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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서울의 한 택시기사가 당신을 떠나보내며.. (길지만 꼭 읽어 보시길)

필독 조회수 : 649
작성일 : 2009-05-29 20:22:09
영결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지난 1주일은 내가 내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손님을 태우고 올림픽도로를 달리다가 나갈곳을 놓쳐 먼길을 되돌아 오기도 하고,
아찔한 사고의 순간을 모면하기도 했습니다.

서거소식을 접하고 시민들이 차려놓은 대한문 분향소를 찾아간 그날새벽.
그제서야 당신이 이 세상과 이별한 것을 실감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입술을 깨물며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수 많은 손님들과 말다툼을 벌였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수는 없다'고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이 아저씨 노빠네..', '아직도 노빠가 있나?'라는 조롱아닌 조롱을 들어가면서도,
지지율이 10%아래로 떨어져 하루에 한번이상씩 당신을 조롱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역사와 민중앞에 떳떳한 당신을 믿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언제나 당당한 '노빠'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이럴 수는 없다!

그리고, 마침내 영결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시청앞에 나가려다가 그냥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슬픔의 무게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TV를 통해 당신이 가시는 마지막 길, 역사와 민중앞에 다시 부활한 당신을 고이 보내 드렸습니다.

당신을 고이 보내 드리며 당신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면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였기에 당신이 떠나는 오늘 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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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을쯤으로 기억됩니다.

온국민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심지어 믿었던 한겨레신문조차 당신을 씹어 돌리며 신문한부 더 팔아먹고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그때. 저녁 9시무렵 신라호텔에서 50대로 보이는 외국인 신사한분을 태웠습니다.

"어서와! 어디로 갈건데."

"글쎄.."

"글쎄라니??"

"내 숙소가 여기거든. 이 도시에 가볼만한데가 있나?"

"원하는게 뭔데.(혹시..)"

"너 영어할 줄 알어?"

"아주 쬐끔."

"너 나랑 얘기좀 하자"

"뭐 원한다면. 대신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네가 알아서 알아들어 잉~"

"...."



"난 미국에서 온 교수인데. 세미나차 한국에 왔거든"

"세미나? 무슨 세미나"

"내 전공이 동아시아 역사와 발전 뭐 이런건데 일본에서도 하고 한국에서도 하거든"

"오호~ 그래?"

"뭐 하나만 물어보자"

"얼마든지"

"넌 플레지던트 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노 무현?"

"그래. 플레지던트 노"

"그건 왜?"

"너도 노무현이 싫어?"

"너 혹시 '노빠'라고 들어봤니?"

"노... 뭐라구?"

"음.. 뭐랄까 팬클럽같은 건데 내가 '노빠'거든. 리슨 앤 리피트 노! 빠!"

"야! 반갑다. 반가워. 한국에 와서 노대통령 좋아한다는 사람은 니가 처음이거든."

"그래? 근데 그게 뭐가 반가운데."

"나도 노 대통령이란 사람이 '부시'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리더라고 생각하거든?"

"야~ 악수한번 하자!"

대충밖에 못알아들은 그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와 발전을 연구하는 미국대학의 교수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는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방문하며 '동아시아 미래발전'이라는 주제의 학술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자기가 지켜본 동아시아의 리더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봤고, 그의 외교적 업적은 실로 놀랄만한 것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한국의 학자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더라. 심지어 국민들은 노 대통령을 아주 싫어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부시를 욕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욕하는건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의 외교적 성과는 앞으로 동북아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한 대단한 것이었다.
한국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그건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다.'

답변을 줘야하는데..

"그 미스테리가 뭐냐면..(이럴줄 알았으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둘걸.. 젠장!) 아무튼 반갑다. 노빠의 한사람으로서 '웰컴 투 코리아!'다. 영어가 짧아서 너한테 다 설명해 주지 못하겠지만 분명한건 노 대통령의 평가와 업적은 역사가 해줄것이다. 명쾌한 답변을 못줘서 미안~"

"나도 반갑다. 뭔가 막혀있던게 뻥 뚤린 기분이다."

"너 이메일 있지? 담에 내가 성심성의껏 오늘 못다한 얘기를 이메일로 보내주께."

"리얼리? 그래준다면 정말 땡큐다."

메모지와 펜을 건네주고 그는 거기에 이메일을 적었는데,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교수란 사람 글씨가 완전 개발세발.(그후 간신히 복원해서 보낸 이메일은 영원히 열리지 않았다)

신라호텔에서 헤어지면서 연신 '땡큐'를 연발하는 그와의 헤어짐을 아쉬워 했던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당신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그 유쾌하고도 짜릿했던 긴밀한 유대감을 말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나 외롭지 않았다고, 당신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당신의 업적을 언제 어디서나 기념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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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이, 당신은 자신의 온몸을 던져 역사와 민중앞에 떳떳한 당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고 오늘 다시 부활했습니다.

5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당신의 영정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그 한달.

몸을 사리고 숨을 죽이며 거짓으로 사과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던 무리들이 그 후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민중을 탄압했는지를.

눈엣가시였던 노무현! 당신 이름 석자를 민중의 가슴에서 지워 내기위해 놈들이 벌인 그 간악한 음모를.

당신을 천길 낭떠러지길로 내몬 무리들은 이 이상한 추모열기에 겉으로는 할수없이 당신을 추모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반전의 기회를 획책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해 7월 있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별 그지같은 쓰레기들에게 권력을 어떻게 넘겨주었는지를.

그럼으로 인해서 교육의 평등권을 박탈당하고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버거워 하면서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금새 망각해버린 이른바 이땅의 민중들을.

그래서, 나는 오늘 500만명의 눈물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공영방송이라는 KBS까지 장악해 버린 놈들은 막강한 미디어를 동원하여 당신을 추모하며 흘렸던 눈물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느때 당신을 두번, 세번 또 다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



꿈을 꾸었습니다.

초갓집 작은문을 열고 들어가니 얼마전 작고하신 아버지와 대통령님이 마주앉아 술잔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평생 정의가 바로서는 세상. 국민이 주인되는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기원해 오신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만큼 존경해마지 않았던 나의 대통령님.

두분이 술잔을 나누며 잔잔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시던 꿈속에서 나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한을 남겨두신 두분이 하늘에서 만나 술잔을 나누시던 모습에 꿈속에서, 잠에서 깨서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닮은 두분은 하늘에 계셨습니다.



오늘 당신을 떠나보내며,

당신과 함께 서울의 밤의 달렸던 나만의 기록들을 들춰봅니다.  
작년 퇴임식을 앞두고 작성했던 글도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노무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노무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원칙과 상식
공정과 투명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쉼 없이 내달려온
지난 5년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해맑은 미소와
투박한 말과 행동
지방분권의 의지는


조롱이 되었고 탄핵이 되었지만
시대의 소명과 가치는 다시금 당신을 요구하였습니다.



찰나의 안위와 안락한 인기를 온몸으로 내던지고
수십 년 반복되어온 낡은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신이 불편했습니다. 싫증이 났습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당신은 뚜벅뚜벅
시대의 과제들을 헤쳐왔습니다.


그것은 올곧은 길이었고 우리의 미래였고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었기에

수많은 고난과 핍박을 물리치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구현해온 지난 5년

당신의 고뇌와 눈물은
이 나라의 초석이 되고 미래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노무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2008.2.23
5년 동안 당신과 함께
서울의 밤을 내달려온
밤 택시 6년차
nightowl




다시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노무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출처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53185
IP : 115.21.xxx.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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