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느 여성 대리운전 기사님 이야기 ^^

타이홀릭... 조회수 : 2,182
작성일 : 2008-11-16 04:17:18
안녕하세요.

야밤에 글을 올리네요.

어제는 회사에서 행사가 있었어요..

행사가 끝난 후 기분이 좋아 술을 조금 마셨지요.

원래는 차를 가져가야하고, 직장에서 집이 상당한 거리라 안마실려고 했었는데.... 분위기에 못이겨 결국 술을 마셨어요.. 같이 계시던 분들이 대리운전을 불러주시고, 대리운전비까지 내주셨네요. ^^

여성 대리운전 기사님을 불러주셨는데.... 연세가 한 50대 중반이었어요.

그 분이 운전해주시는 차 옆 자리에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제가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참 편안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32살 아들과 30살 딸이 있는데.. 딸이 저보다 1살 많고, 기사님은 제  엄마보다 1살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보고 딸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비가 오고 밤이라 날씨가 쌀쌀한 것 같아... 차 의자가 따뜻해지는 열선시트 기능을 눌러서 의자를 따뜻하게 해드렸더니........... 무척 고마워하시면서.... 엄마 같아서 잘 챙겨주시는거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엄마 뭐하시냐고 물으셨는데.. 가정 주부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참 ^^ 좋으시겠다고... 부러우시다고... 하시면서... 본인은 10년 전 IMF 때 남편 사업이 쫄닥 망해서.... 몇년전부터 대리운전을 하시기 시작했고, 평생 사모님 소리 들어가면서... 돈 한번 벌어본 적 없다가... 아이들 결혼도 시켜야하고, 생활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하시게 됬다고 하더라구요.

아들이 얼마전에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가 됬는데, 너무너무 속상하다고...

엄마는 새벽내내 대리운전 하면서 힘들게 일하는데... 그걸 뻔히 아는 아들이 어떻게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가 될 수 있냐고... 너무너무 속상하고 슬프다고 하시는데....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본인은 일주일에 하루 쉬지만 그 하루에 2-3만원이라도 벌러 새벽에 들어오는데... 아들이 벌금으로 200만원을 내게 생겼으니 정말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월급은 얼마나 엄마 드리냐고... 하시길래.. 아직 결혼 전이라 월급을 엄마 전부 갖다드리고, 용돈 받아서 쓴다고 했어요.

그 분은 아들 월급이 한달 270-80정도인데... 집에 150 정도씩만 내라고 했는데... 아들이 120만원을 용돈과 차 유지비 등으로 써도 항상 부족해한다고... 차라리 월급을 본인이 관리하면서 결혼자금도 모아주고 할 걸 하는 후회를 하시더라구요. 이제 와서 아들과 부딪히기 싫어 그냥 내버려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죠. 제 엄마는 제가 번 월급 다 갖다드리는거 충분히 받을 자격있다고 말씀하신다고 ^^ 그리고 저도 결혼전까지 이렇게 드릴수 있지 결혼해선 그러고 싶어도 못할테니.... 결혼전까지 몇년이라도 갖다드리고 싶다고.... 그리고 여태까지 대학공부까지 시켜주셨으니 그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결혼할때 제가 갖다드린 월급에서 결혼자금도 준비해서 주고, 나중에 집 장만 할때 친정에서 돈도 보태주고 하실거라고 말씀하신다고 했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도착지까지 왔는데.

저 내려주고 나서 어떻게 가시는 지 여쭤봤어요. 예전에 대리운전하는 차 뒤로 다른 차가 따라와서, 손님 내려주고 뒤따라온차를 타고 돌아간다고 들은것 같았는데...

이분 하시는 말씀이 첫 대리운전 콜 부른 곳 까지 차 몰고 가서 주차해두고, 대리운전 해서 가구.... 거기선 다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서 다른 콜받아서 운전하고,,,, 또 내리셔선 다른 콜 받아 이동하고... 그러신다고 하더라구요.

강남이나 분당같은 곳에선 대리운전 기사들끼리 모여 함께 택시타고 들어가기도 하구.... 대리운전기사들을 스타렉스 같은 차량으로 태워주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여의치 않을때는 수도권 여기저기 돌아서 새벽 첫차가 있을때까지 계속 이동하는게 보통이라고...

보통 5-6시 정도나 되야 집에 들어가신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어쩌다 한번 차 두고 출근하게 되어 지하철과 버스 몇번씩 갈아타야하면 정말 너무 짜증나구... 힘들다고 투정도 많이 부렸거든요.

근데 남양주에서 화성으로, 분당으로, 일산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먼 거리 이동해야하는.... 일을 하시면서도... 열심히 사는 그 분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허리디스크로 몇년간 고생할때도 정말 힘들게 힘들게 대리운전을 할수 밖에 없었다고....

여성의 몸으로 술에 취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깜깜한 밤거리를 다녀야하는 일이 얼마나 힘드실까 싶었네요.

정말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하실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희 집이 좀 차가 없으면 불편한 동네라... 지하철 역까지 20분마다 한번씩 오는 마을버스를 타야 갈수 있는 후미진 곳이거든요.

여기서부터 역까지 가셔야 하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파트 단지 들어가는 입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세워달라고 했어요.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서 다시 정류장으로 나오는 길도 꽤 오래걸리고 외지기 때문에 거기서부턴 제가 가겠다고 했어요.(그러면 안되는 거지만 음주 단속 없는 곳이라서요...)

