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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염장글-저 너무 시집 잘온거같아요.
어제가 시아버님 생신이었어요. 올 2월에 결혼하구나서 첨 맞는 시부모님 생신이죠. 한국에서라면 어땠을까요...? 저처럼 살림만 하는 며느리였다면 아마 일주일전부터 몸살을 앓아가며 메뉴며 선물이며 걱정하지 않았을까요? 안그런분들도 요즘 많겠지만 우리 언니들만 봐도 대부분 그렇더라구요.
시부모님이 비행기로 한시간, 기차로 다섯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사시기 때문에 저는 그저 그냥 넘어가나...? 어찌되려나? 정도의 철없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죠.
삼일전 신랑이 그러더라구요. 부친 생신날 부모님께서 오후에 올라오셔서 친지 몇분이랑 저녁드시고 담날 첫뱅기로 내려가실거라구. 자식이 셋 있으나 일때문에 다들 수도인 타이베이에 살고 있으니 부모님이 움직이시는게 편할 수 도 있다 싶었어요. 올봄 삼월쯤에 봄꽃구경 오시고 안오셨으니 거의 다섯달정도 타이베이 나들이를 안하신셈인데 오실때도 됐다 싶었구요.
그리고 어제 오후까지 시아버님은 아직도 하시는 개인병원 환자 다 보시고 저녁무렵 오셨어요. 저흰 그저 공항에 나가 부모님 모시고 당신들이 직접 예약한 식당으로 가서 저녁 맛있게 먹고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죠. 집으로 가선 신랑이 계산했던 저녁식사값도 고스란히 다시 주시는 시어머니.
게다가 시어머니는 얘 낼아침 우리 첫뱅기로 가니까 신경쓰지말고 그냥 푹 자거라. 우리가 알아서 택시타고 공항갈께...이러시더라구요. 전 그소리에 응. 알았어...하는 신랑이 조금 이해가 안되더군요. 저희 시어머니가 제 신랑을 좀 많이 사랑하셔서-밥값을 다시 주시는것만 봐도 알수 있지 않습니까...- 공항 모셔다드린다고 일찍부터 잠 설쳤다가 하루 일 망칠까봐 걱정하신듯 한데 신랑이 철없이 진짜 그러겠다고 하니 며느리된 입장에서 약간 그렇더라구요. 잠자리에 들면서 뭐라고 좀 해줬습니다. 너 그러다 나중에 후회한다. 생신이라구 당신들이 직접 여기까지 와 주신것두 감지덕진데 어떻게 이른 새벽부터 어른들을 그렇게 보낼 수가 있냐고...생각해보니 제 신랑 저희 결혼때 한국서 우리 부모님 오셨을때도 이른아침부터 관광가신다던 부모님을 그냥 가시게 놔두고 쿨쿨 잤더랬어요.-물론 그때 사업상 일이 있어서 그랬다 치지만..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받네요.
하지만 그건 지난일이니까 그냥 접어두고...화가 난 체로 잠이 들었어요.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새벽 여섯시 15분쯤 됐더군요. 평소 10시정도에 가까스로 일어나는 저로서도 믿기어려운 일입니다. 어쨌든 부모님이 7시반쯤 나가야 된다고 하셨는데 벌써 일어나셔서 옷까지 다 입으셨더라구요.
저는 얼른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구워서 맛있는 버터와 함께 시어머니가 결혼혼수로 주신-사실 저 대부분의 살림 혼수도 다 시어머니가 해주셨잖아요...히힛- 하여간 그 아껴둔 웨지우드 테이블웨어로 아침상-?-을 차려드렸어요. 지난번에 시댁에 가서 보니까 시부모님이 아침은 빵과 커피를 드시길래 그대로 준비해서 드렸던거죠. 그런데 글쎄...우리 시부모님. 감동하신듯하드라고요. 한국식으로 미역국에 뭐에 거하게 차렸더라면 아마 뒤로 넘어가셨을듯.
아마도 빈속으로 스스로 택시잡아 공항에나 가서 샌드위치정도로 요기정도 하고 까오슝 내려가서 아침부터 바로 병원문을 여실 생각이었던거 같은데...아...참 가슴이 뭉쿨했습니다. 짱구같은 큰아들놈은 방에서 정신없이 쿨쿨자고...
