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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싸우고나니 잠이 안오네요.

콩순이 조회수 : 1,134
작성일 : 2004-04-01 04:13:12

작년에 남편은 주말도 휴일도 없이 여름휴가도 못가고 특근을 했습니다.
평일에도 저녁을 집에서 먹는 적이 거의 없었죠.
일이 힘드니 집에 오면 잠만 자고
그러다보니 돌도 안된 아기는 24시간 저혼자 책임져야하고
하루종일 현관문 한번 못나가고 사람얼굴 한번 못보고 지나가는 날이 많았어요.
더구나 남편 직장때문에 연고 전혀없는 객지에 와 사는것이라
산후우울증에 외로움에 신체적인 피곤함에,,

결혼전에는 조카도 10분 놀아주면 귀찮고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남들이 그러데요 그런 사람도 자기 아인 이뻐 죽는다고 똥냄새도 고소하다고
그런데 막상 낳고 키워보니 내가 별종인건지
아이가 이쁜건 이쁜거고 힘든건 힘든거고 내 아이 똥도 냄새는 고약하더라구요.
매일마다 짜증 만땅이고,
누구는 트럭도 번쩍 들었다는데 나는 왜 남들만큼 모성애가 없는가 자책하고.
또 살림에도 요리에도 워낙에 젬병이고,,

내게는 결혼전 회사다닐때 받던 스트레스보다 살림하고 애키우는 스트레스가 훨씬 큰데
나는 자기가 부럽구만 남편은 나를 부러워라 하고
그렇게 서로가 안쓰러워 하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더 힘들다 여기니
참다 참다 한번씩 터지면 거의 전쟁 수준으로 싸웠어요.
  
애가 좀 자라니까 살만해져서 그런지 올해들어선 싸운적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저녁에 한바탕 했답니다.
속상하고 열받아서 잠못자고 인터넷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다가  
네이버에 만들어논 앨범에 남편사진 보니 결혼할때에 비해서 작년부터 너무 많이 마른데다 눈이 퀭~.
마음이 짜안하네요.

전에 월급명세서 파일에 정리하다 계산해보니 작년에 받은 월급중에 특근비가 600만원이 넘더라구요.  
좋아해야 되는건지 슬퍼해야 되는건지 원.
올해는 일이 널널해서 특근을 거의 안했는데 남편 왈
주말에 놀아서 좋긴한데 대출금 갚는데 차질 생겨 걱정이네~ 하던걸 생각하니.. 또 맘 아픕니다.

결혼안하고 서로 각자의 집에 살면서 각자의 일을 가지고 자주 만나 이쁘게 사랑만 했더라면
이렇게 지지고 볶고 일상에 치여 살지는 않게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만약 그랬더라면 이미 헤어진 사이가 되었을까..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해보는 잠 안오는 밤입니다.

IP : 211.197.xxx.7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송심맘
    '04.4.1 9:49 AM (211.203.xxx.9)

    저도 남편 따라 달랑 객지로 와서 아이낳고 살고있는데, 첨에는 정말 전화값 무지 나오더니, 아이가 커가니까 전화값이 줄더군요..(전화잡고 있는 꼴을 못봐서..- -;;) 결혼으로 묶여진다는건 정말 사랑 이상의 무엇인가를 공유하는거 같습니다. 사랑, 미움과 연민, 측은함, 그리고 아이까지.. 힘내세요..

  • 2. 삼월이
    '04.4.1 10:34 AM (211.180.xxx.61)

    콩순님 심정 이해갑니다. 아이낳고, 이쁘긴 하지만 종일 말도 안통하는 아이와 있고,
    어디 나갈데도 없고, 입열일도 없고, 거의 유폐당한 느낌... 퇴근해서 들어온
    남편은 조금 씻고, 밥먹고 애보는 척하다가 신문이나 뉴스에 코박고 있다 자구...
    저는 다행이 그런게 쌓이기전에 다시 출근해서 일했죠.
    누누히 얘기했지만, 모든 여자들이 결혼하면 다 신사임당 내지는 현모양처 모드로
    휘리릭 전환되는게 아닙니다. 갑자기 난데없는 강렬한 모성애가 팡팡 샘솟는것도 아니고요.
    애도 별로 안좋아하고 살림하기도 싫어하는 여자들 많아요. 점점 더 많아지구요.
    왜냐고요? 세상이 변했기때문이죠. 한 50년전만해도 여자들이 태어나 자라서
    시집가서 애낳고 살림하는것밖에는 거의 할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할것도, 배울것도, 놀것도 많은 세상이죠. 다소 얘기가 딴데로 흘렀지만,
    모든 여자들이 결혼만 하면 살림을 아주 재미있어하면서, 척척 잘하고, 아이도 이쁘게
    잘 키우면서 행복할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 3. 선우엄마
    '04.4.1 11:01 AM (220.126.xxx.248)

    삼월이님 동감이예요.
    남자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아빠가 아니듯이
    우리 여자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는 아니잖아요.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예전 사진을 보거나 추억을 떠올리면
    각자 측은해지는 것이 부부인것 같아요.
    힘내세요.

  • 4. Adella
    '04.4.1 6:18 PM (210.117.xxx.206)

    콩순이님.
    글을 읽는데 정말 짠하네요. 모성애라고 무조건 치부하는건 본인을 더 힘들게 만든다고 봐요. 힘든건 힘든거구. 모두가 요리나 살림이나 육아를 좋아하는건 아니니깐요.
    힘내세요. 리플 이런건 안달아봤는데, 참 맘이 짠해서 한글자 적고 갑니다.
    남편분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섭섭하시죠? 그리고 특근비 이야기. 남편분도 많이 힘드시겠어요. 서로 많이 아껴주세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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