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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자식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너무 안타까워요.....

자식으로서 조회수 : 794
작성일 : 2003-12-18 13:33:20

저도...그런 아버지 밑에 이제껏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던지고, 몇대 맞는 정도를 넘어서서,
제가 중학교때 이미 전치 8주, 12주씩 진단을 받아야 하는 엄마 응급실로 모시고 병수발하며
온 집안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까지 걸레질하며 살았습니다. 전치 12주, 사람꼴 아닙니다.
야구 방망이로 갈비뼈 부러뜨리고, 아파트앞 주차장에서 한겨울에 속옷 바람으로 벗겨놓고
구두발로 짓밟아 손가락뼈 부러지고, 생사에 지장을 정도로 출혈을 하고.........그렇게
이제껏 살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도록 맞고 엄마가 타고 있는 차
창문을 부수는 동안에도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더라구요...이 나라는..

모르시는 분들, 안 당해본 분들은 자식 생각해서 참으라는둥, 결손 가정을 만들면 안된다는둥
하지만, 아닙니다. 저, 그런 환경에서도 한 번 밖으로 티 안내고 늘 전교 몇 등, 전국 몇등 하며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들어가 오늘도 엘리트라며, 집안도 좋고, 부족한 것이 없다며 남들은 추켜주고 부러워하지만 저 본인은 마음이 너무나 피폐합니다.

자식 생각해서라도 정말 용감하게 이혼하셨으면 해요.
잘 극복하고 훌륭히 성장했다는 것이 겉모습일 지라도, 저 가끔씩 내가 심하게 병들에 있는
마음의 병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제 동생도 마찬가지구요.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옆에 사람만
없으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울고, 마음 속엔 피해의식과 억울함 뿐이랍니다...안 그려려도
스스로 다잡아도, 성장기의 공포와 두려움....억눌림이 평생을 가나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것은 국민학교 때  아버지가 10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오늘도 새벽까지
이어질 구타와 폭언과 의처증 발언에 엄마의 비명과 울음....을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도울수
없는 절망감에 빠져야 한다는 두려움에 저도 모르고 손톱을 물어뜯고, 몸을 떨고,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주먹을 꼭 쥐고 했었습니다...뼈가 부러지도록 맞는 엄마도 고통스럽지만,
이불속에서 그 모든 소리를 들으며 부들부들 떨어야 하는 자식들이 받을 상처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모르시더군요...

그리고 제일 슬픈건, 신앙의 힘으로 모든것을 참고 감수하며 살아오는 엄마마저 갈수록
고맙다기 보단 싫어질 때마저 있다는 거에요. 저희는 증거 사진도, 진단서도, 법률적인
뒷받침도 다 되어 있고 (제가 준비했습니다. 동생과 진술서도 쓰고요) 이혼한다해도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 상황 아닌데도, 자꾸만 신앙, 신앙....이것이 나의 십자가....하는
엄마한테 자식으로써 지치고, 엄마마저 원망스러워요. 엄마는 본인의 신앙의 완성이라지만
우리는 무슨 죄인가....왜 이렇게 끝도 없는 좌절감에 빠져야 하나 하는 원망이요.
엄마 개인의 고매한 희생에 나마저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그런 원망이요....

가정을 지키며 우리를 키워준, 제 목숨보다 소중한 엄마한테 그런 원망과 실망을 느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더욱 마음이 아픈지 모릅니다. 사실 유리 병으로 제가 보는 앞에서 엄마 머리를 내리
치던 아버지의 행동에 그 날로 세 식구 같이 도망나와 너무나 행복하게 일년을
살다가 그래도 가정을 온전히 지켜야 한다는 엄마의 생각에, 잘못했다고 무릎꿇고 비는
아버지의 거짓앞에 다시 수용소 끌려들어오듯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눈물을 흘리며
빌던 아버지요.....달라진게 하나도 없답니다.....지금도 아버지가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그냥 조용히 자살이나 하셨으면 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너무나 무섭구요.

저희 엄마 아빠...명문 사립대 cc에, 엄마 신혼때부터 이날껏, 매달 시부모님 생활비에
손수 쓴 편지까지 넣어가며 고모 자식들 학비 대고 결혼 자금 댈때 군 소리 한 번 없는
천성적으로 착하고 무척 교양있는 사람입니다. 외갓집은 정말로 학식과 명예라면 한국에서
부러울게 없는 집이고요....음대 나와 살림하면서도 개인렛슨으로 돈도 잘 벌고,
경제력도 있었습니다....저희 아빠는 대기업 계열사 CEO에 박사학위에, 온갖데
초청 강연에,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는...겉보기에는 정말로 멀쩡한 사람입니다.....

