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서정주 詩
신부(新婦)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新郞)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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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詩를 읽는 밤
강금희 조회수 : 879
작성일 : 2003-12-20 03:21:49
IP : 219.250.xxx.2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새벽공기
'03.12.20 11:16 AM (69.5.xxx.107)저런...쯧쯧...
에고 불쌍혀라...근데.. 저 새신랑같은 잘못을 전 수없이 하고 사는것 같아요...그런 절 보구 우리 신랑은 소설좀 고만써라..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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