덕분에 저도 평소 잘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것두 거의 몇년만에 첨으로 그렇게 아침일찍 일어나 마셨습니다. 두분과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짐을 들고 내려가서 택시를 잡아 태워드리고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고 뒤돌아 들어오는데 갑자기 저희 부모님 생각이 마악 나면서 코끝이 찡하더라구요...아아아...우리엄마 며느리가 내가 우리 시어머니 사랑하는만큼만 우리엄마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좋은 시부모님이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 시집 정말 잘왔다는 생각. 그러나 시집을 잘 왔다라는 말이 남편을 잘 만났다는 말을 결코 아니다라는 생각. 남편이 더더욱 짱구같이 느껴지더이다.
P.S 딸 많이 있으신분들 하나쯤은 대만쪽으로 시집보내는거 강추임다.-저 여기루 시집보내구 제가 외롭게 떨어져있는거만 빼고는 저희엄마 시집 잘보냈다고 스스로 무쟈게 흡족해하십니다.
요즘 이곳에서 이뿐 한국여인들 찾는 물결까지 일고 있으니 금상첨화!!
1. yuni
'04.8.6 5:20 PM (211.178.xxx.75)복이 많으시네요. 박수 짝짝짝!!!!
2. ??
'04.8.6 5:24 PM (221.155.xxx.195)저는 한국살구요, 물론 모든 가족이 다 한국사는데 저희 시부모님도 당신 생신때 당연 외식하세요. 대신 자식들이 돈 걷어서 대접해 드리죠. 생신때 모처럼 핑계김에 맛난 음식 먹을 수 있으니 구태여 집에서 음식 장만하는 거 보다 다들 좋아하세요. 그냥 제가 드리고시픈 말씀은, 다 사람의 취향이니까 행여 집에서 상차리시는 분들 시집 잘못간거 아니니까 속상해 마시라구요. 글구 저는, 다 큰 아들이 아버님 생신 때 지불한 식사비를 궂이 그날 바로 다시 돌려주실 필요가 있었을까... 그건 교육상(?) 좋지 않을거 같은데... 다음에 아드님 생일 때 생일선물로 다시 주실수도 있구요, 아님 용돈이라고 언제 한번 주셔도 될텐데. 그 돈 다시 받은 아드님도 참...
제 남동생 나이 서른 둘인데, 울 엄마가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부모 위할줄을 잘 모르더라구요. 어머니 환갑때도 케잌만 달랑 사오고... 물론 돈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조금 더 신경쓸수도 있었을텐데, 워낙 받기만 하다보니 챙겨드리는건 전혀 없어요.
님 남편분도 멀리 오셨는데 공항 모셔다드리지도 않았다니 하는 말이에요.
다행히 님께서도 잘못되었다 생각하시니 꼭 남편한테 잘 말씀드리세요.3. 앨리엄마
'04.8.6 5:31 PM (61.253.xxx.11)하하..정말 시집 잘가셨어요!!!
저두 중국남자와 결혼한 몇몇 커플을 알지요.
제남편이 그 사람들과 놀지 말랍디다..
자기가 변할 생각은 안하고..
제가 아는 공주병후배하나는(결혼 전부터 증상이 심했습니다)
그 집안에서 아주 아씨처럼 산답니다.
부러워요~~~4. 쵸콜릿
'04.8.6 5:33 PM (211.35.xxx.9)정말 복 받으셨네요....잘하셨어요.
진짜루 딸낳으면 대만으로 시집보낼까요?
이번에 제 사촌동생이 중국계 아가씨랑 결혼하는데...ㅎㅎㅎ5. 짱구부인
'04.8.6 5:53 PM (61.221.xxx.131)??님, 물론 저두 잘 알죠. 한국에 사신다구 다들 불행하고 한국시부모님은 다들 며느리 구박하고 그러는 거 아니라는거. 저 역시도 무슨 때 사랑으로 음식장만해서 대접하고 그러는거 참으로 좋은일이라 생각해요. 철마다 제사챙기고 중요한일 집에서 다 챙기는 분들이 모두 불행하다는고 생각지 않은건 당연하고요. 만약 그렇담 우리엄만 세상서 젤 불행한 사람입니다.
