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엄마
미리 얘기하고 싶어요.
살갑지 못하고, 성격도 원만하지 못하고, .. 그랬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우리 부모님 탓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넘하죠?
저는 자라면서 단 한번도 부모님께 넘치게 사랑을 받았다는 기억이 없어요.
위로 언니오빠들에 치여서 옷가지 하나 변변하게 새로 얻어입은 적이 없구요.
어릴때 엄마가 시장에 다녀오시면 언니오빠들 옷을 새로 사왔다며 내놓는 엄마를 보면서
섭섭하고 서러웠던 기억만 있어요.
단 한번 잠옷같은 거 하나를 제꺼라고 사와서 울컥했던 (감격해서;;;) 기억만 있네요.
그래서 사춘기때 어떻게든 용돈을 모으고 삥땅도 쳐서 지금 생각해보면 도에 넘치게
옷을 많이 사모아서 맨날 욕들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상심리같은게 있었나봐요.
엄마가 살림을 잘하시는 편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시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녀들 교육에 신경쓰는 분도 아니고... 그냥 먹고 살기에 바빴던 그런 분이었어요.
생일상? 파티? 그런 건 꿈도 못꿨구요, 생일 축하한단 말 한마디 못듣고 지나간 생일이 부지기수구요,
어떤때는 그 잘난 미역국... 저보고 끓이라고 해서 먹었던 적도 있네요.
초등학교때 생일이 되면 아이들 다 케익을 가지고 와서 나눠먹었는데 저는 집에서 안챙겨주셔서
제가 만들어서 간 적도 있었답니다.;;; 재료 산다고 돈 얻어서
오븐에다 빵 구워서 중간에 크림넣고 초코로 덮고 아이싱 어설프게 해서 들고 갔었어요.
엄마가 케익을 잘 만드셨다며 맛있다며 먹는 아이들한테 제가 웃어줬는데...
어이가 없죠?? 그때 제 맘도 참... 서글펐어요.
엄마가 얼마나 돈없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지, 우리 집이 실제 어떤지...
정말 알려주고 싶지 않았나봐요.
그러는 부모님도 밖에 나와서는 그런 소리는 안하셨으니까요.
성격도 엄마랑 저랑은 정말 안맞나봐요.
항상 할말도 별로 없고, 엄마는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끝나고,
딸에게 애정어린 말한마디, 혹은 농담한마디 할 줄 모르는 분이세요.
친구같이 농담하며 지내는 모녀사이가 전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우리엄마 많이 배우지도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풍족하게 지내지도 못하셔서 못해보신 게 많아요.
당연히 자식들이 커서 좋은 곳에 데리고 가거나 하면 괜히 속으로는 좋으면서
겉으로는 이게 뭐냐 비웃듯이 얘기할 때도 있고, 좋은 건 좋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질투섞인 비아냥을 하구요 (제가 보기에) 좀 못났다 혹은 안산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좀 깔봅니다...... 전 그런 게 너무 싫어요.
물론 엄마는 자신이 그런 걸 모르시겠죠...
제가 오늘도 황당한 얘기를 하나 들었는데
신혼여행때 제가 면세점에서 버버리 핸드백을 하나 샀는데 그걸 어디서 들었나봐요.
그걸 친척 누구한테 "ㅇㅇ가 짝퉁 버버리를 신혼여행가서 사왔는데 (비싸게) 잘못 샀다"고 하더랍니다.
기가 막혀서... 신혼여행가서 면세점에서 짝퉁 사오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저는 엄마한테 그런 얘기를 직접 한 적도 없고 얼마 주고 샀는지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커녕
입밖에 꺼낸 적도 없거든요......
그냥 내가 무슨 진품을 샀겠냐 싶어 혼자 판단해서 그렇게 얘기했나봅니다.
말도 안되는 억측을 그렇게 합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뜁니다.
엄마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지 뭘 그러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엄마를 생각하면
왜 이렇게 정이 안가고 별로 깊은 얘기 하고 싶지 않은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마가 어릴 때 저한테 못했던 것도 있고, 위와 같은 어이없는 이야기를
(누가 들으면 웃을 이야기를) 여기저기 얘기하는 것이 너무 싫은가 봅니다.
그냥 성격이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그래서 저희 시어머니가 좋아요.
돈 없고 배운 것 없으셔도 인품이 너무 좋으시고.. 신랑이 보고 배워서 그런지 넘 착하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일전에 저랑 통화를 하면서 "너희 시어머니한테 아이 키워달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너무 당연한 듯이 얘기를 하는 거에요. 제가 지금 임신 중이거든요.
