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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우둥의 단식 이야기 1 - 왜 단식을 하려고 하는가?

인우둥 조회수 : 970
작성일 : 2003-07-09 11:53:41
제가 어쩌자고 일을 저질러 버렸네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얼대 제 글 읽고 단식 '쉽게 하겠다'는 생각 하지 마시길 바라는 당부 말씀,
한 번 더 강조하면서!!!
첫글 띄웁니다.

저는 학교를 꽤 오래 다녔습니다.
남들 다 졸업할 때 못하고 결국 학교 옮기고 그리고 이제서야 졸업을 하게 되었네요.
(그러나 꼭 졸업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번엔 시켜주겠죠?)
그러다보니 제 인생의 20대는 전부 '학교'로 채워졌더군요.
지난 봄부터 '출근'이라는 것이 너무 하고 싶어졌습니다.
아침에 자취방에서 눈을 떴는데 '지하철 타고 출근하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울다가
결국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이 된 것 같은 느낌...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은 아니었지만
이 나이 먹도록 제 손으로 땀흘리고 노동하고 제 양식을 벌어먹는 일을 못했으니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자괴감까지...
그래서 무언가 '일상의 탈출'이 하고 싶었던 거지요.

물론 그 외에도 단식을 마음먹기까지 여러 가지 계기가 있었지요.
이 말은 다시 말해 단식을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사실 없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단식'을 떠올리게 했고
한 번 떠올린 생각이 결국 '알아보기' '공부하기' '계획하기' '실행하기' '반성하기ㅠ.ㅠ'로 이어지더군요.

우선 저는 '맑아지고픈' 욕심이 좀 있었습니다.
자취생활하면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딴엔 잘해 먹는 밥이라고 자랑하지만 식생활도 사실 엉망인 경우가 많았지요.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고요.
한마디로 심신이 피곤했었고 단식을 계기로 몸과 마음이 맑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단식을 떠올린 뒤로는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같아요.
(인우둥은 '호기심'에 약합니다)
단식에 대한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면서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지요.

지금도 안타까운 이 시점에서의 반성포인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 단식 계획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멀리 계신 부모님과 동생들에게는 아예 알리지도 않았구요(이게 나중에 문제가 되더군요. 이것은 다음에)
더 멀리 있는 남자친구에게는 처음엔 의견을 듣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나중엔 결국
제 맘대로 감행해버렸기 때문에 상처를 준 셈이 되었습니다.
제가 뭔가에 마음이 홀딱 빼앗기면 아무것도 안 듣고 아무것도 안 보고 달겨드는...
전형적인 B형 인간이죠.

그러면서 우선 단식을 잘 아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단식에 대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책 좀 소개시켜줘."
이 친구는 평소에도 몸살기운이 있거나 하면 단식으로 퇴치하는, 자연주의 건강법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아기도 그렇게 낳고 그렇게 키우고 있는 친구지요.
'황금똥을 누는 아기'의 저자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님과 함께 민언련에서 일했던 친구이고
지금은 '수수팥떡'-이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에서 다시 활동할 계획인 친구에요.
친구는 기세문 선생님의 '자연의 힘으로 병이 낫는다'를 추천해주더군요.
본격적인 단식건강법은 아니지만 단식의 원리가 되는 자연치유력에 대한 기초이론이라고 하면서요.
(물론 단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난한 자취생 인우둥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았지만...ㅠ.ㅠ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학교에서 빌릴 수 있는 단식과 자연치유력에 관한 책을 몽땅 빌려왔습니다.
그중에서 김동극 선생님의 '단식건강법'이라는 보물을 건지게 된 거지요.
이 책을 야금야금 꼭꼭 씹어먹는 기분으로 한 삼일간 천천히 읽었습니다.
몰랐던 사실 때문에 두려움도 생기고, 더불어 알게 되었으니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기더군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단식에 대한 기초를 공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기로 했지요.
즐겨찾기 구성에 '건강-단식'꼭지를 만들어 놓고 좋은 자료가 보일 때마다 즐겨찾기 추가를 했습니다.
이 때 만난 사이트가 '나의 단식 체험기'입니다.
줄여서 '나단체'라고 부르는 이 사이트는 단식에 관한한 엄청난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게시판을 통한 상담과
선험자들이 남긴 체험기였습니다.
이미 책을 통해 단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험기와 각종 자료들을 읽으면서 '그러니까 실패하지' '나도 요렇게 응용해보면 되겠네'하는
'제멋대로 분석력(?)'까지 생기더군요.
그러면서 슬슬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이 시점의 자랑(?)포인트는
제가 게으른 성격인 것이 다행이었다는 것입니다. 후다닥 알아보고 후다닥 시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단식계획을 짰는데 이런 과정에서 좀더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주고 또 단식의 적당한 때를 맞추며 기다린 결과가 되었던 거지요.
제가 잘나서 잘한 것이 아니라
뒷다리로 개구리잡듯 게으름으로 얻은 결과였지요.

