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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한겨레 신문에서 펌)

내 딸은.. 조회수 : 539
작성일 : 2008-05-07 10:28:38
이기적인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라는
한겨레 신문 기사예요..
아직 어린 딸 키우는 엄마로서,
내 딸이 나중에 이러면 어쩌나... 두렵네요.
단지 철이 없어서 그런걸까요.
이런 딸들이 많은걸까요..
크면 달라질까요...






집에서 노는 엄마는 엄마밖에 없는 것 같아.” 얼마 전 네가 했던 말을 꺼내 놓고 새삼 황망해지는 아침이다. “엄마는 노는 게 아니야”라며 주섬주섬 덧붙인 말을 너는 듣지도 않았지. 시험 치르느라 고생하는 널 생각해 일부러 먼 데 있는 도넛 가게를 찾아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빛 도넛을 사왔던 아침,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더구나. 직장이 있는 큰어머니 덕에 용돈이 두둑한 사촌이 부러웠던 걸까? 엄마가 들이는 정성을 모르는 걸까? 요즘 애들 이기적이다, 자기밖에 모른다는 다른 엄마들 얘기를 흘려들었는데 남의 일이 아닌가 싶다.

엄마는 너로 인해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일이 많단다. 학원비가 두둑이 담긴 봉투를 내밀며 “엄마는 입고 싶은 옷 못 입고 너 잘되라고 이렇게 투자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너는 싸늘하게 대답했지. “엄마, 그건 다른 엄마들도 다 하는 일이야. 엄마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 내가 강요하는 거 아니잖아.” 영어 두 시간짜리 과외비가 나에겐 입고 싶던 정장이지만 엄마는 널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기껍게 희생할 수 있다는 정도는 알아줬으면 했을 뿐인데, “엄마, 고마워”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던 내 마음이 무참하더구나. 결혼해 17년, 그저 ‘엄마’의 삶을 살아온 삶이 자꾸만 맥빠지는구나.

요즘엔 엄마도 정말 힘이 든다. 네 학원비는 한 과목에 40만원인데, 나한테는 25만원짜리 균일가 여성정장 한 벌 쓸 여유조차 없어. ‘교육특구’ 강남에 사는 것도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큰 것 같아. 물리, 생물, 화학 등 각종 올림피아드에 시험삼아 도전하면서 수십만원 하는 개인과외를 붙이는 엄마들 틈에 있다보니 불안증과 조급증만 더해져.

너는 날로 눈이 높아지지. “엄마 타워팰리스 사는 애들은 과목별로 선생님이 있어 과외 선생님이 11명이래. 나도 그렇게 해 주면 안 돼?” 창문을 열면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보이는 우리 집에서 너는 창 너머 하늘보다 고급주택에 사는 이들에 대한 동경만 키우는 것 같다. 토플형 영어능력시험이 뭔지도 모르고 특목고 같은 학교가 더 많이 생기면 어찌해야 할지 대책도 없는 네 아빠와 대화가 끊긴 지도 한참이구나. 엄마는 너무 외롭다.

참 이상하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 나는 늘 감사했거든. 일하고 돌아오시는 부모님을 위해 청소도 하고 밥도 지었어. 동생들 숙제도 다 알아서 챙겼고. 엄마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교복도 직접 빨아 입었어. 그런데 너는 아침마다 새로 빤 교복 블라우스가 깨끗하게 다려져 있지 않으면 짜증부터 내지. 교복은 직접 빨아 입으라고 했던 어느 날, 너는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이지. 요즘 그렇게 하는 애들이 어딨어? 공부하는 시간도 부족한데”라고 하더구나. 나는 분명 내 부모님보다 네게 헌신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너한테 전혀 감사받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가정이 남들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서일까? 아니, 옛날에 나는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어. 아마 너와 나, 그리고 아빠를 자꾸만 상대적 빈곤감에 빠뜨리는 주변 환경 탓일 거야.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 어버이날보다 어린이날에 관심이 쏠린 너희들은 학교에서 부모들의 직업을, 연봉을 비교한다지.

나도 네가 주눅 드는 건 싫단다. 제 자식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야. 분당 이모가 어려운 집안 사정을 아들한테 얘기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돼. 그런데 그 노력의 결과가 너무 허망하다고 해. 학비 탓에 콘도 회원권도 팔아야 할 지경인데도 외고에 다니는 이모 아들은 “우리 반에 콘도 없는 애가 없어. 그거 안 팔면 안 돼?”라고 했다더구나.

학교에서 네가 공부 못해 차별당하고 주눅들까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야. 학부모 모임으로 학교에 가 보면 선생님들이 아이들 성적 따라 부모를 달리 대우하는 게 느껴져. 엄마들도 그렇게 대우하는데 너희들은 오죽하겠니. “너 싸가지 없어도 되니까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아랫집 엄마가 있는 한 엄마도 너한테 무작정 교복 빨래나 시킬 수는 없어.

그래,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엄마 탓이지. 엄마도 어쩌면 네가 얄밉고 못된 짓만 골라 하더라도 명문대학 가 남들한테 인정받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몰라. 외고 나와 명문대학에 간 딸을 두고서 ‘눈치 보인다’ 불평하던 친구가 내심 부러웠으니까. 이런 내 생각이 틀렸던 걸까?

요즘 아들 있는 엄마들은 “애들 판사, 검사, 의사 시키면 내 자식 안 된다. ‘며느리 자식’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는데 그게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너에 대한 ‘희생’을 그만둬야 할 때일까? 엄마는 너무 혼란스럽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IP : 128.134.xxx.8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입니다.
    '08.5.7 10:41 AM (125.240.xxx.138)

    저도 엊그제 딸아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많이 우울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며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에서만 크게 섭섭해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 자랄 때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생각없는 투정이 엄마의 가슴을 할퀴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요...

    점점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

    공부가 능사는 아닌데도 모든 걸 공부로 덮고 넘어가는 어른들의 탓인건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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