엄마는 지금 키워줄 여건이 안되서 전 말꺼낼 생각도 안하는데
아이 키우는 거 힘들어서 죄송해서 어떻게 시어머님께 말을 꺼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당연한 듯이 키워준다 그랬다매? 그러는 모습이 참...
우리 엄마지만 정떨어집니다.
사돈댁이면 말이라도 "니가 잘하고, 돈도 좀 두둑히 드리고 잘 키워달라고 말씀 드려라"
이런 식으로 말 못하냐구요...
클 때도 엄마한테 말로 상처받은 게 너무나 많아요.
단적인 예로
어릴 때니까 옷도 타이트하게 입고 여름엔 살 드러내는 옷도 입고 그러잖아요.
저보고는 한번은 창녀같이 옷을 입고 다닌답니다. 헐....
저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정말 많았는데
우리 집이 계속 가게를 했었어요. 가게를 마치고도 할 일이 많았구요.
부모님은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부모님 일을 돕는 것을 더 원하셨답니다...
하고 싶으면 해야할 일을 다한 후에야 할 수 있었죠...
학교에선 절대 그런 티를 내선 안됐어요 제 자존심 때문에.
저는... 부족함 없는 지원을 받으며 하고 싶은 거 다하며 크는 아이이고 싶었나봐요.
제 바람과 현실과의 괴리가 항상 너무 커서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구 저는 중학교 때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어요.
부모님과 언니오빠들은 일로 항상 바빴으니까 제가 일을 좀 덜하는 대신
청소, 요리, 다 맡아서 했어요.
나중에 결혼할 때 저희 시어머님한테 저 요리 잘한다고 자랑 하십디다;;;
지금요? 하두 질려서 살림에 손 안대고 삽니다.;;;
참 이상한 건요,
오빠고 언니고, 저만큼 엄마와 부딪히며 산 사람은 없다는 거에요.
그냥 무조건 니가 이해해라. 니가 받아 들여라. 그런 식이에요.
언니 오빠는 저보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럴까요.
그래서 저는 언니오빠에게 제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어도 못하겠어요. 제가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까봐.
엄마도 이해못하는 속좁은 딸로 보일까봐, 그럼 내가 또 상처 받으니까 못하겠어요.
저 상처가 많은 거 맞죠?
지금도 제 10대와 20대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생각하기도 싫어요... 어디가서 전 창피해서 말 못합니다.
아주 긍정적인 사람들은 저같은 환경에서 자란 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겠죠?
전 너무 예민해서인지 기억하기도 싫습니다.
옛날 생각을 하면 답답해집니다. 친정식구들과 가끔 통화 이외에는 교류도 없고
돈으로 얽혀있지도 않는 지금이 너무 좋은데요,
이런 내가 비정상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얘기했듯이 저희 언니오빠는
저같이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전..... 넘 상담이란 걸 받아보고 싶어요.
헤어나고 싶어도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저를 느끼거든요.
상담을 받고 정말 좋아질 수가 있는지... 경험해보신 분들 조언 부탁드려요.
두서없이 막 썼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토닥토닥
'07.8.1 5:04 PM (124.54.xxx.63)누구에게나 지나간 상처는 있지요.
저 또한..
지나간 그 시절의 내가 있던 풍경이... 참 슬퍼요.
나이 이만큼 먹고도.. 가족에게서 받았던 상처가 불쑥 불쑥 튀어나옵니다..
지금은 모두 원만하게 지내는데도.. 그래요..
참.. 이런 거 보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정신이 번떡 듭니다.
언젠가 자게에도 올라왔었죠..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린 시절 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우리가 원한 건.. 큰 것이 아니었을텐데요.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너 힘들었던 거 안다..그렇수 밖에 없었던 거.. 미안하다...
별도움은 되드리지 못하고..
'천 개의 공감' 읽어보시길요..
저도 이거 읽고 맘을 많이 다잡았답니다.^^2. 모녀사이
'07.8.1 5:35 PM (210.205.xxx.195)참 어렵죠.. 저도 엄마랑 사이가 좀 미묘해요. 남들이 전화통화하는것만 들으면 제가 엄마같고 울엄마가 딸같다고 해요..(우리 남편이..) 근데 부모가 자격증갖고 부모되는거 아니잖아요.. 자식도 내맘같을수 없듯이 부모가 모두 드라마에 나오는 인자하고 따뜻한 그런 사람일수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사람도 다 제각각이듯이 님이 감수성이 예민하신가 보네요.. 다른 형제들보다.. 부모한테 기대하는 마음이 크니 상처가 클수밖에 없죠..
