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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나....

강남아줌마 조회수 : 4,843
작성일 : 2008-05-18 01:13:04
전라도 사람들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욕을 잘 한다는데
친정 식구들은 말도 느리고 성격도 느긋한 편이라
다른 집과 달리 욕이나 상스러운 말은 쓰지 않았다.

모범생인 언니야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 할 만큼 내성적이었고
오빠 둘은 동생에게 그 흔한 가시내… 라는 말 한 번 쓰지 않았고,
지금 큰 오빠는 재미있는 말을 듣거나 기분 좋을 때
아그 지랄… 욕 아닌 욕이 전부이다.

결혼해서…

*너는 돈 잘 벌겠다.,
이렇게 돈을 돈으로 안 보는 사람이 잘 버는 거야.
(집안 아무 데나 돈 함부로 두고 지폐 귀퉁이가 접힌 채
정리정돈 안 된 지갑 안을 보고 칠칠치 못함을…)

*너는 외과 의사 같다.
수술 끝난 후 간호사들에게 뒤처리 맡기고 홀연히 수술실을 나가는…
(설거지 마무리 제대로 안 한 채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노는 것을 보고.)

*넌 조강지처보다는 애인으로 적합하다.
(살림 제대로 못 하는 걸 비난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같은 말도 이쁘게 하는 남편이라
결혼 후에도 욕을 배우거나 들을 기회도 없었고
사용할 기회도 없었다.

그러하여…
나는 '우아하고 고상하고 교양 있는' 사모님으로서
한 점 부끄럼 없는 언어 습관을 가진 편이다.

가끔 화가 많이 날 때
속 시원히 욕을 하는 사람이 부럽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한다.

이랬던 내가…!!
요즘 하루에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오늘 아침에도 식탁을 차리는 중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
(아마 북한 식량 지원 문제였던 것 같은데…)
'핵 문제와 식량 지원을 연계하지 않아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이명박의 화법과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책에
아… 또 G롤하네… 무심코 욕을 하고 말았다.

점점 과격해지는 마눌의 언어에 남편은
이십 대는 이십 대 식, 사십 대는 사십대 식… 의 저항 방법이 있다… 라는
한마디로 쓴소리를 대신했다.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있다.
가족들의 우아한 생활을 위해
주인공 송강호는 조폭,
요즘 말로 '모양 빠지는' 삼류 조폭 생활을 그만두지 못한다.
소심하고 마음 약한 그 역시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꿈꾸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
혼자 라면을 먹다가
유학 간 자식들과 아내가 보낸
행복한 생활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울먹이며 라면 그릇을 던져 버린다.

다시 방바닥의 깨진 그릇 조각, 라면 부스러기를 주워담는
서글픈 장면과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화면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인 상황과 상관없는 이 영화가 번뜩 떠오른 건
세상이 내 본성을 비틀고
내가 살고 싶어 하는 대로 살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자소관이려니 체념할 수 있는 역경이 아니라
철학은커녕 무식하고 개념 없는,
정직하지조차 않은 그들 때문에
나의 우아하고 고상하고 교양 만발한 본성을 잃어가야 하다니
정말 '%$^@*&# 삐리리' 같은 세상이다.

내 입에서 욕이 멈추는 날
그때는 이곳에서 글쓰기를 중단할지 모른다.
배부르고 등 따시고, 세상 잘 돌아가는데
우리 편이 따로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우아함을 지키련다
오늘도 불철주야  쉰소리 지껄이는 그대에게 한마디…

'자기… 정말 나빠따…
자긴 정말 십장생이고 鳥가튼 넘이라니깐…'
IP : 121.187.xxx.3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08.5.18 1:17 AM (118.42.xxx.161)

    요즘 그래요. 시댁이 전라도인데 욕하는거 한번도 못봤어요. 남편도 운전대 잡으면 하지만 평상시는 거의 안하구요. 제가 충청도인데 좀 욕을 잘 하는편이예요. 성격도 급하고 욱하는 성격이 강하구요. 요즘 더 욕을 입에 달고 삽니다.
    애가 옆에 있어도 이게 주체가 안되네요. 인터넷이나 뉴스를 안봐야 욕이 없어질려나..

  • 2. 하하하
    '08.5.18 1:28 AM (84.73.xxx.188)

    유머감각이 철철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은 네티즌들의 촌철살인 댓글도 그렇고, 감각들이 정말 대단하세요.

