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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함께한 저녁.
결혼한지 이제 5개월이 되가네요.
결혼전에는 아예 요리는 할 생각조차 안했던 딸내미였어요.
요리책 보고 할려치면 이것저것 없는게 많다보니(핑계긴 하지만)
할 맛도 안나고 그리고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가 해주시는 것만 낼름낼름 받아먹고 다녔죠.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되고,
어설프지만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
게다가 82cook까지 알게되어서 이것저것 해보는거에 재미가 들리게되었고요.
하나둘씩 해보면서,
엄마는 왜 이렇게 쉬운것도 안해줬을까? 특히 탕수육같은거여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우리네 어머님들 못해서 못하는것보다 안해서 못하는 그런 이유들이요.
살고먹기 바쁜데 그런거 뭐 이것저것 사서 우아하게 차려드시고 그런것과는 개념이 먼..
여하튼,
이것저것 해서 신랑이랑 둘이 먹다보니,
그때마다 생각나는건,
엄마와 아빠더군요.
이거 같이 먹었음 참 좋았겠다.
결혼하기전에 좀 배워서 해드리고 올껄 뭐 이런저런 생각이요.
며칠전 코스트코에서 산 해물잔치로 처음으로 잡탕을 해봤거든요.
영콘도 죽순도 가리비도 없는 좀 허접한 잡탕이었지만,
중국집에서 먹던 맛이랑 비슷한것같기도하고..^^
신랑도 맛있다고 하구요.
그리고 토요일엔 신랑이 감기에 걸려서 맛난음식 해준다고 칠리새우를 했는데
그또한 맛있더라구요.
일요일날,
엄마는 친구들과 산행가시고,
아빠 혼자서 집에계시다는것을 알았죠.
그래서 아이스 박스에 해물잔치랑 굴소스랑 녹말가루 와인도 몇술 따라 병에다 넣고,
칠리새우소스는 미리 만들어가구요.
그렇게 해서 저녁에 그이랑 아빠를 보러갔어요.
저희 오시면 고기 구워주실려구 상추 씻고 계셨는데
맛난거 해드리겠다며 앉아서 사위랑 이야기나 하라고 했죠.
그리고 정신없이 만들었어요.
동네슈퍼에 죽순이랑 영콘 통조림이 없어서 또 역시나 허접 잡탕하고.
시간없어서 도저히 튀길 시간이 안되서 소금과 후추뿌려 살짝 데치고 와인뿌려 잡내제거한뒤
준비해간 소스 넣어 자글자글 끓인 칠리새우.
그렇게 저녁식탁이 마련되었답니다.
아빠는 맛있다라고 하시면서 이게 중국집에서 먹는 잡탕이냐?
그러면 해삼이 들어가야지~~ 하셔서 다음번엔 불린해삼 사와서 꼭 넣어드리기로 했지요.
칠리새우도 옷을 안입혀서인지 토요일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는것같았지만,
너무 맛있게 잘 드셔서 행복해졌답니다.
집에서 칭쉬에서 잡탕 레시피를 적다가 선생님의 해삼탕의 글을 봤었는데..
친정어머니 입맛 없으셔서 해삼탕 해드렸더니 금새 나으셨다는 글....
그 글을 보고서는 지금 내맘이 그때 선생님 맘같았으려니 싶어져서 찡해지더라구요.
다른때같음 설겆이는 그이 시켰을텐데,
친정집에서 시키기는 뭐해서 제가 요리부터 설겆이까지 주욱하기는 했지만,
기분좋아지는 그런 저녁있었어요.
아빠가 장독대에서 된장이랑 고추장도 꾹꾹 눌러담아 퍼주시고,
저녁이라 제가 후레쉬를 비춰드렸지요.
김치도 싸주시고, 냉동실에서 멸치맛있다며 볶아먹으라고 퍼주시고,
엄마몫 톡톡히 해주셨지요.
다음번엔 꼭 불린해삼 사가지고가서 엄마랑 아빠랑 해드릴려구요.^^
1. 나루나루
'04.10.25 11:43 AM (220.71.xxx.45)리틀 세실리아님. 효도하셨네요.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네요. 너무 잘 하셨어요.
얼마나 아버지가 기뻐하셨을까? 큰게 효도가 아니라 자주 찾아뵙고
같이 있어드리는것 즐겁게 바라보게 해 드리는것이 효도가 아닐까요..
어버지가 계신 딸로써, 시집보낼 딸을 둔 엄마로써,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 나박김치랑 몇가지 반찬담고 과일좀 가지고 친정갈려고
전화드렸더니 외출하셨는지 아무도 안계셔서
82cook.에 들어온거였어요....
다음에 해삼가지고 가서 또 즐겁게 해드리세요...
인간극장을 보는것 같아요..2. Vinn
'04.10.25 1:40 PM (70.22.xxx.126)리틀 세실리아님 글 읽다가 코가 다 막혀 숨이 막힐때까지 울었습니다...
전 결혼하자마자 외국에 나와서 친정부모님 생각만 해도 눈물이 글썽거려지는데...저도 처녀땐 한번도 진짜 설겆이 조차도 안했거든요..이젠 82cook통해서 할줄 아는 음식도 제법 늘어가는데...부모님께 따뜻한 밥상 한번 못 올려드린 제가 너무너무 밉네요...얼마전 엄마가 수술하셨을때...암껏도...죽 한그릇도 못 드리고 멀리서 발만 동동거리던 일이 생각이나서...님이 부러워요...너무 잘하셨네요3. 리틀 세실리아
'04.10.25 2:13 PM (210.118.xxx.2)Vinn님 그 마음 부모님들도 다 알고계실꺼여요.
어머님 수술하셨을때도 옆에 계시지 못하시고 얼마나 마음 애타셨을까요..
나루나루님, Vinn님 좋게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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