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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 대한 변명

무우꽃 조회수 : 1,177
작성일 : 2004-02-04 13:15:13
어쩐 일인지 요즘 남편이나 결혼 상대자에 대한 글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저로서는 이렇게 많은 성토문(?)은 처음 보는지라,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사는 게 다들 그렇구나" 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가정이나 남녀관계가 그렇지는 않겠지요.
깨가 쏟아지는 얘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어쩌다 올라오고, 얘기를 한다 해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볍게 흘려버리게 됩니다.
반면에, 네거티브성 글들은 마음에 깊이 남게 마련이죠.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제 마음속의 음울한 그림자는 그대로 있습니다.
제 주변의 여러 경우를 보더라도, 정말 오손도손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집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고, 저 역시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 역시 저의 사고방식에 맞추기를 강요한 면이 많았습니다.
결혼이 서로 깎아서 맞춰야 하는 것인 줄 몰랐던 것이죠.
그래도 제딴에는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고, 양성평등주의자라고까지 떠들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제 중심으로 움직이기를 바랐던 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실패로 인해서 제 자신을 돌이켜보게 됐고 거기서 느낀 점도 많지만,
글쎄요, 지금이라고 안그럴까요?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군요.

남자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기본적인 속성 외에, 남자로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올라오는 얘기들을 보면 우선 "그남자=나쁜사람"이 되더군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의 남자가 남성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그 사람을 나쁘게 보지는 말라는 것이지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라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데 익숙해 있을 뿐, 그 사람이 나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 사람이라면, 힘드시겠지만 생각을 바꾸기 위해 더 많이 대화를 하셔야 할겁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일반적인 사고와 생활로 여기기까지는 아직도 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두번째로 염려되는 것은, 혹시 여자들 사이에 "남자=모두나쁜사람" 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상황은 남자가 주로 가해자 입장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자가 나쁘게 묘사되는 것 역시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편협함이나 비개방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경우에도, 그 사람 개인이 아닌 남자로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드러나 보이는 장면은 개인에 대한 비판인데 배경화면에 남자에 대한 비판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눈을 돌려보면, 헌신적인 아내에 못지 않게 헌신적인 남편도 많고, 포악한 남편에 못지 않게 무정한 아내도 많이 있는 세상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개인대 개인의 관계라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우겠지만, 행여 이 글을, 하소연이나 비판의 글을 막는 걸로 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단지 그런 글을 볼 때 이런 점을 생각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혼의 여자분들께)
어쩌면 이것은 여자분들이 많은 사이트에 있는 제 기우일지 모르겠습니다.
별 얘기가 아니었다면, "아 저사람은 여기서 이렇게 느끼는구나"하시고 넘겨버리시구요.
IP : 210.111.xxx.1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솜사탕
    '04.2.4 1:30 PM (68.163.xxx.229)

    무우꽃님처럼 열린 마음을 지닌 남자들이 드물지요.
    또한 남자들 마음을 편견없이 볼수 있는 여자들도 드물어요.
    다들 자기가 속한 세계에서 이렇게 속풀이를 하면서 사는건가봐요.
    남자들도 남자들 나름대로 불만을 털어놓는 자리들이 있겠죠.

    환경때문에 그렇다 라고 그냥 너그럽게 생각하기엔 남자중심의, 시댁중심의 환경이
    너무 잔인한것 같네요. 조금씩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전 정신적인, 서로 상대의 처지에서 진심으로 존중하는 경우의 남녀평등은 환영하나,
    말도 안되는 남녀평등은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립니다.
    여자와 남자는 기본적으로 같을수가 없거든요. 단지 같은 인간일뿐이지요.
    무우꽃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 2. 꾸득꾸득
    '04.2.4 1:44 PM (220.94.xxx.29)

