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5월 30일자 경향, 한겨레, 조선찌라시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93
작성일 : 2009-05-30 12:05:33
_:*:_:*:_:*:_:*:_:*:_:*:_:*:_:*:_:*:_:*:_:*:_:*:_:*:_:*:_:*:_:*:_:*:_:*:_:*:_:*:_:*:_:*:_:*:_

날은 흐리고 바람도 없는데 찔레꽃 하얀 잎이 소리 없이 지는 오월입니다. 부엉이 바위를 향해 걸어 올라가던 산길에도 찔레꽃은 지고 있었을까요? 야생의 들찔레같이 살다 간 당신을 생각하니 나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비록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지만 철저한 비주류였습니다. 가난해서 상고를 졸업했던 비주류. 죽어라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고시에 합격했지만 거기서도 역시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최루탄 터지는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고 재야로 살아도 거기 역시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을 해도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으며, 대통령을 해도 비주류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 지방군수 출신을 행자부 장관에 임명하고 여성에게 법무부 장관이나 총리를 맡기는 걸 보면서 이 나라 주류들은 속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그 자체가 재벌 권력이며 자기가 권력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인 주류 신문과 맞짱을 뜨려 하는 모습이 가소로웠을 겁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을 때 중심에 있는 이들은 마땅치 않았을 겁니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반드시 내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확신하였을 겁니다. 틈만 나면 지역중심 정치구조를 혁파하겠다고 하고, 청렴하게 살겠다고 하는 걸 보며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비웃었을 겁니다.





속물에 의한, 속물을 위한, 속물의 정치, 스노보크라시가 정치의 본질이라는 걸 현 정권은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까? 그게 정치이고 그래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지금 얼마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까? 그런 권력을 당신은 권력기관에 하나씩 돌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참 바보 같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사회를 민주화하는 일에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경제를 민주화하는 일에는 능력이 부족하여 자유화의 길로 가게 내버려 두면서 현실 정치의 한계를 절감하였을 겁니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그것이 우리 전체의 한계라는 걸 받아들이기보다는 당신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더 컸습니다.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자리에 서 있는 나는 관전평이나 하고 편하게 욕이나 하면서 몇 년을 보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회는 분명히 이성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그러나 주류의 존재의 이유는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사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런 따위가 아닙니다. 그건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비주류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주류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신이 더 철저히 놀림거리가 되지 않고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당신을 죽이면 주류 정치인이 다 죽는다는 경험을 탄핵사건 때 한 적이 있어서 잠시 눈치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여론의 흐름을 천천히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할 것이고 당신의 모습을 지워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시골로 내려와 농사짓고 동네 뒷산 지키는 환경운동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여기서 당신의 생이 끝나고 만 것이 가슴 아픕니다. 이 나라 역사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주류가 이끌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역사에 그래도 덜 부끄러운 기록들이 있다면 그것은 비주류가 목숨을 걸고 저항하며 만들어낸 순간들이 있어서입니다. 당신이 떠난 뒤에도 당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여전히 남아 다른 바보들이 그걸 실현하고자 또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바보 같은 당신, 당신이 부엉이 바위 근처 어디에서 밤이면 부엉이처럼 눈을 뜨고 어두운 세상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주류들이 모여 있는 국가원수 묘역으로 가지 말고 봉하마을 뒷산에 머무시기 바랍니다. 그게 당신에게 더 어울립니다. 작은 묘비 하나로 있는 게 더 보기 좋습니다. 더러운 땅은 더러운 이들에게 맡기고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 도종환, ≪들찔레꽃 당신, 어려운 길만 골라 갔지요≫ -

_:*:_:*:_:*:_:*:_:*:_:*:_:*:_:*:_:*:_:*:_:*:_:*:_:*:_:*:_:*:_:*:_:*:_:*:_:*:_:*:_:*:_:*:_:*:_








5월 30일 경향신문
http://pds13.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764a5d.jpg

5월 30일 경향장도리
http://pds15.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7bd8d2.jpg

5월 29일 프레시안
http://pds11.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8736cf.jpg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야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영면하소서





노대통령의 추모가 추모에서 끝난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노대통령이 나옵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
▦ 내게는 유일했던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욕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중요한 걸 잊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것.
이것도 그가 이룬 성과라는 걸.
――――――――――――――――――――――――――――――――――――――――――――――――――――――――――――――――
IP : 221.138.xxx.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
    '09.5.30 12:05 PM (221.138.xxx.7)

