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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님, 그리고 독일 유학 생각하는 모든 님들을 위해.

ido 조회수 : 1,279
작성일 : 2004-02-08 08:33:16
독일  대학은 학비가 없습니다. 내.외국인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책값 무지하게 비싸구요. 제가 다니는 뮌헨예술대학의 경우 학점도 없고 시험도 없습니다. 교수가 받아 줄께. 지원해. 그러면 지원하고 운 나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입학합니다. 시험보러 오라는 통지서 받고, 실기시험 하루. 면접 하루. 면접 끝나고 바로 합격 통지서 줍니다. 몇월몇일까지 등록하십시요. 적혀 있는대로 등록하고 학교 다니면 됩니다. (적고 보니 이렇게 쉬울 수가..ㅍㅍ. 그러나 무쟈게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은 그대로 아주 쉬울 수도 있는 것이 이 재미있는 독일의 입학제도입니다)

제일 큰 문제인 유학비. 사실 돈은 쓰기 나름이라 얼마가 듭니다. 대충이라도......가 제겐 참 곤란한 산수문제구요. 희한한 건 가진 만큼 쓰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 어떤 식으로든. 부지런히 정보에 눈과 귀를 열면 시간차가 나서 그렇지 다 해결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요. 인터넷. 신문. 인맥. 기타등등.....유학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하게 되는 것이 이 정보 모으기였습니다. 제 경우에요. 유학비용에 관한 궁금증은 인터넷에서 독일유학과 관련된 사이트 뒤지면 정말 상세하게 나와 있구요. 검색어로 독일유학 입력하시면 주루룩 뜹니다. 그러면 징검다리 건너듯 왔다갔다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건지는 거지요.

유학비 만큼이나 큰 문제인 언어. 작은 시골마을이 아닌 이상 영어가 되면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만, 영어도 안되고 독일어는 더 안 되는 상황이라면. 당근 독일어 공부 열심히 해 두는게 고생 덜 하는 지름길입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하는 질문도 답변이 곤란한 문제입니다. 하기 나름이죠......(이러면 돌 맞겠지만). 암기력. 기억력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저는 눈치로 알아 듣고, 눈치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독일어랑 친숙해진 케이습니다. 거의 4년 가까이 독일어 하고 사니까. 늘 쓰는 말은 독일인들이 너 독어 디기 잘한다 소리 할 정도로 잘 합니다. 음하하. (모르시는 말씀. 그게 단대요~하면 이런 대답 듣죠. 그래도!) 중요한 건 겁먹지 않는 것. 틀리거나 말거나 먹혀 들면 언어로서의 구실 다 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우려고 들지 말고. 상황에서 독일인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잘 관찰하고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 저는 그렇게 되더라구요. 시판 독어 교재. 죽은 독일어 수두룩합니다. 실제 안 쓰는 말들. 죽은 말이나 다름없죠. 현지에서 어학 시작하는게 그래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일 아니면 죽을 것 같아 비행기표랑 현금 5백만원 들고 쓩 날아 와서. 1년이나 버텼습니다. 5백만원으로. 1년을.....어떻게 버텼나.....다 잊어버렸습니다. 십년 전 쯤인가. 독일에서 살면 잘 살겠다 싶어 꿈만 꾸다가. 95년 엄마한테 독일 가고 싶어요 소리했습니다. 엄마요, 그 자리에서 벽에 머리 쿵쿵 박으시면서 우시면서 나 죽이고 가라고. 퓩퓩. 다시는 그 소리 안 할께요. 잘못했어요. 엉엉. 그러고 3년 꾹꾹 참고 어떻게든 살아 보려 했는데 안 돼서요...ㅎㅎ. 99년 돈 모으면서 몰래 준비했습니다. 비행기표 사고, 비자는 보증인 필요하대서 포기하고, 출국 3일전. 부모님 앞에 정좌하고 앉아서 비장하게 저 독일 가요. 뭐시라? 어딜 가? 내일모레 출국해요.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래요? 여보? 집안 발칼 뒤집었죠. 퓩퓩.......죄송해요. 저 그 소리 밖에는 다른 말 못했구요. 엄청 울고. 그러니까 불법체류로 1년을 베를린에서 버텼습니다. 3개월마다 기차 타고 옆나라 폴란드 넘어가서 도장 받아 들어오고....퓩퓩. 겁 많은 이도. 그러나 한다는 건 불구덩이라도 마다않고 들어갑니다. 무식하니까 용감한 거죠. 음하....퓩.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잘 삽니다. 사랑하는 알렉산더도 그래서 만났구요. 우린 그러죠. 그건 운명이라고.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으니까요.

