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열애
복숭아... 저는 늦봄 무렵만 되면 복숭아가 떠오르곤 합니다. 늦봄의 햇볕은 복숭아처럼 익어가고 그래서 햇볕에서도 복숭아 단내가 풍겨오다가 더 이상 햇볕에서 복숭아향이 나지 않는다 싶을 때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어 있는 법이죠. 믿거나 말거나요.--; (아흑, 복숭아 먹고 싶어라..)
그렇다고 <대단한 책>이 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한 1/3쯤 읽은 지금까지 영국 프로축구팀 아스날을 아세날, 루이 아라공을 아라곤,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을 치토라고 표기한 것들이 눈에 띕니다. 처음엔 번역자가 타이핑을 하면서 실수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식 발음을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어쩌다 보니 교정자도 그걸 놓쳤겠지... 하지만 저런 식의 실수와 거듭 맞닥뜨리게 되니 우선 번역자가 아스널과 아라공과 티토 대통령을 몰랐던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교정자와 편집자까지 저걸 계속 놓치다니.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은 모두 마음산책에서 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녀냐 추녀냐>의 원제가 <미녀냐 추녀냐>와 <대단한 책>에서 다르게 번역되어 있더군요. <미녀냐 추녀냐>의 번역자는 <부정한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대단한 책>의 번역자는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그 외에도 몇 가지 오류가 더 있었지만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들이 수두룩했던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 비하면 양반이어서 패스하구요,
<대단한 책>에서 요네하라는 <사회주의 붕괴에서 다민족 전쟁으로>라는 책의 서평에 기대 구 유고연방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녀는 ‘세르비아 악당론’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고종석의 말처럼 ‘전쟁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악당 짓을 한 세르비아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발칸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 그야말로 힘없고 빽없고 돈도 없는 세르비아를 서구사회가 합세해서 ‘다구리’를 놓음으로써 ‘세르비아 악당론’이라는 것이 부각됐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유감스럽게도 <네 이웃을 사랑하라>를 한 번 더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 책을 쓴 유태계 미국인 청년기자 피터 마쓰는 (1960년생으로, 지금은 ‘청년’이라고 하기에 그렇습니다만, 보스니아 사태 취재 당시는 3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 그렇게 말합니다. 보스니아 사태가 일어나면서 수많은 발칸 전문가들이 그것을 분석하는 글을 썼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발칸이라는 곳이 원래 역사적으로 종교와 민족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고, 현재의 보스니아 사태도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이다’고 되풀이할 뿐이라고. 즉 발칸은 ‘유럽의 화약고’인데 괜히 화약고가 아니라는 것, 보스니아 ‘내전’이 현대에 와서도 화약고는 역시 화약고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식으로만 설명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죠. 그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바에 따르면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보스니아 사태가 그렇게 복잡한 문제가 아니므로, TV에서 5분만 할애해 제대로 설명만 해주어도, 미식축구의 미묘한 규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보스니아는 석유가 나지 않을뿐더러 무슬림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피터 마쓰에 따르면 요네하라가 인용하고 있는, <사회주의 붕괴에서 다민족 전쟁으로>의 저자도 책상 앞에 앉아서만 사태를 분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피터 마쓰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의 에필로그에서 그렇게 자문하기도 하니까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내가 너무 보스니아에 빠져 있어서 사태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안 되고 불만스러운 것인가! 그처럼 저 또한 보스니아 사태와 관련해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한 권만 읽어놓고 거기에 너무 빠져들어 더더욱 사태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원래 고스톱을 처음 배운 사람들이 앞뒤 안 가리는 법이고 실제로 저는 이십대 중반에 고스톱을 배운 뒤 한 달 반 동안 시간만 나면 죽어라 화투짝을 쳐댄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걸 그때까지 몰랐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억울하던지요. (그래서 무조건 고에 광팔라고 하면 무지 화남-_-;;) 그렇지만, 그런데도, 자꾸만 요네하라의 의견에 정식으로 반박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저자가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고 직업이 러시아어 통역사였던 탓에 <대단한 책>에는 소련과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 이야기 대부분이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마야코프스키의 최후를 다룬 책 서평이 특히나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마야코프스키는 대학 때 김남주 시인의 번역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어요. 