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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상실감이 들고 속이 상해요
저는 이제 4년차 들어가는 직장인이구요
현재 담당하는 업무는 대표이사 비서입니다.
대부분 비서는 계약직을 쓰지만 저희 회사는 정규직 여직원을 쓰구요
저는 정규직 사원으로 들어와서 우연히 차출되어^^; 1년간 비서업무를 하였습니다.
제가 해보니 비서업무의 특징은,
장점: 실세들을 많이 알게 된다, 회사 돌아가는 내부 사정을 남보다 빨리 알게 된다
간간히 생기는 선물들이 있다,대표가 밖에 나가면 할 일이 없다, 내 시간이 많다,
(즉 업무 시간에도 남 눈치 안 보고 내 공부를 하거나 책, 심지어 영화도 봅니다-_-;)
단점: 꼭대기 층에 갇혀 있기 때문에 직원들하고 부대끼며 직장생활하는 맛이 없다,
높은 사람들을 알긴 하지만 깊게 아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속은 없다,
업무를 배울 수 없다, 자리를 옮길 때 반겨주는 부서가 없다 등...
1년간 해보니 비서라는 업무의 장단점이 너무 명확하더라구요.
이번 인사 발령에 다른 실의 비서들이 많이 승진해서 나가고
너무 오래 계셨던 분들도 있어서 싹 바뀌었어요. 거의 저만 기존에 있던 사람이
되는가 했는데... 팀장님께서 저보고 다른 부서로 나가라고 통보하셨습니다.-_-;
사실..제가 전에 모시던 대표가 작년 6월에 바뀌어 7월에 새로운 분이 오셨거든요.
이 분이 성격이 보통이 아니기로 사내에서도 유명한 분이시라;; 비서들도 바꾸지
않을까 했는데 팀에서 내년 인사때까지만 두자고 했답니다.
안 그래도 저도 이제 슬슬 직장에서 제 커리어를 구축해야할 시기이고, 2년 후에는
승진을 위한 중요한 시험을 본답니다. 그래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긴 했는데
막상 나가라고 대놓고 얘기를 들으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네요 ㅠ.ㅜ
내쳐지는 느낌이랄까...솔직히 제가 일을 못해서 그런거라면 할 말 없지만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열심히 했고, 나름 오시는 분들께 칭찬도 많이 들었습니다.
팀에서도 미안하니까 좋은 부서로 최대한 발령내준다고는 하는데 기분이 그렇네요.
다들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예전보다 자주 못 볼 걸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비서는 꼭대기층, 저희팀은 다른 층에 있습니다. 팀에서도 챙겨주지만 하루종일
얼굴 한 번 못 보니 소외감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희팀이 저희 회사 내의 거의 핵심 부서라 앞으로
회사내에서 중요 자리에 오를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과의 친분을 잃고 싶지
않은 거...제 욕심인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제 후임으로 올 사람이 제가 비서로 오기 전 지점에서 같이 근무했던
1년 후배입니다.-_-; 이건 제가 추천한거구요. 그치만 전 제 자리로 추천한 건 아니었구요
다른 보직으로 추천한 건데 다 떨어지고 돌다 보니 여기로 오게 된겁니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제가 추천한건데도...그리고 그 직원에게도 잘된 건데도
(저희 둘이 같이 근무하던 지점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왠지 자리를 내주기가 싫어요 ㅠ.ㅜ
제가 구축해논 인맥에 무임승차 시켜주는 기분이랄까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너무 속이 좁은 거 같고,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나가는게
오히려 잘된 건데도 막상 지금으로선 자꾸 서운하고 아까운 마음이 더 크네요.
이런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계시면 조언 좀 해주세요 ㅠ.ㅜ
1. 바람소리
'09.2.8 12:19 PM (58.76.xxx.16)전혀 속좁은 거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구요.
자신의 위치와 진로를 잘 파악하고 계신것 같은데요.
내용을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인맥관리가 필요하시다면 구실을 만들어 팀원들 한번씩 자연스럽게 만나셔도 되지 않나요?
님의 말씀처럼 새로운 부면에서 실무 경험 쌓을 걸 생각하시고 새로운 포부 가져보셔요.
그리고 그 후배 무임승차해서 얻은 인맥으로 나중에 님 도울 일 있을지도 몰라요.
남보다 빠른 정보 제공, 해줄지도 모르고요.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은 일터가 놀이터다"
지나가다 무플이라...2. 전직
'09.2.8 1:40 PM (116.37.xxx.48)일단..미련없이 떨치시고 좋은 기회로 여기세요.
솔직히 비서는... 아무리 포장을 해도 한계가 있는 직종이 아닌가 싶어요.
그냥 제때 전환점이 왔다 생각하시고 새로운 일에 공을 들이시는데 에너지를 쏟으시고..
후배는... 후배 그릇을 보세요.
아무래도 전임인 님한테 이것 저것 묻는게 많을텐데.. 그 사람 그릇보고 적당히 도와주세요.
상대가 어떻던 님이 직장인으로서의 윤리선을 정해놓으시고... 도와줘도 고마운줄 모르고 뒷통수 맞을거 같으면 그 선 넘지 않는 선까지만 도와주시되... 절대 적은 만들지 말아야할것이고 현재 업무가 우선임을 명심하시고요.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비서로서의 경력은 떄로는 플러스가 되고 때로는 마이너스가 될꺼에요.
저는 비서 3년하고 현재 외국인회사 경력 12년인데.. 몇년동안 그거 벗느라 힘들었어요.
사람들 챙기고 상냥하고 오지랍도 좀 넓어주고... 하는 점이 당장은 사람들과 좋아보여도 내게 독이 되어 돌아올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그래도 그러한 점이 큰 장점인데... 티안나게 조율 잘하시면 참 좋은 점이 되실듯...
저는 회사 특성이 외국인쪽이라 좀 많이 힘들었지만 한국회사쪽으로 간 친구들은 그게 잘활용하면 남이 못가진 장점이요... 잘못하면 내 발목 잡는 독이라고 하더군요.
전직 생각에 못지나치고 리플달고 가요....^^3. 속좁은녀
'09.2.8 2:33 PM (125.187.xxx.179)바람소리님/정상적인 감정이군요 다행이네요 ㅠ.ㅜ 전 제가 이렇게밖에 생각 못하는게
한심해서, 직장 친한 동료들한테도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내가 그릇이 이거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에요. 리플 주신 거 보고 많이 힘을 얻었습니다. ^^
꼭 저를 도와줄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베풀어서 해가 될 건 없겠죠!^^4. 속좁은녀
'09.2.8 2:38 PM (125.187.xxx.179)전직님/ 네.. 저도 비서의 그런 한계를 느꼈기에 이번일이 잘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아직 아쉬움이 남아있어 그런거구요...^^;;
직장에서는 정말 실력으로 인정 받아야 구축해놓은 인맥이 발휘되는 거겠죠?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쓸 수는 없으니까요;;
비서 경험의 장점만 잘 살려서, 새로운 부서에서 열심히 해볼께요.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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