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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딩때 황당 선생님 베스트
자그맣고 아담한 체구에 생김새는 학습만화에 나오는
안경쓴 '똘똘이'처럼 생기셨던 국어 선생님.
당시 군부에 큰 반감을 가지셔서 수업중 틈만 나면
전두환의 비정통성과 미국의 개입에 대해
비분강개하며 말씀하셨지요.
그 당시 발에 채이는게 닭장차와 전경들 일정도로
도로변에 주르륵 정열해 있는 그들이 무섭기도 하고
남정네들이란 생각에 부끄럽기도 해서
그 앞을 지날때면 종종걸음을 치기만 했던 우리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전경들이 함부로 사람에게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도
아니고 너희들은 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강변하셨는데
실제로 어린 저희들에게 전경들이 신분증을 요구한 적은 거의 없었지요... -_-
수업시간에 팔에 붕대를 감고 얼굴엔 파스를 붙이고 들어오신 어느 날.
전경의 신분증 검사에 완강히 거부하다 구타를 당하셨노라고
자랑스레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저희들은 그저
"걍 곱게 보여주고 말지..참 힘들게 산다...' 하고 수근거릴 뿐.. -_-;;
더더욱 황당한 건
집에 갈 때나 어떤 약속장소를 갈 땐
항상 뒤의 미행범을 조심해서
이쪽 저쪽 여러길로 돌아서, 피해서 다녀라.
사람이란 너무 똑같은 스케쥴과 정해진 길로만 다니면
납치,유괴할 때 범인들의 쉬운 표적이 된다며
얼굴이 호신술인 저희들에게 사뭇 공주과로의 편입이 허용된 마냥
영 씨잘데기없는 잡지식을 많이 알려주셨지요.
덕분에 수업시간은 재미있었지만... ^^
그러면서 정말로 그분은 항상 퇴근후에 이길 저길 배회하며
그 빤한 버스 정류장까지의 길도 보통 4~5가지 루트를 만들어서 다니셨어요.
어느날은 전봇대에 바싹 붙어 수분을 지체하시다가
바로 옆골목으로 미끄러지듯이 샤샤샥-하고 가시는 모습을
목도하기도 하였습니다. -_-;;
아마 대학때 데모 꽤나 하시다가 고생한 전력이 계신듯...
진짜 황당한 사건중의 사건은
그 선생님이 숙직으로 교무실에 계셨을 때...
모르는 문제가 있었는지, 여쭤볼 게 있었는지
그 반 아이 두명이 선생님을 찾아내려 갔답니다.
선생님을 보고 말문을 열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안색이 변하신 선생님이 아이들을 문밖으로 쫓아내고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면서(문고리를 부여잡고 문가에 서서 얘기하셨다고.)
"학생! 이러면 안돼! 우린 선생과 제자야.
학생맘은 알겠지만 좀더 이성을 찾고 내일 낮에 찾아오도록 해요."
문밖에 있던 아이들은 그저 뻥한 표정과 심정으로.... -0-;;; -0-;;;
다음날 그 야그를 참새떼들에게 흘릴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
--to be continued?
1. 무우꽃
'04.5.19 3:33 AM (210.118.xxx.196)ye, continue.
2. 이론의 여왕
'04.5.19 3:42 AM (203.246.xxx.252)그 선생님, 학생 때 운동하시다 된통 당하셨나 본데요..
3. 깜찌기 펭
'04.5.19 8:39 AM (220.89.xxx.58)왜 고등학교마다 상태 수상한 선생님들이 한명식 계셨는지..ㅋㅋ
고2때 울 담임..
고려대출신 콧대높은 노처녀(당시 30대 후반)가정선생님이셨죠.
새침때기 서울 아가씨가 왈가닥 경상도 자연계여고생들과 얼마나 싸웠겠어요? --;
아직도 그때생각하면.. 으.... 끔찍혀요..4. 나나언니
'04.5.19 8:42 AM (221.149.xxx.53)푸하~왠지 아라레님의 글은 4등신 코믹 만화로 그려보면 무지 뜰것 같아요. 재밌어요~ !!!
5. 키세스
'04.5.19 8:52 AM (211.176.xxx.151)같은 시기...
우리 학교에선 운동권 출신 선생님들의 열변에 감동하던 아이들이 있엇던 것이었다. ^^6. 짱여사
'04.5.19 10:04 AM (211.107.xxx.9)이런 선생님들 학교마다 한분씩은 다 계시는구나...
그래도 내가 젤루다 생각나는 선생님은..고딩때 국어선생님...
30넘어서 만나서 집안반대로 10년 연애해서 40이 넘어서 겨우겨우 결혼하셨던 분!!!
결혼식에서 신부도 신랑도 어찌나 많이 우시던지..
지금 아이 낳고 잘 살고 계시겠지..^^7. 강아지똥
'04.5.19 10:56 AM (218.49.xxx.136)전 육지와 떨어져 있던 섬에서 중딩까지 그곳에 다녔었는데여..그때 체벌을 무슨 삼청교육대받듯이 받았던 아픈기억들때문에...그후로...선생님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완전히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픈기억만 남네여...지금에 와서도 특히 교사밥먹는 친구들한테 여전히 목청높여 말하는게 있다지여......
8. 비니맘
'04.5.19 11:28 AM (192.193.xxx.66)앗! 저는 국어선생님 처럼 운동권도 아니었는데.. 요즘도 가끔.. 집에가는 루트를 바꾸곤 한답니다. 물론.. 선생님 수준은 아니구요.. 집에 갈때.. 서대문역에서 전철을 타던걸.. 앞으로 좀 가서 광화문 역에서 탄다거나.. 집 가까운 역에 내려서는 오른쪽 길로 찾아가던 집을.. 왼쪽 길로 쫌 돌아 간다거나... 이렇게 루트 두개만으로도.. 나를 노리는 (?!) 사람이 있다면, 어디로 튈지 좀 헷갈리지 않을까요? please be continued...
9. 홍이
'04.5.19 11:35 AM (211.227.xxx.250)전 개인적으로 존경할만한 선생님들보다는 내 눈에도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이상한 선생님들만 봐온관계로 존경할만한 선생님 운운하면 부럽습니다.고등학교때 합창반 수녀님도 좋아하는 선생님이셨지만 존경할만한분은 아니었던것 같아요
10. 코코샤넬
'04.5.19 12:59 PM (220.118.xxx.109)아라레님...저 아라레님 팬이 되고파요....저를 거두어 주세요..네?
아라레님 글 너무 재밌어요...하하하하하하하
그 선생님도 학생시절 운동 꽤나 하신 것 같고, 어지간히 피해도 보셨나봐요..-,.-a
국어선생님 좀 안됐기도 하구요....
저는 학교 다닐때 선생님들이랑 무척 친하게 지냈어요...(성적은 그리 안좋았지만 >.<)
그래서 선생님마다 다 한분 한분 기억이 생생해요...잘 지내고 계신지도 궁금하구요...
아라레님 때문에 우리 은사님들이 보고 싶어졌어요...책임지세요 ㅠ0ㅠ11. 나나
'04.5.19 1:38 PM (211.49.xxx.188)어느 학교나 특이한 쌤들은 한분씩은 계셨던것 같아요^^..
아라레님 글은 저도 울 언니처럼 4등신 만화로 상상이 되요^^..12. 밴댕이
'04.5.19 11:49 PM (68.78.xxx.65)미쵸미쵸.
고생을 느무 심하게 당한 후유증이 크군요...
시리즈거리 있다 하시더니만 앞으로 계속 풀어 주실거쭁? 야호!!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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