그 후에 또 생일선물로 ‘소련현대시선’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사랑과 자유와 혁명의 시>라는 시집을 받게 되었죠. 거기에도 마야코프스키의 시가 실려 있었고, 저는 그 시집들을 꽤나 열심히 읽었었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간만에 <사랑과 자유와 혁명의 시> 표지를 넘기니 ‘혜교의 생일을 축하하며’라는 문구가 떡하니 눈에 띄네요. 그 뒤에 이어지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밝은 태양이 빛나는 길을 걷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다...’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 후,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마야코프스키에 또 꽂혀서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다녔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열린책들에서 마야코프스키 전집을 발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런데 아뿔싸, 사려고 보니 절판됐다나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린책들에 전화를 걸어봤답니다. 직원 분이 창고에 혹시 재고가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보고 전화해주겠다는 답변을 해주시더군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 분이 진짜로 전화를 걸어오셨어요. 그런데 받자마자 갑자기 “사장님께서 통화해보고 싶으시대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는 게 아니겠어요?-_- ‘사장님? 내가 왜 사장님을... 사장님이라니, 어머, 웬일이니...’ 하고 있는데 “아, 송혜교씨?”하며 나를 부르는 중후한 남자 목소리.-_-
“마야코프스키 전집을 찾으신다구요?” “예? (완전 어리버리) 아, 예.”, “그 전집은 왜. 마야코프스키 좋아하세요?”, “예? 아, 예.”, “그럼 마야코프스키를 읽어보셨겠네요?”, “예? 아, 예. 대학 때 김남주 시인의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서 처음...(버버벅)”, “후후. 좋죠, 마야코프스키. 그런데 이 전집이 좀 그런데... 딱 하나가 남아 있긴 한데 표지 색깔이 좀 바래서.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예? 아, 그럼요. 내용만 읽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해서 원래 세 권 합쳐 총계 2만 원짜리를 1만 5천에, 배송비 무료로 받았네요. ㅎㅎㅎ 표지 색이 약간 바래긴 했지만, 뭐 그 정도야.^^
박노자는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맘대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 작가)와 블라디미르 티호노트(박노자), 블라디미르 레닌(어쨌거나 인류에 큰 영향을 미쳤으므로) 그리고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를 묶어 러시아의 F4....가 아닌 V4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왜 굳이 저 네 사람을 V4로 묶었냐 하면 저 네 명 말고는 다른 발로자(혹은 볼로자)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니 V4 중 두 명에 대해서는 허접하게나마 포스팅을 했었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마야코프스키에 대해서도. 레닌은 잘 모르므로 패스~!
열애. <대단한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요네하라 마리는 암에 걸려 56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대단한 책>은 그녀가 그 56세의 생을 바쳐 불태웠던 열애의 기록입니다. 내용에 따라 조금은 별로인 것도 있고 격하게 공감되는 것도 있으나 누군가의 열애를 엿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법이죠. 그래서 마무리는 그 가슴 두근거림을 격렬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는 마야코프스키의 시로 대신할까 합니다.-_- <바지를 입은 구름>이라는 장시의 한 연인데요, 그 시에는 ‘내 영혼에 새치라곤 한 올도 없다. / 노인다운 부드러움도 없다. / 내 목소리는 세계를 제패하고 / 나, 약년 22세의 / 잘생긴 나는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아주 건방진 구절도 들어 있습니다. 마야코프스키가 태양한테도 ‘내가 지나간다, 모자를 벗어라!’고 명령했던 시인이에요. 심장에 불이 났다고 외치고 있네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엄마?
그래!
엄마의 아들은 멋진 병에 걸렸어요!
엄마!
심장에 불이 났어요.
류다와 올랴 누나에게 전해주세요---
이미 저는 몸둘 곳이 없다고요.
제 바짝 탄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심지어 농담까지도
불이 난 사창굴에서 뛰쳐나오는
벌거벗은 창녀처럼 정신없이 흩어집니다.
사람들은 킁킁거린다---
무언가 타는 냄새!
불자동차의 출동.
번쩍이는 방화복!
