저는 더 풀이죽은 목소리로 '응...그래..알았어.... 혼자 가지 머..' 라고 말하며
아주아주 풀이죽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니까
한 5분있다가 문자가 오네요.
[분향소는 언제까지 해? 갔다가 우리 저녁은 머 먹을꺼야?]
\( ^0^)/
남친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제가 싫어하는 게 있어서 매번 가자고 조르는 음식집이 있거든요.
거기가자고 이모티콘 하트 방방 띄워서 답문 보내줬네요 ㅋ
처음부터 맘 맞는 사람 만나면 서로 좋은데 왜 이렇게 억지로 맞출라고 고생일까..우리는..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저도 그랬어요.
탄핵정국 때만 해도.. '나는 정치적인건 싫어' 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지요.
이게 왜 노무현 개인의 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비러머글 기득권의 발악문제인가.. 를 그 땐 몰랐지요.
신문도 다 보고 뉴스도 항상 보고 인터넷도 허구언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땐 몰랐어요.
제 남친도..
그래도.... 밥상머리교육 잘못 받아 이상한 딴나라생각이 세뇌되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라고 제 스스로 위안하며.. 그렇게 희망을 걸어봅니다.
작년에도
집회는 죽어도 싫다고 하면서도
제가 살살 달래가며 '나 들고갈 거 많은데 무거워서 못 들겠어 ㅠㅠ' 하면서 조계사에 바자회 물품 전달하러
가면서 이런저런 장소 끌고 다니기도 했구요.
지나가듯이 '인터넷에 보니까 이런 뉴스났네~! 완전 황당해~' 머 이렇게 말하면 찾아보더라구요.
이번에도 '김대중 대통령 첫째아들 기사 봤냐고.. 너무 안타깝다고.. 지나가듯 말 하니까
엊그제 밤에 '나 그거 찾아봤어~' 라고 칭찬받으려는 강아지 같은 얼굴로 말 하더라구요 허허..
희망.. 있겠죠?
설사 이번에 제 남친이 맘이 바껴 같이 여의도 분향소에 가주지 않는다고 해도..
응 알았어..할수없지..나 혼자 갔다올께.. 하고 조용히 다녀올꺼에요.
싸우기만 해서는.. 서로 평행선인 것 같아요.
소통.... 소통해야지요..
제 남친이.. 남편이 되서.. 언젠가는.. 딱 저만큼만 같이 분노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저보다 더.. 하는 것도 그릇이 이만큼밖에 안되는 저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집회에 나가고 지역모임 활동을 하면서
가정있으신 386세대 남자분들이 열씸히 활동하는 걸 보면서도.. 매주..빠짐없이..하시는..
대단하다..존경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 남편이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도 생각했어요.
나도 이휘호여사님처럼.. 한없이 존경한다 말 할 수 있는 남편의 부인이 되고싶다.. 라는 생각에
요즘 괜히 우울해졌었는데..
저는.. 이여사님이나 권여사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릇이 너무 작네요.
딱 나만큼만 같이 할 수 있는 남자.. 상대를 나와 '똑같이' 만들겠다는 건 욕심이겠지요.
난 그릇이 작구나.. 하고 좌절할 때 쯤
김대중대통령님이 마지막에 그러셨지요..
하다못해 담벼락을 보며 욕이라도 할 수 있다. 라구요.
같이 담벼락을 보며 욕 할 수 있는.. 그렇게 되고 싶네요.
할 수.. 있겠죠?
1. 은석형맘
'09.8.21 12:30 AM (210.97.xxx.82)^^ 예쁘네요....뉘신지.............^^*
2. ▶◀웃음조각
'09.8.21 12:53 AM (125.252.xxx.20)사랑스러운 처자로군요^^
그리고 무섭습니다.(나쁜뜻이 아니고.. 끈질기고 강인하다는 좋은뜻^^)
원하는 대로 이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길 빌께요^^)3. 추억만이
'09.8.21 1:04 AM (118.36.xxx.185)제 여친은 정치나 국회나 이런 단어면 기겁하는 사람인데요...
조문현장에서 눈물흘리고 왔네요...
그런거더라구요4. 음
'09.8.21 2:45 AM (121.151.xxx.149)작년에 많은사람들이 촛불들고 힘들었지요
또옆사람이 이해하지못하면 더 힘들구요
저도 그런사람하고 살아봐서 너무잘 압니다
그래도 정말 같이 있어야하는 자리에는 같이 있어주세요
옆사람을 외롭게하면서까지 집회에 참여하시면
옆사람은 더 멀어질수밖에없거든요
분향소 잘 다녀오시고요
남자친구분이랑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5. ^^
'09.8.21 2:53 AM (80.218.xxx.126)행복하세요.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마음을 맞추게 되지요.
부럽습니다~6. 부럽네요
'09.8.21 9:45 AM (118.47.xxx.209)참 별거 아닌데 그죠^^...
저도 어제 새벽에 한 잔 하고 들어온 남편이랑 거의~~ 쌈 수준이었네요.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남편의 내 의견에 대한 평...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니가 아는 것이 다는 아니다는 진실을 알려주는거라네요.
그 사람이 말하는 진실이란...
조선일보 보는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자기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한겨레도 보고 판단한답니다.
자기 생각은 중립인데 내가 너무 좌향이라 우향도 보라고 하는 소리랍니다.
늘 노 통님에 대해서 비판하더니...
어제는 그러네요.
나가서 듣는 얘기 중에서 노무현이 복지쪽에서는 다 들 잘했다고 칭찬하더라...
제가 그랬죠...
소득 2만불 얘기 중 나온 얘기라서, 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생겼으니 복지쪽으로 가능했던 것 아니냐 했었네요.
남편 은...
돈이 많고 작음이 아니라(남편은 노무현 정권시절 소득 2 만불은 거짓이라고 믿고 있고, 경제가 나빴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정치의 촛점을 복지쪽으로 두었을 뿐이고, 이 명박은 또 다른 부분으로 두고 있을 뿐 둘 다 다를 것이 없다네요.
그리고... 이 명박이 하려고 하는 것 마다 반대로 나서니 이 명박이 우째 잘 할 수 있겠냐고...
이 건 극히 중립적인 생각이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압권...
자기도 노무현 정말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니(접니다..) 처럼 한 쪽으로 만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빨갱이 정권밖에 더 되냐고...
제가 좀 열을 쉽게 받는 다혈질 아짐인지라, 대화(?) 첨 부터 목소리가 올라가 있었지만 기가 막혀서 더 올라가네요.
그러면 당신 마눌이 빨갱이냐고... 내가 빨갱이, 아니 북한 같은 정권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냐고... 노무현이 북한 정권 만들려고 그랬냐고...
선진국들이 다~~ 빨갱이 정권 됐냐고... 선진국들 처럼 좀 있는 사람들 세금 좀 더 내게 만들어서 그 돈 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쓰자고 하는게 빨갱이 생각이냐고...
더 많지만, 되새길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이런 말 하는 사람...
밖에서는 그래도 인정을 받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로 같은 점을 찾을 수 있을지...
님 처럼...
세상에서 제 엄니 빼고 오로지 한 사람 내 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고...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끝내고 잠 설쳤습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야죠 뭐...
아침부터 우울했는데 비슷한 처치의 사람 만나니 맘이 열렸나 봅니다.
그리고...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