저희 남편은 국민학생때 먼저 외국에 나가서 대학때 부모님이 오셔서 가족이 합쳐졌을때까지 혼자 살았어요. 상당히 자유롭게컸고 그렇다고 버릇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혼자 떼어보내놓은거때문에 시어머니는 더욱더 아들이 철부지지같지만 늘 아픈 그런존재겠지요. 요즘은 사업한다고 고국에 돌아와 바삐 뛰는게 안쓰러우셨을거구요. 해서 아마 조그만 돈이라도 아들지갑에서 나가는게 안타까우셨을텝니다. 친지분들 계셨을때야 체면때문에 아들이 계산하도록 두었다가 나중에 집에 가서 되돌려주신거구요. 게다가 이곳사람들과 우리한국인의 돈의 개념은 조금 다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저희신랑 그렇게 부모위할줄 모르고 그렇지도 않아요. 단지 집안이 워낙 개방적이고 자유로운분위기다보니까 사소한 부분을 챙지기 않아서 그렇지 사실은 효잡니다. 서로 사생활에 피해가 가지않을정도로 예의를 지키며 효를 행하지요...이곳 사람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저희 시부모님이 상당히 자식들에게 희생적인건 사실입니다. 오늘 저녁 늦게 신랑이 사업상 약속이 있어서 아침일찍부터 일어났다가 괜히 저녁일을 그르칠까 걱정되어 공항으로의 배웅을 마다하신겁니다. 어쨌든 ??님의 지적은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6. 코코샤넬
'04.8.6 5:56 PM (220.118.xxx.46)짱구부인님이 마음을 이쁘게 쓰시기에 시부모님께서도 잘하시는게 아닐까요?
어쨌던 글 읽고나서 참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바른 시부모님 같아 제가 다 기쁜거 있죠? ^^
저도 나중에 그런 시부모님이 되고 싶습니다...7. 바랑
'04.8.6 10:00 PM (218.51.xxx.215)아는 언니가 캐나다 교포랑 결혼했는데 딸만 둘이어요. 귀한 딸들 한국남자한테 저얼대루 시집보내기 싫구 중국남자가 괜찮은 것 같다구 하더니 그 뜻을 알겠군요. 나두 딸 있는데 중국남자한테 시집보내까...ㅎㅎㅎ
8. 항상감사
'04.8.7 12:53 AM (211.221.xxx.199)저두 맘이 흐뭇해오네요. 짱구부인님 복 받으셨어요..부러버라..
9. 헬레나
'04.8.7 2:14 AM (219.241.xxx.91)와~ 짱구부인님 좋으시겠어요.
중국남자들이 그렇게 가정적이라던데 진짜인가요?!(중국이랑 대만이랑 좀 틀릴라나요?)
집안살림두 잘하고 그렇다는데.. 반면 여자들은 여왕처럼 산다면서요?(서태후의 영향이라던데..) '내가 애낳아주고 그러는데 더이상 뭘바라냐'는 식으로.. (중국여행시 가이드한테 들었습니다만 조금 오버스러워요.. 설마 그럴라구..싶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시부모님을 생각하시는 님의 마음이 더 아름답습니다.
가족들 챙기고 애들한테 잘하는거 때문에 중국 남자들도 한국여자들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다 때려치고 중국어나 배울까봐요 ㅋㅋㅋ ^^;; ㅠ.ㅠ;;;
짱구부인님 행복해 보이십니다 ^^10. 카푸치노
'04.8.7 8:03 AM (220.75.xxx.80)진짜 시집 잘가셨네요..
넉넉하고, 여유있으신 시부모님들이세요..
행복하세요~~11. 선우엄마
'04.8.7 9:36 AM (220.126.xxx.146)저희 과 동기 중 화교 남학생들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삽니다만.
요즘 동문회에 나가서 생활하는 것 들어보면 적어도 저희 남편(가정 생활에서만 20년전 아버지 시대 사고방식과 꼭 같습니다.)과 정반대 던데요. 텔레비전에서 본 중국남자들 생활 그대로입디다.12. 대만은...
'04.8.7 9:54 AM (211.200.xxx.123)대만은 모르겠고 중국 본토는 사회주의가 자리를 잡아 여성도 일을 하고 그러다보니 남성도 가사분담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선족여성들이 한국남성과 결혼하면 그 가부장적인 모습에 학을 뗀다지요?13. 짱구부인
'04.8.7 10:52 PM (61.222.xxx.86)우아...여러분들이 이쁘게 봐주신다니 기쁘네요. 어제 ??님이 약간 안좋은 쪽으로 리플달아주셔서 밤새 생각이 많았었는데 -혹시나 82쿡에선 기쁨도 나누면 반이되는가 하는 생각...- 다른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신다니 흐믓합니다. 저 시집잘온거 맞죠??