철모!
무례하게도 장화를 신은 채!
소방대원에게 말해달라 :
심장에 붙은 불은 애무로 꺼야한다고.
1. 하늘을 날자
'09.7.29 9:56 AM (121.65.xxx.253)아!!! 너무 멋진 글이네요!
아!!! '내 영혼엔 새치라곤 한 올도 없다'라니!!! 오오...
게다가 '심장에 붙은 불은 애무로 꺼야한다'니!!! 오...
김남주 시인의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는 저도 조금 좋아했는데, 마야코프스키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음냐. 역시 엄벙덤벙 읽다보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1 : 프리댄서님 글을 계속 읽다보니 밀로셰비치를 비롯한 많은 피고인들에 대한 ICTY의 재판 내용이 정말 궁금해지는군요. 작년에 권오곤 재판관님 슈퍼인턴으로 뽑혀서 가신 분은 애 셋있는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 판사님이셨는데... 애 키우느라 바쁘셨을텐데, 영어공부는 언제 그렇게 열심히 하신 건지... 아웅... 부러워라... 영어는 정말 젬병이라서 늘 불만이에요... ㅠ.ㅠ 하긴 영어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투덜거리기만 하니 실력이 늘리가 없죠... ㅠ.ㅠ
추신 2 : 근데, 프리댄서님. 음냐;;; 사생활이라 제가 이렇게 묻기가 참 조심스러운데요. 좀 걱정이 되서... 글들을 보면, 주로 새벽에 작성된 경우가 많은데 밤 자주 새시나요...? 그냥 좀 건강 걱정이 되어서... 밤엔 그래도 주무셔야 될텐데...;;; 아무튼 늘 건강하세요~~~^^ 괜한 오지랖인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써봅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2. ~
'09.7.29 11:19 AM (121.135.xxx.28)지난번 프리댄서님 글보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녀냐 추녀냐도 대기중이고요.ㅎㅎ 항상 감사합니다.
3. 4V
'09.7.29 11:21 AM (59.30.xxx.234)예전에 마야코프스키 책을 어렵게 한 권 구했었지요.
오랫동안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라는 귀절에 꽂혀서 그의 시를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작년엔 나보코프의 책 '말하라 기억이여' 도 구했구요,
오랫만에 들어본 시인과 작가들이라 괜히 반가워서~~~4. 프리댄서
'09.7.30 12:00 PM (218.235.xxx.134)하늘을 날자님. 사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 실린 시들만 놓고 봤을 때는 마야코프스키와 아라공보다는 브레히트와 하이네가 더 빛나죠.^^ 저 시집으로 하이네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사람들도 꽤 된답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도 하이네는 말랑말랑한 연시들을 많이 쓴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저 시집 보고 나서 하이네가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저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구요.^^
김남주 시인은 번역도 참 잘해요.^^ 정말 대단하신 분. 대학교 1학년 때 김남주 옥중서신집과 시집 접하고 나서 혼자 막 흥분했고,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왜 그랬는지... ㅎㅎ 그 선생님을 나중에 뵐 기회가 있었는데 너 그럴 줄 알았다, 글은 안 쓰냐? 하셨는데 그때는 저 선생님이 왜 저런 말을 하지? 그렇게만 생각했었네요. 하하. 암튼 마야코프스키 시도,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번역한 것과 비교해도 어조나 분위기 등을 잘 살린 것 같아요. 다만, 마야코프스키는 꽝꽝 울리는 시인입니다, 제가 볼 때는. ‘심장의 시인’이라는 칭호가 딱인. 김남주 시인의 번역본에선 그 ‘꽝꽝’ 느낌이 약간 덜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 ‘심장에 붙은 불은 애무로 꺼야 한다고.’라는 구절이 있는 장시 <바지를 입은 구름>에는 ‘심장에서 탈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구절도 있는데 마야코프스키는 ‘사랑과 혁명과 시’라는 심장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탈출할 생각도 없었던 시인이 아닐까... 그리하여 결국엔 그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한다고 느끼자 권총자살을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단한 책>에 소개된 책에서는 그 최후와 관련된 이야기가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대요. 아, 읽어보고 싶어라...