    금강휴게소에서 테라스에서 차한자하며 쉬고 있는데 옆에 남자두분의 열띤 토론이 들려오더군여.(그냥 드렸습니다..)
    이른바 바람이야기...
    내용은 남자는 바람피워도 몸만가지만 여자는 마음까지 가서 결국 가정이 깨어진다...
    차라리 몸만 가는게 낫지.. 마음가는건 더 나쁘다...
    헐!!
    제가 힐끔쳐다보니 40대중반과 한사람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이견이 없더군요...
    그래서 여자의 바람은 절대 용서도 안되고 용납도 안된다라는 결론이 날때쯤 저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평소 여자든 남자든 바람은 안된다라는 단순한 사고를 지닌 남편이 수간 얼마나 대단해 보이더지요..ㅎㅎ

    시원한 금강을 쳐다보며 휴식을 만끽하던중의 잡음이랄까...
    지금까지 남자의 역사였기에 여자들은 뒤안길이었잖아요.
    2000년 역사중 여자의 인권얘기가 나온지 200년이 채 안되었으니 이제서야 할말 하게된 여자들 성토가 많을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게 가장 좋은거죠..
    남자나 여자나 서로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긴 요즘은 남자들도 살기 힘든세상이죠--;;
    정말 서로 다른별에서 온 사람들인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는,,,,,

  • 3. 토마토
    '04.2.4 2:01 PM (218.153.xxx.234)

    무우꽃님의 말에 동감.. 오래 길들여진 사회관습에 의해 남자도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지요. 그러나 진실로 노력하는 남편들도 많답니다. 아내의 강요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그 불합리를 스스로 느끼고 개선하려는... 부부간에 신뢰가 쌓이면, 서로를 배려하게되고 자연히 자기중심적이 되지 못하지요. 이 사이트가 여성이 많이 보니까 아무래도 여성편에서 하소연의 글이 많지요? 저는 직장여성이라 남자가, 가장이, 남편이 얼마나 힘들고 헌신적인가 많이 느낀 사람이라, 주위의 남자동료를 측은지심으로 보지만 아주 말초적인 것에 타성을 버리기가 힘든 것 같던데요

  • 4. 하늬맘
    '04.2.4 2:01 PM (203.238.xxx.212)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개인대 개인의 관계라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봐요..이말을 남자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다니...

  • 5. 경빈마마
    '04.2.4 2:07 PM (211.36.xxx.98)

    -.-;;;
    정답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 6. ripplet
    '04.2.4 2:28 PM (211.54.xxx.89)

    무우꽃님의 글..하소연이나 비판이 아니라,82cook 식구들에 대한 애정어린 글로 읽힙니다. ^^ 진지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환경에 의해 본의아니게 가해자가 돼버린 남자의 처지를 상대방(여성)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요...이제는 거기서 한 단계 올라가 남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변해야만 이 사회가 유지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도 노력해야 하지만..상대적으로 남성의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몇해전, 가정법률상담소의 곽배희 선생님이 오랜 부부상담의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박사논문을 써서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내린 결론은 이거랍니다.
    <변하는 세상+변하는 여성+변하지 않는 남성=파경>
    타고난 성별 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본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텐데요..




    Name Memo

  • 7. 무우꽃
    '04.2.4 8:56 PM (210.111.xxx.19)

    글을 쓰면서 염려했던 것은 두가지였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내가 괜히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여자들이 대다수인 사이트에서 내가 쫄았나?)
    또 하나는, (아무래도 피해를 당한 여자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글의 의도와는 달리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거기다가 오늘 낮에는 글이 왜 유난히 버벅거리던지요. - 말을 하고 보니 오늘 낮이 아니라 글의 주제가 그래서인 듯 싶습니다.
    여자들 앞에서 여자에 대한 얘기를 한다는 게 - 그것도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를 남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 아무래도 쉽지는 않았나 봅니다.

  • 8. 이론의 여왕
    '04.2.5 12:24 AM (203.246.xxx.168)

    그래두 많이 얘기해주세요. 대화가 열쇠, 아시죠?^^

  • 9. 초록별자리
    '04.2.5 1:41 PM (61.254.xxx.134)

    무우꽃님의 글을 읽다보면 님이 남자라는 걸 가끔 잊게 되버린다는...
    님의 의견에 동감하구여..염려마시고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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