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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얘기(좀 많이 길어요~ ^^;;)

미안 조회수 : 944
작성일 : 2006-02-03 15:21:11
설 전날, 엄마가 우셨어요. 엉엉.(저흰 명절에 저희 식구끼리만 지내요)
술을 조금 드셨는데(밖에서 드시고 들어오셨음) 집에는 저랑 엄마랑 둘만 있었어요.
엄마가 우신 이유는 아빠를 받들고 살기가 너무나 힘들고, 아빠는 자기는 무조건 옳고 다른사람은 다 바보고-_-;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난리 나세요. 작은아빠가 같이 일하셨는데 뭐 실수 하셨다고 다른 사람 있는데 막 심하게 하셔서 그만 두셨어요.
그러니 엄마한테는 어떻겠어요. 머리가 있네 없네~ 막 이러시거든요..) 다 이렇게 잘 살게 된건 다~ 내가 잘해서 이렇게 된거다! 이러면서 엄마의 노력은 하나도 인정 안해주신다고 많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친정도 시댁도 어디 의지할데도 없고 말 할데도 없다고..
(외가는 이모 한분만 왕래하고 친가는 작은아빠댁만 왕래해요. 큰집은 왕래 안해서 제사나 명절에 안가지만 벌초는 다 아빠가 하시고, 미리 성묘 다녀오세요.)
올해 안에 엄마가 빚진거만 갚으면 진짜 손 놓고 싶다고, 살기 싫다고..
그때 마침 티비에서 유호정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내가 저러면 딸이나 저렇게 챙겨 줄려나 싶다고.. (엄마가 심장쪽이 안좋으세요. 여기저기 많이 아프기도 하시고, 수술도 많이 하셨고..)
물론 아빠가 잘 하셔서 이만큼 사는거지만 뒤에서 열씨미 뒷받침 해준 엄마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저희는 3남매(27(딸), 24(아들), 21(아들))이구요 제가 큰딸이에요.
부모님 연세는 아빠가 올해 50세가 되셨고, 엄마는 49세이세요. (젊으시죠~ ^^)
저는 혼자 나와서 자취하며 회사 다니구요. 둘째는 이번에 졸업해서 아빠 일 돕고, 막내는 군대가려고 휴학한 상태에요.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하시는데 사업개념의 농사라서 부리는 사람도 많고(많을때는 30명 이상) 규모도(2천평 이상) 커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지만 차도 그*져 타고 다니시고, 해외로 골프도 치러 다니세요. 아빠는 한두달에 한번꼴, 엄마는 서너달에 한번꼴.
국내에서도 두분다 한두달에 한번씩은 필드 나가시는 것 같고 집에다가 연습장도 만드셨어요.. -_-;;; (저희 아빠가 좀 극성;이세요. 하고 싶은건 뭐든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제가 기회를 잡긴 했지만 저 혼자 20평 주공아파트 사는데 입주비용은 다 아빠가 주셨구요.
현재 아*떼 XD(새차) 면허 따자마자 사주셨고, 둘째는 NF소*타 사주시고 현재는 골프 가르키세요.
중간중간 실패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부모님이 자수성가 하셨구요.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땀흘려 버셔서 본인들도 최대한 즐기시지만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베푸시지요.
근데.. 문제는 그게 다 엄마가 열심히 내조한 덕도 있는건데.. 아빠가 별로 인정을 안해준다는 것이지요.
(아빠는 내향적, 엄마는 외향적)
아빠는 좀 독재하는 편-_-;이세요.
술 안드시고, 어디 나가서 누구랑 절대 어울리지도 않고 골프 시작하기 전에는 오로지 일만하고 집에 와서 티비만 보셨어요; 요새는 일, 골프, 티비.. 이렇지요;
저희 어릴때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오면 밖에서 거의 못 놀았어요~ ^^;
6시면 집에 와서 씻고 티비나 보고 가만~히 있다가 10시 되기전에 무조건! 자야 했어요..
입도 무지 짧으셔서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 놔도 반공기쯤 드시면 무조건 물에 말거나 국에 말아서 반찬없이 그냥 후루룩~ 드시는 편이고, 군것질을 무지 좋아하세요.. (빵, 과자, 초코렛, 아이스크림)
한번도 엄마가 아빠 밥상에 국이나 찌개 빼놓는 것 본 적 없고, 남의 살(고기, 생선) 빼 놓은거 본 적 없고, 아빠 군것질거리 떨어진거 본 적 없어요.
저도 한번씩(한달에 한번쯤) 시골 내려 갈때면 케익을 사가거나, 직접 빵이나 쿠키 같은거 구워 드리거나, 별식 같은거 꼭 만들어 드려요.
아빠가 많이 마르신 편이거든요. 그래서 부담없이 많이~ 만들어 드리지요.