그리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를 쓴 피터 마쓰에 따르면 밀로셰비치는 대단히 영리한 사람이랍니다. 영리하다는 게 자기가 원하는 것,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할 것을 정확히 알고 실행에 옮겼다는 뜻이죠. 즉 밀로셰비치가 원했던 것은 ‘권력’이었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굳이 자신을 우상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는 것. 그래서 여타의 독재자들처럼 자기 동상을 세우지도 않았고 자기를 신격화하는 작업도 하지 않았고 호화찬란한 생활도 하지 않았다는군요. 실제로 소박한 빌라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답니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자살을 했다네요... 뭐 그건 그렇고요 (개인의 영역에서는 소박하게 표현되는 ‘권력에의 의지’가 그러고 보면 더 무서운 것도 같네요.), <대단한 책>에 곽말약 이야기도 잠깐 등장하는데 깜짝 놀랄 이야기더라구요. 일본에 유학해서 의학을 전공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유학시절에 일본 여성과 함께 살면서 아이를 낳았고, 중국으로 돌아갈 때는 그 일본여성을 ‘버리고’ 갔다는 얘긴 처음 들었어요! 더구나 곽말약이 귀국한 뒤 그 일본여성은 외국인과 결혼한 후천적 ‘비국민’이라는 이유로 모진 시련을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꿋꿋하게 그 시련을 헤쳐나갔다네요. 아 정말 저 아저씨 여러 모로 깹니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더라구요.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b02g3150a
그리고 제가 원래 야행성이에요.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으니까요.^^ 걍 수년 간 굳어져서 몸에 익숙해진 생활패턴.^^ (진짜 쪼시라고 막 “불쾌했어요!”라고 대답할 걸 그랬나요? ㅋㅋ) 근데 생각해보니 전 새벽에도 글 올리고 시간 나면 낮에도 들락날락하고 아침이나 밤에도 막 댓글 달고 그러네요. 고로 난 진정한 82의 전천후 진성당원???? (김혜경 선생님, 저 상주세요.ㅠㅠ)
~님. 흐.. 부디 재밌으셔야 할 텐데. 저는 그 세 친구 중에서 리차도 참 좋아요. 친구들한테 막 성교육도 시켜주고.^^ 수학선생님한테서 “네가 정말 아르키메데스와 유클리드의 후손이란 말이냐?”, 문학선생님한테서는 “리차 네가 호메로스와 동포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도 “하하. 너무 위대한 문명에서 태어난 것도 골치 아프네.”라며 너무나 유쾌하게 받아치고. 게다가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공부를 못했는데 나중에 중부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체코 최고 명문의대에 진학하는 그 반전이라니.^^ (기록영화를 단체관람하며 레닌의 이중성을 간파하던 모습이나 면봉을 이용해 성교의 본질을 설명하던 ‘창의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이였죠.ㅋㅋ) 그리고는 노동자와 결혼해서 중남부 유럽에서 독일로 온 이주노동자를 진료하는 현재의 모습하며... 저는 리차의 다운증후군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과 리차와 요네하라가 왜 사람들은 사회주의의 실패한 면만 보는지 모르겠다고, 왜 그 장점은 안 보는 거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사실은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을 쫌 흘렸어요.^^
아냐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고, 야스나의 얘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구요. 야스나가 역사시간에 베오그라드가 왜 ‘하얀 도시’로 불리게 됐는지 설명하는 장면을, 요네하라가 하도 생생하게 묘사하는 바람에 많은 일본사람들이 그거 읽고 나서 배낭 짊어지고 베오그라드를 방문했다고 하더라구요.^^ 야스나 이야기 읽을 때는 야스나네 집도 폭격당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요네하라의 후기를 읽고는 ‘아, 무사한 모양이구나’ 안심하고 그랬네요. ㅎㅎ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제 생각에는, 무엇보다 요네하라 마리가 그 모든 일들을 총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18세기 영국 시골의 목사관에 처박혀 살면서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속성을 재치있고도 총명하게 꿰뚫었던 제인 오스틴이 현대에 살고 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저는 그런 생각도 들데요?^^
