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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이야기.
평화로이 수면..이 아니라
TV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마눌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었답니다.
평화롭고 나른한 일요일 늦은 아침.
배불리 아침을 먹고 그 행복감을 만끽하던
바다사자의 예리한 후각에
범상치 않은 냄새가 캐취되었습니다.
"이런--!!"
그의 귀여운 딸이 한아름
모든 음식의 마지막 과정을
수료하고 있었습니다. -_-;;
아내는 고무장갑을 끼고 열씨미
설겆이를 하고 있습니다.
거리상으로나 일의 경중으로나
이 수료증(?)을 수습하고
치워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밖에 없습니다.
일단 누워만 있던 바다사자의 포즈에서
직립보행이 가능한 인간으로
탈바꿈을 합니다.
생전 사람의 '그'냄새를 못맡았던양
연신 억!푸.. 억!푸...하며
과장된 호흡과 모션으로
아기를 욕실로 안고 들어가
씻기기 시작합니다.
"와... 진짜 냄새 독하다.
이건 진짜 찰떡이네..
잇잇..! 왜이리 안떨어져? "등등..
아직 말귀를 다 알아듣질 못하는 아기라해도
눈치로 알아채고 민망스러울 만큼
갖은 잔소리와 궁시렁으로 애를 씻깁니다.
"그만 좀 해. 애가 창피하것다.
매일 씻기는 나도 있는데 어쩌다 하면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희한하게도
남편이 씻길 때마다
셋에 둘의 확률로 참으로
쫀득쫀득한 점도 높은 찰떡(?)을 만납니다.
저는 그냥 툭툭 털어버리면 되는 경우가 많지만...^^V
"나아~중에... 내가 늙어서 만약
뒷수발 들어야 할 경우가 생기면
그 때도 이렇게 구박하면서 씻기겠다...?
난 행여나 그런 경우 생기면
뒷탈 없도록 내가 유언서 써줄테니까
날 곱게 죽여줘..."
사람의 목숨이란게, 건강이란게
자기 맘대로 되는게 아니란 걸 잘 알고
호흡기 뗐을 때의 그 심정도
아버지를 보내면서 절절히 느꼈음에도
이렇게 속없이 실실 농담조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남편왈.
"근데 막상 그 때되면
손가락 바들바들 떨면서
(엉덩이에 둘째 손가락 찍은 다음
허공에 글씨쓰는 시늉한다)
벽에다 '난 죽어도 오래 살아야 돼...'하고
금당벽화 남기는 거 아냐? "
움홧홧홧홧....
둘이 얘기하고 둘이 같이 박장대소하고..
킥킥거리며 누가 금당벽화를 그릴지 함 보자..(무서운 말이네요 -_-;)
자기는 일필휘지로 추상화를 그릴거다..
너는 닦기도 힘든 구석이나 이불 밑에다
쪽지쓰듯 쓰는 것 아니냐...
이러쿵 저러쿵 시덥잖은 농을 하다가
짐짓 정색하며
진짜 건강하게, 무탈하게 오래 살자.
서로에게 싫고 괴로운 꼴 보이지 말고
고생시키지 말자며 두 손을 마주잡았답니다.
(영화서 친구!! 하며 남자들이 의리의 표현연출로
눈 부릅뜨고 불끈! 음! 하면서 잡는 그런식으로. ... ㅋㅋ)
사실 시할머님이 시어머니한테 그리
시집살이를 고되게 시키셨다 합니다.
꼭 그런 시어머니들이 나중에 치매걸려서
더 힘들게 하잖아요.(드라마 보면)
시할머님도 그리 되셔서 시어머니께서
그분 뒷수발 다 드시고 말그대로
온 벽이며 바닥이며 이불이며...
금당벽화를 그리시곤 했다네요...
그러니 신랑은 어려서부터 실제로
고색창연(?)하고 쿰쿰한 벽화의 내음을 맡으며
자란것이지요.... -_-;;;;
돌아가셨을 때도 젤 추운 날 가셔서
땅 파는데도 엄청 고생시키고 가셨다고...