그리고 마을버스 도착 시간 알려드리고, 비가 오고 있었기때문에 우산 있으시냐고 여쭤봤더니 다행히 가방에 우산 가지고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대리운전비 4만원을 드렸는데..... 5,000원을 주시더라구요.(대리운전 콜 하셨던 분이 5,000원 깍으셨었거든요)

그래서 덕분에 편하게 왔다고... 감사하다고 하며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을버스 곧 도착하니깐 그거 타고 역까지 가셔서 좌석버스 타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분... 정말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배려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배려라고 생각안했는데... 5,000원 깍았던 돈 받지 않았고, 초행길이실테니 교통편알려드린 것 뿐인데.....너무 고마워하시니 오히려 죄송스럽더라구요.. 제가 깍은건 아니지만.. 그리고 대리운전 같이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돈 같은거는 절대 깍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네요..

저희 엄마 뻘 되시는 그 분... 앞으로 돈도 많이 버시고, 원하시는대로 자녀분들 결혼 잘 시키시고.... 앞으로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IP : 221.140.xxx.18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유
    '08.11.16 7:39 AM (218.153.xxx.167)

    대리 운전 불러 본일도 없지만
    자세하게 써 주셔서 그분들의 , 아니 서민들이 애환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님의 이쁜 마음씨가 너무 예뻐서 글 남깁니다
    다른 곳에도 님의 이쁜 마음씨가 번져서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시간이 힘들지 않게
    되었으면 싶네요.
    5,000원 깍지 않고 돌려 드린것도 참 잘하셨네요
    그 분한테는 5,000원이면 한끼 두끼 반찬 값도 될테니..

  • 2. ..
    '08.11.16 8:01 AM (211.237.xxx.199)

    원글님...젊은 분이지만 참 성숙하다고 느꼈어요
    제 생각도 같아요
    택시 타면 요즘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천원이라도 더 드리려고 해요
    도우미 분이 도와주셔도 만원이라도 더 드리구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조금 어려운 분들께 돕고 살아야지요
    그런데 걱정이네요
    올 겨울은 길고 춥다는데...

  • 3. @@
    '08.11.16 10:56 AM (61.97.xxx.131)

    글 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걸 느꼈습니다.
    대리운전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운전하시는 분들은 사연이 다있을겁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사연은 가슴이 져며오네요.
    그리고 원글님마음씨가 올겨울 따스하게 뎁펴주시는것같아 글 잘읽었습니다.

  • 4. 쟈크라깡
    '08.11.16 12:03 PM (118.32.xxx.89)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점점 나빠지기만 하니 속상합니다.
    정치,경제 모두 올곧게 되서 모두 혜택을 고루 받는 형평성있는 나라가 속히 오길 바랍니다.

  • 5. 되는대로
    '08.11.16 2:52 PM (221.144.xxx.43)

    우리 서민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해서 이렇게들 고생을 해야 하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0030 11.22(토)오후3시 <민군>창립총회 1 북극곰 2008/11/16 192
250029 잠안오는 약 피망 2008/11/16 541
250028 네이버블러그에서 사진 옮기기 2 컴맹 2008/11/16 245
250027 레벨조정 3 ... 2008/11/16 215
250026 하나티비 1 .. 2008/11/16 221
250025 아무렇지 않아요 ^^ 13 방글이 2008/11/16 1,243
250024 택시에서 지갑을. 4 ^^ 2008/11/16 713
250023 다이어트워를 보다가 2 이정 2008/11/16 1,160
250022 이와츄불고기팬을 1번쓰고 뒀는데 속에 녹이 슬었네요. 1 불고기판 2008/11/16 608
250021 지금 집사면 낭패 8 그당시 2008/11/16 4,024
250020 급!! 배추 절였는데 너무너무너무 짜요.어떻해요? 11 가을비 2008/11/16 1,816
250019 與, ‘盧방궁’ 욕하더니...MB 고향에는 수 조원 규모 특혜 1 *** 2008/11/16 482
250018 좀 큰 공기정화식물들 작은화분으로 나눌수 있나요? 1 ... 2008/11/16 265
250017 아줌마표 경제이야기 5 .. 2008/11/16 1,479
250016 타파웨어도 짝퉁이 있나요 궁금 2008/11/16 406
250015 노무현의 뻔뻔함, 그리고 노무현 추종자들(소위 노빠)의 무지.. 20 (펌) 2008/11/16 1,131
250014 시조카와 시댁 7 작은엄마 2008/11/16 1,560
250013 82의 세상이야기.. 2 행복이란 2008/11/16 507
250012 왜 미네르바는 마음속에서 한국을 지우는가? 11 구름이 2008/11/16 2,458
250011 아침에 하나TV 보다 울었어요. 19 .. 2008/11/16 4,512
250010 태권도에서 아이가 다친경우..질문요 1 .. 2008/11/16 395
250009 루비콘을 넘기전에 귀기울여야. 13 마음은 이미.. 2008/11/16 1,238
250008 나의 사소한 펀드기.. 3 금융아짐.... 2008/11/16 1,225
250007 빙상연맹에서 하는 일 1 웃겨 2008/11/16 440
250006 어느 여성 대리운전 기사님 이야기 ^^ 5 타이홀릭.... 2008/11/16 2,182
250005 살빼야 합니다. 26 제발 도와주.. 2008/11/16 4,857
250004 시댁과의 관계 7 셋맘 2008/11/16 1,125
250003 총명탕 누구에게나 맞는지요 3 ^^ 2008/11/16 616
250002 세탁기 조언부탁드려요 10 세탁기조언 2008/11/16 717
250001 사랑을 확인하다... 29 코스코 2008/11/16 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