    5월 30일 경향신문
    http://pds13.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764a5d.jpg

    5월 30일 경향장도리
    http://pds15.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7bd8d2.jpg

    5월 29일 프레시안
    http://pds11.egloos.com/pmf/200905/30/44/f0000044_4a20a128736cf.jpg

  • 2.
    '09.5.30 12:07 PM (124.61.xxx.26)

    또 눈물나네요ㅠㅠ
    부디 영면하세요

  • 3. 이놈의 눈물은
    '09.5.30 12:15 PM (125.185.xxx.44)

    마르지도 않네요!
    가슴 아프고 분하고 답답합니다

  • 4. 눈물
    '09.5.30 12:20 PM (116.33.xxx.136)

    있죠.........대통령님 웃는 모습의 사진만 봄 가슴이 무너져 내려요..ㅠㅠ

  • 5. 그대 잘가라..
    '09.5.30 1:55 PM (113.10.xxx.32)

    앞으로..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도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도
    이젠 못들을 것 같아요..
    듣기만 하면 눈물바람이에요.. 엉엉-
    안녕히 가세요.. 송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조용한 곳에서 영면하세요..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6543 MB정권-검찰-조중동 노전대통령 타살 청문회·특검해야 5 미디어오늘 .. 2009/05/30 200
466542 웃기는 방송들..... 8 비를머금은바.. 2009/05/30 652
466541 여러분!!! 제고민 답변좀 부탁드려요(남편 보여줄려고요) 10 공인중계사 2009/05/30 450
466540 노무현 전대통령이 청와대로 보낸 편지와 그 답신 5 wpwp 2009/05/30 430
466539 방송에서 자꾸 '바보 노무현'이라고 하는거 어떠세요? 16 그런데 2009/05/30 680
466538 사랑합니다... 노통님 2009/05/30 68
466537 설치류와 그 졸개들.. 1 슬픔 2009/05/30 127
466536 시어머니 자리가 10센티 굽 신고 있으면..ㅜㅜ 11 신발 2009/05/30 1,710
466535 오늘 방송...<바보 노무현 봉하에서의 두번째 만남>방송...꼭 보자구요...T.. 2 kbs1 2009/05/30 428
466534 추도미사 중에 카타리나 2009/05/30 264
466533 오랫만에 천호선 대변인 보니까 궁금한것이.. 2 ... 2009/05/30 1,261
466532 천주교에 대한 글들을 읽고... 3 오해마시길 2009/05/30 529
466531 질문 하나 드릴게요. 2 잡아가든지 2009/05/30 233
466530 이 만화 보셨나요 2 ㅈㅈ 2009/05/30 367
466529 중단해서는 안된다. 진실규명해야... 2 노무현수사 2009/05/30 215
466528 5월 30일자 경향, 한겨레, 조선찌라시 만평 5 세우실 2009/05/30 493
466527 미드 보스턴 리걸에서 페일린 지지하던 여성 에피소드... 궁금한데 2009/05/30 142
466526 기형도 시입니다. 적절한 듯해서.... 2 비가 2009/05/30 377
466525 급질)지금 봉하마을 상황 알 수 없을까요? 청소하려구요.. 2009/05/30 113
466524 아~~한명숙 전총리의 조사에 이런 숨은 사연이..ㅜ.ㅜ꼭 보세요. 23 드림스노우 2009/05/30 4,807
466523 남편땜에 괴로워요(노대통령님 조문가자했다가~) 2 괴로워 2009/05/30 563
466522 한국경제랑 매일경제.. 어떤게 조선꺼죠? 9 가물가물 2009/05/30 499
466521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죠.. 2009/05/30 91
466520 노무현대통령님의 뜻을 영원히 잊지않기 위해서 2 청라 2009/05/30 103
466519 연예인이란 사람들... 14 넘하네요 2009/05/30 1,563
466518 오늘자 ㅈㅇ일보에서 특히 화가난 구절. 1 죄송.. 2009/05/30 455
466517 우리끼리 눈맞춤 하는 방법을 모아봅시다. 3 눈사람 2009/05/30 179
466516 명계남씨 사정이 어려운가요? 49 불쌍 2009/05/30 8,039
466515 펌해온글...추모 현장사진들이 많이 있군요.. 1 설라 2009/05/30 332
46651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보하는 한나라당 22 민족의얼 2009/05/30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