이 즈음에서 다시 한 번,
'단식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를 강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단식원에 가서 단식을 하시든, 혼자 하시든, 옆에 단식 선험자나 전문가가 있든
이 모든 것은 결국 '나의 문제'입니다.
내가 단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매우 위험한 "극기훈련"'과 다름없습니다.

또 한 가지.
왜 단식을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놓치지 마시라는 겁니다.
저는 사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단식을 공부하면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목표가 새로 생겼고
'몸을 망치지 않는다면 경험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다'로 목표를 낮추었습니다.
즉, 몸이 더 건강해지거나 마음이 맑아지지 않더라도
'다음엔 잘 할 수 있어'라던가 '단식은 이래서 좋고 이래서 나쁘구나'를 알기만 한다해도
성공이라고 마음을 다잡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살빼기'와 단식입니다.

많은 분들이 단식의 목표로 체중감량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러나 살을 빼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저는 단식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리고 싶군요.
왜냐하면 앞으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보통 열흘의 본단식을 계획할 경우, 전체 단식기간은 한 달 이상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본단식 전후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한 두달 동안 극기의 식이요법을 해야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정신이라면 평상시대로 잘 먹고 운동만 한 시간씩 해도 그 정도는 살 빠집니다.
즉, 살빼기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시간절약 및 마음고생 정도의 측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않지요.
더군다나 자칫 단식을 잘못했을 경우에 오는 부작용 (특히 체중 문제에 있어서의 요요 현상)은
아니함만 못한 결과로 치달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요요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많이 나올 겁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일단 살을 빼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제가 없는 돈 박박 긁어 헬스 끊어드리겠습니다. ^^
(앗, 긁을 돈조차 없군요. 실언할 뻔 했습니다. 죄송~)

단식을  고민하고 계신 여러분~!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왜 단식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자신에게 냉정하게 되묻는 과정을 되풀이해 보세요.
혹시 문제상황에서의 도피 또는 단방에 살빼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이런 경우에도 단식을 잘 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단식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이러한 목표들이 새로운 목표로 대체되는 경우지요)


다음 이야기는 '인우둥의 단식 계획짜기-실전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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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네요.
이제 손가락이 제법 쓸만 합니다.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엘 가는데
처음부터 꼬맸다면 벌써 다 나았겠지요? 그러더군요.
그제는 병원에서 속에 있는 무슨 막이 다쳤으니
손가락이 잘 안 구부러질 수도 있다는 벼락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심한 인우둥, 또 눈물을 글썽이며
"그럼 평생 주먹을 못 쥔다는 소리인가요?"라고 멍청하게 물었습니다.
의사샘 피식 웃으시며
"다 낫고 자꾸 움직여주면 괜찮아요."하시더군요.
이렇게 치료가 오래 걸리고 부작용이 있는 줄 알았으면
첨부터 꼬맬 걸 그랬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또 똑같이 다친다면 당장의 두려움 때문에 울며 불며 못 꼬맬 인우둥입니다만...^^;)
다친 그담날에라도 꼬매라고 충고해주셨던 82쿡 언니들이 새삼 고마우면서도
말안들은 제가 미워지는 순간이었습죠.