4V님. 그러게요.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는 자신의 시구처럼 마야코프스키는 자기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죽었네요. <인간>인가 <등골의 플루트>인가 하는 장시에도 ‘마야코프스키가 권총자살을 했다고?’ 하는 구절이 있어요. 그러더니 진짜로...ㅠㅠ 저는 ‘그러나 어쨌든’이라는 시에 있는 나오는 이 구절도 참 좋아합니다. ‘....창녀들이 불타는 건물을 지나갈 때 / 오로지 내 책만을 가져가리라. 성물(聖物)처럼 두 손에 받쳐들고. / 내 책은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변명. // 그리고 신은 내 책을 읽고 울음을 터트리리라! / 이건 말이 아니라 둥글게 뭉쳐진 경련이구나. / 그는 내 시집을 겨드랑이에 끼고 하늘을 돌아다니리. / 그리고 한숨을 쉬며 친구들에게 읽어주리라.’ 이건 말이 아니라 둥글게 뭉쳐진 경련이구나... 하는 구절 읽다가 코끝이 징했었다는.^^
<말하라, 기억이여>는 저도 참 재밌게 읽었어요. 나보코프의 문장은 지나치게 현란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자서전에서는 그게 괜찮게 제어가 됐더라구요. <말하라, 기억이여>는 정말 잘 쓰인 자서전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반갑네요. 마야코프스키와 나보코프를 좋아하시는 분을 뵙게 돼서.^^
어제 어디 좀 갔다 오고 저녁에는 술을 좀 먹는 바람에 답글이 좀 늦어졌네요.-_-;; 댓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구요, 좋은 하루 되시길.^^5. 가원
'09.8.3 2:44 PM (125.128.xxx.1)올 겨울까지 시험만 끝나봐라!~
프리댄서님이 추천하신 모든 책들을 싹 다 읽고 말리라ㅠㅠ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최진기 샌님(;)에 빠져서 최진기샌님 수능 사탐 강의들 신청해서 열심히 듣고 있답니다(푸핫;;;)
(왜 나 고딩때는 저런 샌님이 없었던겨!!! 버럭!!!!)
최진기샌님 팬클럽 가입하라고 친구들이 구박하는데,
프리댄서님 글을 보면 82에서 제가 왜 빠져 나올 수 없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전 팬클럽 두개 가입해야 하네요..ㅋㅋㅋㅋ
(최진기샌님 팬클, 프리댄서님 팬클^^)
건강 유의하세요!!!~~
촉촉촉촉!!~6. 프리댄서
'09.8.4 12:30 AM (218.235.xxx.134)앗, 가원님. 반가워요.^^ 근데, 시월에 시험이 있으시다구요? 아!!! 제가 가지고 있는 좋은 기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 팍팍 쏘아드립니다. 팍팍! (어째 무릎팍 삘이...^^;;;)
음...저기 캐나다에 가면 북극해와 맞닿아있는 동쪽 연안에 뉴펀들랜드라는 곳이 있대요.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귀화한 탐험가 존 캐벗이 매슈호(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매슈 아저씨와 같은 이름이죠^^)를 타고 도착한 곳이라는군요. 존 캐벗은 그곳을 ‘새로 발견한 땅’이라고 해서 뉴펀들랜드(Newfoundland)라는 이름을 붙였대요. 그 뉴펀들랜드를 시발점으로 해서 영국은 북미 전체를 식민지로 삼을 수가 있었죠. (물론 캐나다 일부는 영국보다 한 발 늦게 식민지 침탈에 뛰어든 프랑스와의 전투 끝에 프랑스에 넘겨줘야 했지만) 미국이 오늘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게 된 것도, 그리하여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로 통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뉴펀들랜드에 꽂은 존 캐벗의 유니언잭 깃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시핑 뉴스(The shipping news)>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지도에서 뉴펀들랜드를 찾아본 적이 있답니다. 겨울이 아주아주 길고, 그 기나긴 겨울에는 빙하의 얼음이 떠내려오고 사람들은 그 얼음을 헤치면서 고기잡이를 하고 육지에서는 개썰매경주가 펼쳐지는 곳. 요 며칠 그냥 뉴펀들랜드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너무 더워서...^^ 내년 여름휴가는 그곳에서 보내리라! 이렇게 마음먹고 있어요.ㅋㅋ 글쎄, 그때가 되면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시간과 돈이 있다 해도 또 이런저런 사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일이구요, 그래서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고 지금은 그냥 마음속에 그곳, 뉴펀들랜드를 품고 있으려구요...^^