아빠 생신이 어제 였어요. 음력 1월 5일.
집에 가니 명절이라고 제수장 보는게 아니라 아빠 생신상 차릴 장 봐놓으셨더라구요.
아빠가 내 생일날 잔치 뭐 해줄거냐고 했다고.. ^^;;
선물도 아빠가 골프채 사달라고 하셔서 나머지는 엄마가 낼테니
저랑 동생이랑 15만원씩 내놓으라고(진짜 "내놔!"라고 했음;;;) 엄마 드리고 왔어요.
이런건 절대 싫다거나 나쁘지 않아요. 더 많이 드리면 좋겠지만 저도 살아야 하는지라.. ㅠ_ㅠ
어제 저녁에 엄마가 버스편으로 음식들을 보내셨는데..
소갈비찜, 홍어회무침, 잡채, 조기찜, 무초말이, 꿀에 잰 생밤, 떡, 식혜, 전, 과일 등등 많이도 하셨더라구요.
아빠 받들고 사는거 힘들다고 했으면서 뭘 이렇게 많이 가지가지 했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
그래도 엄마는 자기 할 일 최선을 다해서 하는건가.. 싶다가..
이렇게 장만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아빠는 알까.. 싶다가..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연휴 마지막 날도 저는 올라왔는데 밤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몇번 틀어보라며 거기 장윤정이 입고 나온 한복, 아빠가 나도 저렇게 해 입으라고 했다고
어디서 하는지 좀 알아 보라고 하시다라구요.. -_-;
울면서 옷도 싫다~ 화장도 싫다~ 했던 사람이(!) 말이지요.
저희 엄마가 옷이 좀 많~~~~으세요. 전부 150벌도 넘을 듯..
코트도 여러벌, 정장도 여러벌, 한복도 틈틈히 하셔서 10벌도 넘을 듯..
원래도 꾸미고 하는거 좋아하는 화려한 스탈~이지만
한번씩 화가 나거나 울컥하거나 하면 아빠한테 흥!하는 마음으로 몇벌씩 사들이는 걸로 스트레스 푸셨나봐요.

저도 엄마가 그 정도로 힘들었나..하는건 몰랐어요.
아빠가 그런 성격의 사람이란건 원래 우리 다~ 알던 사실이고..
그래서 아빠는 그려려니..하고 아빠 눈에 거슬리는 일은 안하고 살았었는데..
그게.. 차곡차곡 27년동안 엄마 가슴에 다 쌓여 있었나봐요.

엄마가 막 엉엉 울땐 엄마 앞에선 그럼 어떻게 할건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엄마가 대책을 세우라고 앞으로 지금 산것보다 더 오래 같이 살지도 모르는데
그럼 계속 이렇게 살거냐고나쁜딸년처럼 말했지만..
(제가 애교나 뭐 이런게 전~~혀 없어요 ㅠ_ㅠ)
속으론 엄마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 아빠한테 어떻게 얘기를 해야하나..
아빠하고 대화하는건 어렵고 무서워요. 집에 아빠랑 단둘이 있으면 참 불편해요.
아빠가 농담도 하고 인제 다 컸다고 정치 얘기도 한번씩 하시고
티비프로 얘기나 연예인 얘기도 하지만 아빠랑 단둘이 있는건 참.. 어색하고 그래요..
아빠한테 편지를 써볼까.. 그럼 뭐라고 써야하나..
혼자 이 생각 저생각 하다가 시간이 오늘까지 흘렀네요..

