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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moon 조회수 : 4,429
작성일 : 2008-08-10 17:38:38
자꾸만 고집스러워지는 엄마.
예전엔 안그랬는데 점점 나이들수록 옹고집인 엄마.
며느리한테 하시는 말씀 듣노라면
딸인 나도 잔소리처럼 느껴지는데 며느리는 오죽할까싶어
엄마..이러저러 하지마시라고 말씀드리면
툭 토라져 나하고도 쌩하는 엄마..

우리엄마 나이 올해 일흔하나....
서른셋에 혼자 되셔서 근 40년을 4남매를 홀몸으로 키워오셨다.
여기에 보면 엄마 아빠때문에 근원적인 미움을 이길수가 없어
몸부림치는 엄마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는 어렵고 힘들어도 참 자식들한테는
사랑으로 대했구나...다시한번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귀하디 귀하게 자랐다는게 아니라,
(귀하게 자랄 여건도 안되었지,남긴 재산 하나없이 아버지는
4남매만 남기고 서른에 세상을 등졌으니...)
어릴적 언니하고 붙어 싸우노라면
장작을 들고 우리를 때리기도 했지만(장작은 딱한번)
그게 내마음에 미움이 돼 남았던 적은 단한번도 없었다.
엄마의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는걸 알았으니까.
대학때 용돈 풍족한 친구들이 이것저것 화장품 사는걸 보고
해보고 싶은맘 누르다누르다 엄마한테 말했더니
다 필요한거 사려면 얼마면 되냐고 하시던 말씀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때 4만원 정도였던거 같다.그걸로 분도 사고 그랬었다.ㅎㅎㅎ
나하고는 성격이 너무 비슷해 부딪힐때가 너무 많았는데
나는 그 속에도 언제나 엄마를 우선시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컸었다.

이번 휴가때 엄마한테 갔더니(시골에 혼자 사심)
한얘기 또하고 또하고,
성격은 또 얼마나 고집스럽게 변했는지,
올케언니들 흉 봤던거 또보고 또보고...
갈수록 시야가 넓어지는게 아니라
점점 더 좁게만 되어가는 엄마.
슬그머니 우울해져 왔던 나.

내 나이 지금 39살
엄마가 지금 내 나이때를 계산해보니
7살(나),10살(언니),12살(오빠),14살(오빠)
이런 4명의 자식이 있었구나.
아무 가진것없이 술장사,붕어빵 장사를 해가며
지금 내 나이에 남편 없이 4명의 자식들을 달고 살았구나...
눈물이 나서 휴가때 화났던게 감쪽같이 사라지네요.
술장사도 뭐 뻑적지근하게 가게를 차려놓고 한게 아니라
집에 누가 오면 소주 한병 두병 갖다주고 얼마 남기고한.
지금 나는 9살 남자 아이 하나인데
만약 남편이 없다하면 어째저째 살아는 지겠지만
그 암담함을 말로 표현 못하겠는데
그 젊은 나이 서른셋에 혼자 되어 남편 죽음 치루고
시아버지 죽음 치루고 홀홀단신 혼자몸으로(친척도 거의 없음)
이세월을 살아왔다싶으니 짠한 마음 금할길 없네요.
그래도 며느리한테는 자꾸 자잘한 소리 안해야할텐데
본인은 또 아주 잘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며느리들한테..ㅎㅎ
IP : 122.100.xxx.6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Eco
    '08.8.10 5:45 PM (121.174.xxx.228)

    읽는 동안 이슬이 맺히려고 하네요.
    그 자리를 지키고 생존하여 계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우신 엄마.

    그리운 엄마...

  • 2. 뭉클...
    '08.8.10 5:48 PM (211.187.xxx.197)

    어머님 정말 훌륭하시네요. 그런 어머님을 이해하시고 사랑하시는 님도 참 예쁘구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인들은 애기 되어가는 것 맞아요..그렇지 않아도 님의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더욱 대접받으시고 사실 자격이 있으신 분이시네요. 이해하시고 잘 해드리세요. 지금도 님께서 훌륭하신 것 같지만...^^

  • 3. 아마도
    '08.8.10 5:49 PM (121.145.xxx.173)

    어머니가 외로워서 그러실것 같습니다.
    자주 전화드리고 관심 가져 드리세요. 며느리에게도 관심,시어머니 대접을 받고 싶은데 요즈 그런걸 기대할수없으니 마음으로 더 허허로워서 그러실겁니다.
    어머니가 뭔가 취미생활 할 수 있도록 노인대학등에 가시면 좋으실텐데요

  • 4. 어른들이
    '08.8.10 5:52 PM (61.41.xxx.52)

    나이가 드시면서 고집이 세지시는 것 같더라고요.
    혼자 사신다니 외로움도 많이 타실 거 같고 자식 생각들도 많이 나실 거 같아요
    네 명의 자녀들이 북적북적 하던 집이 더 허전하게 느껴질 거 같아요.

  • 5. 호야맘
    '08.8.10 5:58 PM (211.215.xxx.182)

    저희 엄마도 고집은 말도 못해요..말도 않통하고..하두 답답해서 오죽하면 제가 엄마한테 엄마랑 명박이랑 틀린게 뭐있어...소통이 전혀 않되는데..한답니다...사이좋았던 모녀사이였는데..연세드셔서 전혀 대화가 안통하니..부딪히는일이 많네요ㅠㅠ

  • 6. ***
    '08.8.10 6:21 PM (58.140.xxx.109)

    울엄마하고 같으세요
    어머니 계신지역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스포츠센타하고 노인복지회관 있음 거기 가시도록 해 보세요
    혼자만 집에계셔서 더 독선적이 되는것 같아요
    울 엄마 아직도 많이 고집있으시지만
    운동하고 복지관 다니신 이후로 정말 편해 지셨어요
    그게 혼자있는시간이 많아서 그 틀에서 움직이기때문에 시야가 좁아지는것 같아요
    싫다하셔도 억지로 나가시게 해 보세요
    나중엔 좋아하세요

  • 7. 양파
    '08.8.10 7:21 PM (121.138.xxx.120)

    철이 일찌드신거 같네요... 인생이 다그런거 같에요..