무더위라는 단어가 왜 생겨났는지를 지대로 보여주는 요즘이죠? 날씨가 이래서 시험준비하면서 괜히 더 초조한 생각이 들 수도 있으려나요? 만일 그렇다면, 그럴 때마다 뉴펀들랜드 같은 곳을 떠올리면서 심호흡 한번 하시길. 내년엔 (아님 내후년이라도...) 그곳으로 휴가를 떠나고 말 테야! 생각도 해보시고. 생각하는 건 세금 안 내니까요. 하하^^;;; (그러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가원님도 그곳으로 여행가고 저도 여행가서, 한국말 쓰는 동양인 여자를 보게 되면 앗, 저 여자가 혹시...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험준비 잘 하셔서 ‘새로 발견한 땅’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100만 제곱에 막 빠샤, 빠샤예요.^^ (시험아, 가원님이 잘 아는 걸로만 나와라....)
건강 유의하시구요!!!~~~
역시 촉촉촉촉!!~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따라하고 있음^^;;)7. 가원
'09.8.5 4:51 PM (125.128.xxx.1)우앙....ㅠ_ㅠ
프리댄서님 이 장문의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ㅠ_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이 너무많아... 많다구!!! 버럭버럭!!!!! 성질 내는 요즈음인데....
마음은 부산하고 몸은 게으르고, 벌려놓은 일들은 이것저것 많고;
(제가 인문학쪽을 공부하고 싶어서 편입을 했거든요^^;;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프리댄서님 같은 분들을 뵈면, 제가 너무 교양없이 무식한 듯 느껴지고 부끄럽고.. 세상을 사는 건 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반성의 의미로요..푸하하핫;;; 근데, 바쁜 회사 다니며 공부하기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ㅠ_ㅠ)
게다가 회사에선 갑자기(;) 승진시험 본다고 하는데;;; 한명(;) 뽑는다고 하는데 이거 그냥 마음 편하게 포기할 수도 없고, 두마리 토끼 다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쌓이는 나날입니다ㅠ_ㅠ
에휴. 몰라, 그냥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안 되면 마는 거다. 타인이 아닌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긴 한데;;; 제 불치의 병인(;) 게으름과 잠(;)이 복병입니다ㅠㅠ
암튼!!!!!
[촉촉촉촉]의 의미는 애정의 뽀뽀 백만개의 의성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히히히히힛.
프리댄서님 리플 보고, 당장 가서 외화예금 적립하고 왔습니다(푸하하하핫)
내년에는 어디든 여행을 떠나리라!!!!!!!!!!!!!!!!!
아무튼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프리댄서님 덕분에 막 힘을 내고 기운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글, 자주자주 뵙고 싶어요^^
큰 절 올리며 물러 납니다(__)
세뱃돈은 이자까지 포함해 멋진 장문의 글로 올려 주세요... ^^
건강하시길 빕니다...8. 프리댄서
'09.8.6 12:10 AM (218.235.xxx.134)아하, 그렇군요! 난 또 10월에 시험이 있고 고등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한다셔서 교사 임용고사라도 준비하시는 줄 알았어요. 잉잉. 그래서 ‘새로 발견한 땅’ 어쩌고 하면서 성공적으로 입성하시라고.. 으흐흑.^^;; (이 댓글 안 보셔도 돼요. 공부하셔야 하니까!^^)
그래도, 그 시험도 승진시험이니까 엄청 중요한 거네요.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댓글에 신경쓰지 마시라고 길게는 안 쓸게요.
언제나, 외려 제가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가원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세요.^^
(근데 현빈이 송혜교랑 사귄다는군요. 둘이 잘 어울리긴 하지만, 흑흑 빈아~~~~~)
그리고 촉촉촉... 이 그런 뜻이었군요. 아이, 부끄부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