14. 빠끄미
'04.8.8 2:29 AM (218.152.xxx.224)저희언니도 형부가 대만분이시구 미국서 유학중에 만나 결혼해서 대만서 사는데요...
그쪽이 원래 분위기가 그러한가봐요....
시댁에 혹 갈일있어가면... 시어머니가 음식 다 해놓구 가서 먹기만 하구 설겆이도 필리핀가정부가 알아서 다하구.. 과일만 깍아내면된다더군요..,
글구 저희 언니네 윗층에 시부모님이 아파트를 같이 하나를 사셨대요...
이유를 물으니.. 아들네 오셔서는 같은집에서 자면 며느리 불편해할까봐.. 식사만 한끼 같이 하시고..(것두 집에서 해먹는건 10번에 한번있을까말까고 나가 사먹는데요... 당근 돈은 시부모님이 내시구요..니네가 무슨돈이있냐면서요..저희 언니네..모두 명품으로 휘감고 사는데두요..몇년을 언니네가 내겠다해도... 한번을 내라하시질않더랍니다..--;)그러면서 그윗집에 가서 주무시구 가신데요...
그렇다구 그집 청소를 언니가 하느냐하면 것두 아니구요....어머님이 다 청소구 빨래구 하시구 간답니다..
게다가..설날이라구 시댁에 가면.. 세뱃돈을 주신다네요.... 언니랑형부랑 아이들에게..--;
(이건 그나라 풍습인지아닌지는 모르겠어요...)것두.. 몇십만원이아니..몇백만원을요...
저희 언니.. 한번 갔다오면.. 시부모님에 시할아버지까지..아주 두둑히 주신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맞벌인 당연히 안하구.... 또 대만이..외식문화가 많이 발달해서 주로 나가서 사먹더군요... 밥은 일주일에 한번정도 한끼 하구요....
그외엔...점심,저녁은 당근외식에....아침은 빵이나 우유,과일같은걸로 먹고요..
(참고로..대만빵은 정말 맛있답니다~^^)
그래서.. 대만남자랑 한국여자랑 결혼하면.. 여자가 정말 편하고.. 잘산대요...
그런데...대만여자랑 한국남자랑 결혼한면.. 외식문화에 익숙한 여자와 밥찾는 한국남자...
힘들다더군요....
혼수도... 여자는 거의 안하고.. 남자가 하더군요...
언니 대만서 결혼할때 저희 가족,친척들 비행기값도 사돈댁에서 다 부담하는거라며 글케 하더군요..
암튼..언니팔자..부러운팔자입니다~
하지만.. 정말 많이 외로와했습니다...
이제는 결혼한지 10년이 되었으니.. 가끔은..한국에 와서는..대만이었으면 편할텐데..라고 하지만.
그전까지..너무 외로와해서... 전화값만 한달에 50만원씩 나오고.. 1년에 한국을 한달씩3,4번은 나왔답니다...아이들이 태어나고..자라며.. 조금 바뀌었지만.. 언니도 그만큼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었더군요...
곁에 친정엄마랑 제가같이 있었음 너무 좋겠다면서요...
자기 소원이 엄마한테 아이 맡기고 저랑 쇼핑 다녀보구..엄마랑 저랑 같이 밤새 수다 떨어보는거라면서요.....
다 힘든부분을 잘보냈기에... 이런좋은 일이있는거겠죠?^^15. bean
'04.8.8 7:56 AM (211.201.xxx.83)경제가 발전한 동양국가중에서도 유독 한국이 남성 우월주의가 심한듯..그것이 지나쳐 여성학대로 변질된 느낌..일본도 대만도, 심지어 중국도 이렇게 한국처럼 여성에 대한 비하는 없는듯..
16. 짱구부인
'04.8.8 10:38 AM (61.222.xxx.86)빠그미님 언니 얘기가 바로 제 얘기네용. 저희 시부모님도 지금 저희 집 단지 안에 다른 unit 한 채 더 사는거 고려중이십니다. 대만선 흔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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