(마지막까지 시집살이를 시키신 거래요.)
매운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나중에 시어머니 되면 더 한다는 말도 있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인격적으로 넘 착하셔서
저같은 철없는 며느리도 눈감아 주시고
제가 별 어려움 못느끼고 살게 해주셔서
참 감사하답니다.
여기서 곁가지.
울 남편도 엄청 고생스런 군생활 했는데
(철원 최전선-비무장지대-인데 자기도 하도 징그러워선지
남들 다 떠벌리는 군대얘기 잘 안해요.
외려 어설프게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자기 고생했다며 시끄럽죠.)
자기가 최고참 된 후엔 절대
궂은 일이나 구타 등등을
못하게 잡았다네요.
그래서 자기 나가게 됐을 때
다들 동상 세워야 된다고 했다며.
뭐 이런저런 착한 심성이
다 시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거구나 싶어요. 후후..
근데 얘기가 바다사자의 동화버전 얘기로
시작해서 마무리가 연결이 안돼는....
그저 흘러흘러 써내려가는 손수다이다 보니
하고자 하는 주제는 늘상 파악도 안돼고
(음.. 주제파악을 잘 해야 하는디) ^^;;
전설따라 삼천리~~~ 처럼
수다떠니 삼천포~~~ 였습니다. ㅎㅎㅎ
1. 마플
'04.2.8 4:45 PM (61.79.xxx.236)실시간으로 리플을다는 영광이^^;
울막내딸 자는사이에 맘편히 커피한잔 땡기며 아라레님의 즐거운 수다를 디저트로 ...
아이 좋아^^2. 아라레
'04.2.8 4:53 PM (210.117.xxx.164)실시간 회답리플.
울 딸래미도 지금 자요. 아이 조아라... ^^3. 꾸득꾸득
'04.2.8 6:45 PM (220.94.xxx.8)아라레님이 추천해준 만화, 행복이...이 울동네 대여점에는 없어요...
그래서 yes24에서 첮아봐도 절판이라고 나오네요..
어떡해 구하지요?
아라레님 덕에 요즘 만화의 늪에 새롭게 빠진듯하야..사뭇 걱정도 쫌 되지만,,,,--;;
행복이 가득한 집 넘 보고 싶ㅇ느데...ㅠ.,ㅠ4. 나나
'04.2.8 6:58 PM (211.110.xxx.39)아무래도,,
아라레님은...
언어의 연금술사...이신듯,,,
정말,,,단어 선택 하나하나가,,,개성이 넘쳐요..5. 김혜경
'04.2.8 8:49 PM (211.201.xxx.218)아라레님...전 아라레님께 서운해요..훌쩍 훌쩍...
6. 푸우
'04.2.8 8:57 PM (218.51.xxx.6)언제 날잡아서 수다나 한번 떨어요,,
근데,,막상 만나면 수다안떠는 스타일은 아니신지,,몰러,,,7. 아라레
'04.2.8 9:25 PM (210.117.xxx.164)꾸득님, 대여점 많이 뚫어 놓으세요. 저 친정 살았을 땐 가는 곳만 7군데.. -_-;
가까이 사시면 빌려드릴텐데..
나나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__)
샘님. 그간 고민했었는데 진짜 헬로엔터가면 미아된 느낌이에요. i _ i
넘 글 쓰는 방들이 많아서... 그리고 출중한 분들이 많아서...
푸우님. 제 목이 허락하면 잘 떠드는데 진짜로 말 많이 하면
체력이 딸리는 스탈이긴 해요. ㅎㅎㅎ(조신+엽기가 섞인...)8. 거북이
'04.2.8 9:29 PM (203.26.xxx.211)차암~~ 궁금한 아라레님이십니다.
어쩜 얘길 이렇게 잘 하실까요?
전 아라레님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즐거워요...*^^*
제가 하는 수다완 분위기가 틀려서 서럽구요.
난 언제쯤 저 경지(?)에 오를까나?!...아마도 저에겐 고행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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