그런것. 아무 소용 없답니다.
유럽 배낭 여행이 가고 싶다던 제게,
"한국년들은 외국만 나가면 아무데서냐 가랑이를 죽죽 벌리는 화냥년들이라고"하며
제가 어디가서 뭘 좀 잘하면 칭찬은 커녕
"너같은 년이, 니 주제에, 니깐게 뭐 잘났다고, 내가 너보다 훨씬 잘났다"
라고 자식에게 조차 늘 비뚤어져 있던.....

이런 제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그래도 부모 자식 사이는 그런게 아니다"
"그래도 자식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했겠어"
"여자도 뭘 잘못했으니까 그렇게 맞고도 참고 살겠지"

정말, 물색없는 그런 말들을 들으며 늘, 겪어보지 않은 남의 고통을 두고
입바르게 충고따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글쓰신 님도 저희와는 또 다른 사정과 내용이시니....누구도 무어라고
말씀드릴수 없겠지만, 자식 입장에서 그런 가정 환경...정말 정말
고통스럽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자식에게도
유익이 되지 못한답니다...인간 쓰레기 아버지보다는, 용감한 엄마와
평온한 가정을 저는 늘 꿈꾸었거든요....

꼭 힘내시고, 많이 준비하세요.
기도할께요.
IP : 211.52.xxx.4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뭉클
    '03.12.18 2:47 PM (220.72.xxx.52)

    용기내서 이런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남편이 저를 때리면서 한다는 말이 '내가 널 술먹고 와서 패냐, 어쩌다 일년에 서 너번 밖에 안 때리는데, 그것도 니가 나를 화나게 할때만 그렇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아이 앞에서도 저를 때리던 남편과 살았었습니다. 그리도 여자 문제와 돈 문제로 거짓말을 일삼다가 뭐라고 제가 따지고 들면 나보고 미친x 으로 시작해서 갖은 욕을 다 들었었고요. 그동안 차곡차곡 쌓았던 진단서를 들이 밀어서 이혼을 하고는 아이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도 아이한테 제가 못할 짓 한거 아닌가, 그냥 참고 살았어어야 좋았었나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씩은 했었습니다.
    이렇게 폭력이 무서운 거군요....
    속 털어 놓고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살겁니다.

  • 2. 김혜경
    '03.12.18 2:50 PM (211.201.xxx.62)

    눈물이 줄줄 흐르네요...

  • 3. 앞서 댓글단 이
    '03.12.18 2:55 PM (141.158.xxx.249)

    저 앞의 글에 댓글 달면서, 엄마 아빠의 매맞는 관계 말한 사람인데요,
    글 읽다가 가슴이 미어집니다.
    매일 밤 12시의 공포.. 아버지 안 들어오시면 그 가슴떨림..
    전 일부러 글 자세히 안썼어요. 기억하기 싫어서..
    그래요. 성격장애 있지요.
    전 친구 없습니다. 지금도..
    생각하기 싫어요...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습니다..

    가정폭력.
    부부간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입니다.

  • 4. 죄송합니다.익명
    '03.12.18 4:53 PM (211.60.xxx.185)

    쉽지 않으셨을텐데 긴 답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참는 것이 오히려 내 딸을 위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딴에는 시댁에도 한다고 했고 고부간의 갈등도 없었는데, 이번일을 겪으면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맞더라구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기에 시댁에선 제가 겨우 한 번 그런데 뽀르르 집을 나온 걸로, 그리고 저희 친정 부모님은 딸을 달래서 살게 할 생각은 안 하고 그냥 데려가 버린 몰상식한 부모로 알고 계시더라구요.

    "한 대 치니 나가더라." 이렇게 시부모님께 남편이 말을 했나 본데, "그런다고 주부가 집을 나가냐."이러셨다네요.

    어제 남편과 전화 통화가 되었는데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께 빌면 집에 들어오게 해주겠답니다. 이 사람 정말 황당하죠? 시부모님이 많이 화 나셨데요.참...저희 부모님은 경악에 기절 직전이신데...

    아이는 제가 키우겠다니 선선히 그러라더니, 양육비를 달라고 하니 양육비도 없는 사람이 왜 아이는 달라냐고 하더군요.

    쉬운 일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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