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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남편은 매일 드라이브합니다.)

쉐어그린 조회수 : 897
작성일 : 2003-07-12 11:49:26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길-족제비 만났던 길-봄에 찍어둔 사진이라 진달래 핀 모습이 보이네요.)

아이들이 함양 읍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읍까지는 차로 20~25분 걸리는 거리라 남편이 통학을 맡아
차로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있습니다.
시골살이 중 제법 큰 일거리인 셈입니다.

처음엔 통학길이 길다고 느껴졌는데, 요즘은 익숙해져
그 길이 그리 길다고 느껴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두어 번은  저도 읍에 나갈 일이 있어 따라 나서는데,
항상 다니던 길이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같이 나가다가,
“ 당신은 매일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네. ㅋㅋㅋ ” 라고 남편에게 말했지요.
사실은 고된 일일 수도 있어 나와 번갈아 했으면 하지만….

시선을 멀리 두면  푸르고 거대한 산들이 우릴 그윽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하얀 안개 구름들이 하늘로 번지고,
맑은 날은 푸른 산을 살짝 끌어안은 듯한 파한 하늘이 차창으로 스쳐갑니다.

길가에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들을 스치듯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 있습니다.
봄이 시작되면서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개화와 식물들의 변화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만들지요.

그런데, 아이들 통학 길에는 심심찮게 동물들도 출현합니다.
봄에는 개구리들이 차도로 나와 톡톡 뛰어다녀
생명들이 움트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지요.

올 봄에는 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에서 개구리를 문 족제비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연한 노란색으로 이제 막 젖을 뗀 아기 족제비였습니다.
남편은 차의 속도를 늦추고, 족제비를 뒤따라 천천히 조심조심 차를 몰았습니다.
해가 져서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으며 족제비는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 달아난다는 것이
그만 차 앞으로만 달려가는 겁니다. 입에는 자신의 힘으로 잡은 첫 먹이처럼 보이는
개구리를 꼭 물고서….. 우리 가족은 “어머머!  귀엽다.” 소리를 연방 지르고,
“어~어어~! 왜 얼른 안 숨니?”하며 아기 족제비의 적을 따돌리는 서툰 모습을
차 안에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렇게 한 50M를 달아나더니, 족제비는 차도를 벗어나
자신의 둥지쪽으로 간신히 사라졌습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뜨거워진 차도로 길을 잘못 들어선 뱀들을 간혹 만납니다.
이 뱀들은 마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추는 코브라처럼
몸을 비비 틀며 머리를 위로 올리고, 유유히 차도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대개는 차 바퀴에 깔려버립니다.

며칠 전 저녘 어스름에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오다가
커다란 노루를 만났습니다.  산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노루를
차도에서 느닷없이 만나니 기가 막혔지요.
어미 노루처럼 보였는데, 가늘고 긴 다리로 순식간에  몇번
껑충껑충하더니 차도 옆 논으로 건너가는 겁니다.
남편은 놀라 속력을 급히 줄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온 몸이 쏠리며
시선은 그 노루를 따라갔지요. “와! 크다. 빠르다.”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아쉬워했지요.
그리고 나서 며칠 후  남편과 아이들은 어미노루를 만났던 같은 장소에서
아기노루가 차도를 건너가는 모습을 또 보았다고 합니다.  흑갈색의 귀여운
노루가 폴짝폴짝 뛰어가는데, 어미가 뛰어가는 모습과 그 감흥이 다르다고
남편이 말합니다.
“노루들이 다니는 길이 하필 차도라니….” 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차에 치이면….

이렇듯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동물들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통학 길을
조금은 활기찬 드라이브 코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남편은 매일 시골길을 드라이브합니다.
IP : 220.91.xxx.25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예선
    '03.7.12 1:15 PM (220.86.xxx.62)

    와! 너무 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나중에 시골가서 살려고 지금 조금씩 준비중입니다.
    우선 체력이 딸리면 안 된다고 남편이랑 운동 시작한지 근 일년되었습니다.
    시골길 자전거 타고 다닐려구요...ㅎ(많이 건강해졌어요)
    아직은 내가 책임 져야할 시부모님 다 계시고(이분들은 시골 가실 분들이 아니라서..)
    애들이 어중간한 학년들이고..
    시골가서 전원주택으로 살려는게 아니라 그곳에서 뿌리박고 살려면
    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틈날때마다 연구합니다.ㅎㅎ
    함양이라~~~~
    제가 부산이 고향이라 어릴때 친척들이 그쪽에 많이 계셔서
    오실때마다 '함양댁'하던 친척들 생각납니다.
    서울은 서울대로, 또 앞으로 살 곳은 어딘지 모르지만...
    일단은 제가 있는 곳에서 즐거움 찾아가면서 살아야죠..

  • 2. 빅초이
    '03.7.12 5:29 PM (210.55.xxx.171)

    여기는 뉴질랜드이고 지금 이 곳은 가장 한겨울이거든요....진달래꽃 핀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까 왠지 눈물이 날 것처럼 뭉클해지네요. 배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한국의 산과 아기 족제비,노루,개구리.....너무나 그립네요....