마음먹기나름이죠.. 상처라고 생각하면 더 아파요.. 힘내세요..3. 마음이..
'07.8.1 5:40 PM (147.46.xxx.156)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참 힘들게 지내셨네요.
저도 엄마하고 관계가 참 힘들었던 때가 있어서 상담 받았는데 , 상담샘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런 엄마 밑에서 태어난 게 **씨가 지고 가야하는 십자가구나..'
어디에서 우리 엄마 이렇다 저렇다 그런 얘기하는 것도 너무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그런 얘기를 하게 될 때도 있더라구요...
너무 꽁꽁 싸매지만 마시고 좋은 친구나 남편에게 위로받고 치유할 수 있음 좋겠네요.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건,
임신중이라 하셔서요...
전에 EBS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여자일 경우 친정엄마하고의 관계가 자신과 자녀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건강한 마음이라는 건, 무조건 참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미운 사람은 미워하고, 화가 나면 화를 잘 표현하고
좋은 것은 좋아하고, 기쁜 것은 기뻐하고 하는 거랍니다.
너무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내 인생은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겠어 하는 배짱으로 자신을 기쁘게 해주세요. 홧팅!4. 님..
'07.8.1 5:49 PM (121.172.xxx.155)저랑 비슷하세요 ㅠㅠ
저도 언제 한번 날잡아서 자게에 하소연 좀 해보려고 했는데..
머릿속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마음이 너무 아프고 꼭 제 모습을 보는것 같아 눈물이 나네요.
말로 상처받는거 너무 힘들지만
그 상대가 부모라면 더 할말이 없겠죠..
저 그래서 혼자 나와삽니다....
너무너무 상처받았거든요.
힘내세요..
저도 이겨내는 중인지라 힘내시라는 말외에는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5. 책...
'07.8.1 6:05 PM (124.46.xxx.107)'흔들리는 부모들'이란 책이 있어요.
원제는 toxic parents.
미국 상담 전문가가 쓴 책인데...
부모에게 상처받고 괴로운 경우에 도움이 많이 될 듯 싶네요.(이 책 읽고 마음의 짐을 좀 덜었어요)
천개의 공감에서도 소개된 책이죠.
박미라 씨의 천만번 괜찮아 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구요.6. 그래도.
'07.8.1 6:35 PM (221.163.xxx.101)엄마는 엄마고..시어머니는 시어머니입니다.
참 신기한건..위의 말이 맞다는 것.
시어머니는 남이 될 수 있지만. 엄마는 평생 내엄마지여..고우나 싫으나.
서운해도..섭섭해도 엄마예여.
저도 엄마가 엄청 무뚝뚞하시고 너무 직선적이어서..자상하시고 친절한 시어머니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서운하시면 엄청 칼바람불고 냉냉해지는 모습에 질려서..
하는 만큼만 합니다.
엄마께 먼저 다가가세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돌아가시면 제일 후회가 될꺼예요.
서운한 말씀 많이 하셔도 그저 받아들이시고..힘드시겠지만..
그렇더라구여.7. 에휴
'07.8.1 7:34 PM (211.178.xxx.239)저도 저희엄마 얘기할려면 무척긴데..저희엄마도 자식에게 정도 없으시고.
무뚝뚝에..자식보다 당신인생이 더중요하신..어찌보면 진짜 이기적인 분이시거든요
오빠들이나 남동생이야 남자라서 별 내색 안하지만 전 정말 임신 출산등등 저혼자 힘들데 힘들게 살아왔어요
무언갈 바라는건 아니지만..아무 관심도 없으신 엄마를 보니 가슴에 응어리만 졌습니다
원글님 기운내시고
제가 느낀게
힘들수록 더 오기가 생기고 열심히 살아야겠단거에요8. 저도
'07.8.2 7:03 PM (222.100.xxx.203)속상한일 많았더랬어요.사사건건 부딪치고...나이들어가는 엄마보면서 지금은 내가 이해하려고합니다.돌아가시면 후회할것 같아서 지금은 무조건 예예하고 엄마 비위 맞춤니다.무시당하고 서러움에 속으론 눈물 흘려도 그래도 참습니다.그래도 내 엄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