그러니까 요지는요. 떠나고 싶거든 떠나라는 겁니다. 떠나고 싶은 건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 떠나면 죽을 것 같이 숨이 막힌다면. 이렇게 떠나온 이도처럼 떠나세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아무도 대신 살아 주지 않습니다. 어울려 사는 거지........어디 가든 사람은 있습니다. 사람 사는 기본틀은 어디나 똑같구요. 저는 잘 살겠다고 약속하고 떠나왔기 때문에 그 약속까지 지키느라 죽지도 못했습니다. 죽고 싶은 날도 더러 찾아 오거든요. 그런 날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 올리세요. 저는 부모님 떠 올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이도를 떠 올리세요. 이도도 살았으니까 나도 살겠지. 잘! 하고 희망을 품으세요. 유학생활은 힘듭니다. 돈이 있건 없건. 외롭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 알렉산더에게 이렇게 말했죠. 과거를 추억하면 온통 아픈 기억 뿐이야. 오....불쌍한 이도. 그러면서 그는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사람은 말이다. 추억으로 사는 거란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게 무슨 뜻일까....했는데 뇌수에 콕 박혀 종종 생각나는 말입니다. (내가 이 소릴 왜 하는 거지? 지금....바부팅이)

유학 꿈 꾸시는 모든 분들. 유학 준비.대기 중인 모든 분들.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부디 성공하세요!

이상. 돌 날아올까 무장하고 방패 들고 글 올린 이도였슴다. 돌.....던지실 건가요? 음하하...하. (숨어야지) 좋은 하루 되십시요.
IP : 62.134.xxx.16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선물
    '04.2.8 9:47 AM (218.39.xxx.174)

    참 멋진 분이십니다.님글을 읽으니 저도 갑자기 떠나고 싶어지네요.나이 들어서 무슨~하고 많은걸 포기하며 살았던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는 글이었습니다

  • 2. 솜사탕
    '04.2.8 9:52 AM (68.163.xxx.149)

    ido님과 저는 참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다른 면도 있고...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제가 참 좋아하고 원하는 면이에요.
    ido님.. 항상 행복하세요.

  • 3. 정원사
    '04.2.8 11:12 AM (218.236.xxx.93)

    이도님..민주엄마~
    박수 보냅니다!
    말씀도 고맙습니다..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해야겠어요.

  • 4. 깜찌기 펭
    '04.2.8 12:36 PM (220.81.xxx.197)

    뭔가.. 이러려는것이 있으면 행동해야 한다.

  • 5. 선녀
    '04.2.8 3:15 PM (211.201.xxx.215)

    독일이 유로화가 되면서 물가가 올라서 예전보다 돈이 많이 든다 하던데요
    정말 많이 물가가 많이 올라 유학생들 힘든가요?

  • 6. ~~~~
    '04.2.8 4:52 PM (61.254.xxx.59)

    에구 집떠나면 고생이지요.
    유학간 아들이 힘들면 -엄마생각 한다- 는 목소리가 귀를 울려 눈시울이 뜨거워 질려 합니다.
    유학이 모두 성공으로 가는것 만도 아니드라구요.
    민주엄마도 행복하세요.

  • 7. 유학생
    '04.2.10 1:43 AM (194.80.xxx.10)

    ' 떠나고 싶거든 떠나라는 겁니다. 떠나고 싶은 건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 떠나면 죽을 것 같이 숨이 막힌다면. 이렇게 떠나온 이도처럼 떠나세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아무도 대신 살아 주지 않습니다. 어울려 사는 거지........'

    떠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기에 떠났는데, 여기서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떠나와야 했는지... 문득 문득 회의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ido 님 말씀 맞습니다. 다들 어울려 사는 겁니다. 자기가 혼자 판단하고, 혼자서 자기 삶의 모양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죽고 싶은 날도 더러 찾아 오거든요. 그런 날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 올리세요. 저는 부모님 떠 올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이도를 떠 올리세요. 이도도 살았으니까 나도 살겠지. 잘! 하고 희망을 품으세요. 유학생활은 힘듭니다. 돈이 있건 없건. 외롭기 때문입니다.'

    요즘 죽고 싶은 날이 하루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정상이군요... ido님 떠올리겠습니다. 하지만 ido 님처럼 사랑하는 사람 만나, 예쁜 민주 낳고 살 수 있을까요? 전 자신이 없어요...

  • 8. 국진이마누라
    '04.2.22 6:30 PM (210.207.xxx.67)

    저도 이도님처럼 안떠나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넘 떠나고 싶었었네요. 글읽으니 지금도 가슴에 메아리치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솔직의 멋을 지닌 이도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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