  • 8. 내 나이
    '08.8.10 8:19 PM (121.157.xxx.19)

    오십인데요 벌써부터 한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하고.. 제가 생각해도 미치겠습니다 한걸 잊어먹고 하게 되거던요 딸이 몇번이나 지적했는데요 아직도 계속 됩니다 이일을 우째야 할지~~ 그래서 나이들면 입을 다물라고 한것같습니다 잔소리 할려고 하는게 아니라 말한걸 자꾸 잊어먹어서 그럴겁니다 나도 걱정이에요~~~~~

  • 9. 눈물이 핑.....
    '08.8.10 8:47 PM (59.11.xxx.134)

    도네요.
    우리 어릴적에는 다들 자식도 많고 엄마들이 참 고생을 많이했죠?
    나이들면 그렇게 되나봐요.그죠?
    마음이 짠 합니다....에궁~~~~

  • 10. 맘 아픈..
    '08.8.10 10:26 PM (121.174.xxx.13)

    남 얘기 같지 않아 글 남기게 되네요.
    올해 일흔 셋인 우리 엄마, 오랜 우울증으로 예전의 그 총기 다 사라지시고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매일 매일을 보내고 계시는데 옆에 있는 나쁜 딸년은 전혀 도움이 못 되네요.
    아니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니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시고, 매번 얘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행동들, 마치 벽을 쳐다보고 말을 하고 있는 기분들... 또 왜그리 모든 일에 조급증을 보이시며 독단적인 행동을 하시는지..
    이 더운 여름 그 스트레스를 엄마를 향한 고함으로 다 풀어버린 듯 합니다....
    내가 왜 이러지? 이 죄를 다 어떻게 받을려고...
    돌아서면 가슴 짠하게 눈물이 맺히지만 반복되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어른들 잘 모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러울 따름 입니다.
    나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여러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요즘은...
    그저 멍한 눈으로 창 밖을 쳐다 보는 엄마의 뒷 모습이,
    또 그 외로움을 알면서도 따뜻하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 못돼먹은 딸년의 마음도 한없이 슬퍼지는 밤입니다.

  • 11. 조중동박멸
    '08.8.10 11:52 PM (211.108.xxx.105)

    우리 엄마는 일찍 (저 13살에) 돌아가시고 울 시어머님은 혼자 살고 계신데...
    딱 제나이에 홀로되셔서 4남매 키우셨죠. 그때 울 신랑은 막내, 혼자 앉아있지도 못하는 애기...
    결혼 6년만에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들고 시어머니도 시누이도 미워한적 많았지만,
    이제는 저도 조금 철이 들었는지 시어머님 젊은 시절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를때가 종종 있어요.
    가녀리고 고운 분이 어떻게 억척스레 4남매를 혼자 잘 키워내셨을까요?
    아내없이 남매키우신 우리아빠도 참으로 훌륭한 분이시지만
    남편없이 4남매라... 여자몸으로... ㅠ.ㅠ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 안하려고 잘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멀었지요.
    여전히 같이살기 꺼려지고 왜 난 항상 여름휴가를 시어머니랑 가야해? 그러는 못난 외며느리예요.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사세요...

  • 12. ㅠ.ㅠ
    '08.8.11 1:10 AM (218.158.xxx.98)

    울 친정엄마 생각이 나네요
    10여년전 아버지 돌아가시고 낼모레 80인데 혼자사세요
    얼마나 외롭고 심심하고 쓸쓸하실까..ㅠ.ㅠ
    남편만 동의해준다면 당장 모시고와서 살고싶어요
    울엄마도 고집스럽고,괴팍하고,정말정말 비위맞추기 어려운 성격인데요..
    노인네 될수록 더 심하다네요..어린애된다잖아요
    암것도 아닌일에 섭섭해하시고,,
    원글님..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화나는거 있어도 꾸욱 누르고
    따지지말고^^무조건 비위맞추고 잘해드리세요

  • 13. 눈물...
    '08.8.11 2:43 AM (90.240.xxx.114)

    저도 울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혼자서 딸둘 대학까지 키우시느라 고생고생했는데...
    큰딸인 저는 아주 멀리 살고 있지요...

    예전엔 엄마가 가장에 살림에 육아에 당연히 다 하는 건줄 알았어요.
    지금 어머니의 모습은 작고 초라하고 은근 소심한 그냥 한 여자...
    어떻게 모진 세상을 헤치고 살아왔을까...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 착한 남편 만나 살림만 잘 하며 살고 싶다는 울 엄마...
    그래도 전화하면서 사랑한단 말 한번 못해본 못난 딸도 여기 있습니다.

  • 14. 훌륭하신
    '08.8.11 3:11 PM (119.67.xxx.139)

    어머님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모진 고생하시면서 혼자 몸으로 어렵게 키웠는데 홀로 사신다니 대단한 어머니시군요..
    울집 셤니를 비교해 봤습니다..

    평생을 모시고 살아도 나이 드실수록 심술 부리며 더 힘들게 하시는건 웬일인지..
    여행 한번 다녀 오면 한달은 피곤하답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매일을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니 말입니다..에혀~

    자식들 서운한거 딸한테 푸념하는건 애교로 받아들이세요..
    나이가 드실수록 더욱 이기적으로 변하시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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