  • 3.
    '08.5.18 1:32 AM (121.140.xxx.15)

    저도 어릴 땐 쌍시옷만 들려도 바르르 했는데,
    요즘은 키보드로 입으로 욕설의 보캐블러리만 풍성해져갑니다.

    한편 A~C~ 소리도 못하는 신랑, 허걱 놀라서 쳐다보다
    '뭘?' 한번 째려주면, 암 소리 못하고... 깽.

    요즘 제가 우리집 일진입니다.

  • 4. 저도
    '08.5.18 1:42 AM (218.49.xxx.179)

    정말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여지껏..누구한테 상소리 한번 안 하고..
    고운 말만 하려고 노력하던 저인데...
    요즘...뉴스 보면...이런...미친 ...
    차마...뒷말은 못하겟고...
    정말..남편 앞에서 욕하면서도...이런 날 보며...남편은 뭐라고 생각할까 싶습니다..
    내 고운 입 돌려도~~

  • 5. 아하하
    '08.5.18 2:12 AM (203.218.xxx.24)

    우리 우아한 아짐 일진회만들까요?
    진짜 글 우아하고 귀엽게 잘쓰셨네요.
    제가 꼬붕할께요!

    근데 이 와중에 대통령님인데 욕설하지말고 존중하라 뭐 이런 댓글 가끔 보이면
    울화가 치밀어서 마음같아선 주먹도 쓰게될것 같아요 저는..

  • 6. 이렇게
    '08.5.18 2:14 AM (221.153.xxx.211)

    재치있고 의식있는 국민들을 쥐박이답게 쥐어박기만 하고 앉았으니 십장생에 새소리나 듣죠.

  • 7. 서프
    '08.5.18 10:32 AM (211.206.xxx.63)

    에 등장하신 강남아줌마..많이들 감동먹고 있는 중이랍니다.
    강남아줌마...그 강남에 사는 보통 강남아줌마하고 격이 달라선 지
    서프의 남성부들께서 한 수 배울라고 줄을 섰드만요, ㅋㅋㅋ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참 반갑고 고맙기까기 한 아줌마...퍼 오신 글인 것 같은데 펌이라고 해 주셔야지요.ㅎ

  • 8. 푸하하하
    '08.5.18 11:48 AM (218.55.xxx.215)

    님~ 짱이십니다.
    제가 요즘 그 鳥가튼 넘땜에 웃을일이 없는데 님땜에 간만에 배꼽빠지게 웃어봅니다.
    글발이 쫀듯하니 요즘말로 쥑여주십니다.^^

  • 9. 그런데
    '08.5.18 12:29 PM (86.143.xxx.168)

    가시내가 전라도 사투린가요?

  • 10. 가시내는
    '08.5.18 4:33 PM (121.147.xxx.151)

    욕도 아니고 계집아이의 사투리일뿐............

  • 11. ...
    '08.5.18 4:56 PM (121.140.xxx.15)

    가시내는 전라도 뿐 아니라 경상도에서도 씁니다.

    사투리일 뿐 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운 호칭도 아니지요.

  • 12. 딴소리T,T
    '08.5.18 5:09 PM (218.237.xxx.81)

    어릴적 읽었던 이야기중에, 가시내라는 말의 유래라는 이야기를 읽은게 생각나는데요..
    옛날에 서로 사랑하던 두 남녀가 있었는데, 전쟁이 나서 남자가 전쟁터로 나가고, 여자는 남자의 소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남장을하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예쁜 얼굴을 가리려고 항상 갓을 쓰고 다녔는데 그래서 전장에서 갓쓴애라고 불리웠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지만..결국 나중에는 왜적?에게 잡혔다가 여자인것이 들통나서 자결을 했다는..
    발음이 갓쓴애-> 가쓰내 ->가시내 로 바뀌어갔다고 읽었던게 생각납니다.
    몇년전에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 했다가 바보됬습니다. T.T

  • 13. 욕쟁이
    '08.5.18 11:41 PM (211.104.xxx.95)

    저는 욕쟁이 입니다.
    개나리 십장생 신발끈 ...각종 욕 다 구비 해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성에 안차는게 작금의 상황입니다.
    이제는 막 무기력해질려고 합니다.
    쇠고기 문제는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유전자변형 식물, 공기업 민영화, 의보문제, 대운하......
    힘 없는 국민으로서 어찌 살아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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