  • 3. LaCucina
    '03.7.12 8:02 PM (172.129.xxx.82)

    쉐어 그린님 글 잘 읽었어요 ^^
    사진도 너무 이쁘고요 ^^
    저도 여기 너무 공기도 좋고 자연이 그대로 인 곳에 살거든요.
    여기서 정말 다양한 동물들을 본답니다.
    저희집 앞 풀밭엔 토끼랑 다람쥐는 자주 보고요. 요즘은 초저녁만 지나면 밤을 알리는 친구들이 오죠....반딪불....저 이거 처음 봤거든요...신기하더라고요...가까이서 보니까 ^^;;
    길을 달리다보면 두더지, 너구리, 노루, 등이 보이더라고요. 몸이 큰 동물 일수록 자주 안 보이지만요 ^^ 그런데 보통 차에 깔려 죽은 모습을 보게 되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언젠가는 남편이랑 장 보러 가는데 다람쥐 하나가 오고 가는 차에 리듬에 맞춰 차가 다가오면 중간에서 멈출 땐 멈추고 차가 가고 나니 쪼르르륵 달아나는 모습에 지 목숨 건졌다 하여...남편이랑 둘이 정말 똑똑한 다람쥐라고 칭찬을 해줬어요 ^^;;;;;;;;;;;;;;

  • 4. 쉐어그린
    '03.7.12 8:58 PM (220.74.xxx.254)

    LaCucina님 어디 사세요? 궁금증이 발하네요. 맞아요. 다람쥐도 너무 자주 만나는데 이야기에 빠뜨렸네요. 한번은 우리차가 달리는데, 다람쥐가 바퀴를 피해 차 밑으로 속 들어가 길을 건너가더라구요. 우리는 조마조마했답니다. 차에 치인 다람쥐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그럴땐 너무 안되서 차가 원망스럽지만....

  • 5. LaCucina
    '03.7.13 4:58 AM (172.149.xxx.195)

    여기 미국 동부에요 ^^
    ㅋㅋ 전 뱀 이야기 빠트렸네요 헤헤...뱀도 이따금식 보이더라고요...
    며칠 전엔 집 앞 잔디에서 웬 뱀이 내롱 내롱 -.ㅜ
    언젠가 티비에서 얼굴이 세모꼴이면 독이 있는 뱀이라길래 얼굴형을 봤더니 윽..세모데요?
    그런데 남편이 독은 없고 그냥 풀 많고 사람이 사는 곳에 사는 뱀이래요...쥐 잡아 먹고 모기 잡아 먹는...남편이 죽였는데 -.- 제가 무섭다고 하니까...그래서인지 먼지 매일 모기 물려요 --;;
    모기 잡아 먹게 냅둘껄 그랬나봐요 ^^
    이렇게 쓰니까 저 사는 곳 정말 시골처럼 들리시겠어요 흐흐(대도시에 비하면 정말 시골이지만요^^) 여긴 웬만한 곳엔 동물 다 보인다고 하더라고요..보스톤 사는 친구가 그러데요...
    뉴욕에 있는 제 동생은 그런 말 안하는거 보니 대 도시 빼고 공기 좋은 곳은 다 있나봐요..^^
    쉐어그린님, 가끔 올려 주시는 사진 잘 보고 있어요..이쁜 사진 좋은 글 자주 보여주세요 ^^

  • 6. 쉐어그린
    '03.7.13 10:20 AM (220.75.xxx.197)

    아, 미국에 사시는군요. 미국이란 곳이 환경이 좋다고 많이 들었어요. 한국의 시골사진 가끔 올릴게요.
    이곳은 지금 비가 많이 오고있어요. 이런 비는 생전 처음입니다. 일주일하고 이틀동안 정말 하루도 안빠지고 비가 옵니다. 와중에 멧돼지들이 호박고구마를 파먹고 가네요. 야생동물이 늘어가는 건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거지만, 멧돼지들의 피해가 마을에도 종종있어서...
    아무튼 좋은 시간 되세요.

  • 7. 캔디
    '03.7.13 4:51 PM (24.64.xxx.203)

    저도 아주 시골은 아니지만 대도시에 비하면 한적한 곳에 살거든요.
    집의 차고 문앞에 노루 가족이 잘 나타나요. 아기 둘과, 아마 부모겠죠? 큰노루 둘.
    부엌에서 설겆이하다 언뜻 보면 창밖에 노루가 풀 뜯고 있고,
    서로 잠깐 빤히 쳐다보다가 또 휙 사라지고,
    뒷마당에도 잘 나타나고, 언젠가는 앞차고 쪽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한바퀴를 돌아 뒷마당쪽으로 걸어들어오더라구요. 워낙 관리를 안해 잡풀이 많은중에 먹을 것이 좀 있는건지 어쩐건지
    하여간 볼때마다 반갑고 귀하대요.
    사진이라도 찍어두려 사진기 가지러 들어갈라치면 언제나 껑충껑충 뛰어 숲으로 들어가 버리구요.
    저희 큰아이 방학하기 전에 학교 다닐때는 (1학년), 한번은 안내문을 들고 왔는데
    학교 바로 주변 어느어느 도로에서 곰이 나타났다고 조심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곰을 맞닥뜨렸을때 어떻게 하라부터 이것저것 수칙이 적혀있더라구요.
    야생동물, 가까이 살아 좋기도 하지만 조심도 많이 해야 한다네요.

  • 8. 파인애플
    '03.7.14 1:57 PM (61.82.xxx.63)

    쉐어그린님 글을 읽을때마다 시골생활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되네요.
    너무나 평화롭고 한적해보여서요.
    제 남편 함양군보건소에 있는지라 함양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돌며 예방접종이랑 신체검사 하러 다니는라 지난달 바뻐보였는데...
    그중에 쉐어그린님의 아이들이 포함되어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

  • 9. 쉐어그린
    '03.7.15 6:12 PM (220.75.xxx.97)

    어머! 파인애플님! 그러겠네요. 세상은 넓고도 좁지요? ㅎㅎㅎ
    유난히 쌔까맣게 탄 아이가 우리 큰아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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