뭐.. 제가 가만히 있어도 큰일이 나거나 할일은 없겠지만..
난생 처음 엄마가 제 앞에서 그렇게 울었는데..
나도 여자고.. 나는 자식인데.. 두분다 내 부몬데.. 하는 마음도 들고.. 참 어려워요..
제가 아빠한테 어떤식으로든 얘기를 하는게 엄마를 돕는건가요..?
아님 엄마가 스스로 해결 하실까요..?
동생들한테도 좀 눈치를 줘서 엄마한테 잘 좀 하라고 해야겠지요..?
(현재 저만빼고 4식구는 같이 살아요.)

------------------------------
이런저런 생각에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
IP : 61.105.xxx.12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2.3 4:16 PM (219.121.xxx.221)

    점점 나이가 들면 여자는 발언권이 세지고 남자는 기가 죽더군요.
    아마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식들이 하나 둘 결혼 할 수록 어머님 입김이 세질 겁니다.

    아버님 성격은 바뀌어 지지 않을 겁니다.
    그 시대 아버님들 대부분 그러십니다.
    그래도 아버님이 능력 있으시고 성실하고 자식 사랑은 많으신분 같네요
    독선적이면서 능력없고 자식 안 돌보는 가장들 수두룩합니다.
    혼자서 자수 성가 하시고 가정밖에 모르시는 분이니 장점도 많으신 분입니다.

    저도 옛날에 우리 아버지 왜 저러나 했는데 지금은 친정 아버지 불쌍해요
    원글님 글을 읽으니 가정교육 잘 받으시고 제대로된 가정에서 자라신 분 같네요
    문제 없는 가정 없구요
    나중에 그래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도 드물구나 하는 생각 드실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정도 문제는 어느 가정에나 있습니다.

  • 2. ..
    '06.2.3 6:47 PM (218.39.xxx.168)

    음 머랄까,,전 연륜이 짧아 무슨 대안이나 대책, 위로가 되는 글은 못올리겠구요.. 그냥 한말씀 드리자면 여기 게시판에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 주욱 쓰게되면 쓰게 되는 본인도 객관적으로 감정 정리가 되는 것 같고 읽는 3자들도 단순히 훙미롭다는 걸 떠나 자신들의 사는 모습과 비추어 이런 삶의 모습을 지닌 이런 가정 이런 식구들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거 같아요..

  • 3. SilverFoot
    '06.2.3 7:19 PM (147.6.xxx.176)

    저는 무언가 맘 먹고 할 말이 있을 때 얼굴 보고 말로 하면 긴장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고 하는 성격인지라 무언가 오해가 있고 풀 일이 있을 때 편지를 쓰는 편이예요.
    대체로 당장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상황을 봐서 우선 덮어 두고 찬찬히 내 잘못은 무엇인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땠을지를 생각해보고 한번씩 편지를 써서 제 생각을 전합니다.
    20살 갓 넘어서 엄마와 갈등이 있을때도 그러했고(엄마가 화가 나시면 자식이래도 얼굴 보는 것조차도 싫어하셔서 뭐 내가 잘못했다라든지 엄마가 이러이러해서 서운했다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아빠가 반대하시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제 생각과 판단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것도 편지를 썼었고, 최근에는 이틀 연속 전화로 저에게 짜증내는 상사에게 말투에서 짜증이 느껴지던데 내가 잘못한거라면 반성하겠지만 이 문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더더욱 내게 화풀이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었죠.
    이런 식의 편지들은 모두 결과가 좋았어요.
    제 얘기를 모두 받아들이고 이해해 주셨었지요.
    편지를 쓰면 아무래도 뒤엉켜있던 생각들도 정리가 되고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말로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거나 또다른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고 하지만, 편지를 보내면 상대방도 그걸 읽으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님도 찬찬히 정리해서 아버지 정말 열심히 사셨고 너무나 존경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이러이러한 노고도 좀 알아주시고 조금만 편하게 해주시면 안되겠느냐 자식으로서 보기에 참 안쓰럽더라 아버지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 잘 안다 이제는 조금만 더 표현하시고 감싸주시면 안되겠냐 이런 식의 편지를 써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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