하여간 여기 언니, 이모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명제를 깜빡한...
다 저의 불찰이지요.
IP : 220.83.xxx.14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새봄
    '03.7.9 12:13 PM (211.206.xxx.170)

    날씨가 무거운데다 어제 아기를 안고 볼일본다고 무리해 걸었더니
    몸도 마음도 무거웠는데 인우동님 글이 눈을 번쩍 뜨게 합니다.

    저도 정신도 몸도 맑아지고 가벼워 진다고 그래서 단식을 해볼까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엇거든요.
    계속되는 글 기대하고 있을께요.손가락 궁금했는데 잘 아물어 가는군요,.

  • 2. 꽃게
    '03.7.9 12:17 PM (211.252.xxx.1)

    기대합니다.
    저도 단식하는 친구를 봐서 늘 해보고 싶었고...
    까닭없이 개운치 않은 몸, 늘 허덕이는 정신이 맑아질가 하는 기대도 있구요.

  • 3. 우렁각시
    '03.7.9 12:33 PM (66.185.xxx.72)

    인우둥님..우째 전형적 B형의 냄새를 풍기시더라니....ㅎㅎㅎㅎ
    다음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과감, 무모함이나 돌아서 혼자 왕소심함에 몸을 떠는.
    저 스스로는 여러달 /며칠을 미친듯이 계획세우다 하루아침에 쨍~정리하고
    어느날, 또 다른 무언가에 홀연히 꼭지가 돌아가는 성격탓에
    단식은 꿈도 안 꾸고 있습니다.
    요즈음 하도 주위에 요가 매트들고 다니는 눈돌아가게 날씬한 여인네들이 많아서
    요가~~요가 ~~~노래부르다 ... 엥,내가 언제? 이러고 앉았네요.
    이런 왕게으름의 소유자같으니라구...

  • 4. 인우둥
    '03.7.9 1:50 PM (220.83.xxx.146)

    글을 써놓고 뭔가 잘못 전달될 내용은 없을까 노심초사...
    그래서 단식 끝내고 안 가던 나단체 사이트에도 가보고
    전에 읽던 책들도 들춰보고 했습니다.

    김새봄님 꽃게님 우렁각시님
    단식 하실거라면 제대로 잘 해보자구요~! ^^
    그리고 ...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5. 사과국수
    '03.7.9 2:11 PM (211.193.xxx.35)

    인우둥님!!,, 화이팅!!!..
    단식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가면서 나름데로 정리도 하고 좋은기회가 생겼네요^^
    저도, 예전에 전통음식 떡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전통음식 주제를 한가지씩 정해 한학기동안 자료준비와 현장답사등 발표하는 수업을 했거든요. 때마침 그런 수업이 있어, 열심히하게 되었죠...

  • 6. 우렁각시
    '03.7.9 3:03 PM (66.185.xxx.72)

    에고고~~~점점점(...)님.
    글쎄요...제가 뭐 대변인도 아니고 인우둥님 속사정도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돈이 많아서 삼십까지 학교다니는건 아니랍니다.
    삼십이 넘머서도 학교주위를 못떠나는 제 가족은 왕갑부여야겠지요?
    오늘 유난히 심술이 나는 날이라고 여기겠습니다만....
    당사자가 아닌 저로서도 상당히 불쾌하군요.

  • 7. 여우비
    '03.7.9 3:39 PM (211.251.xxx.129)

    전 절대로 단식을 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정말 흥미로운 정보네요.
    고맙습니다.

  • 8. 그린하우스
    '03.7.9 5:18 PM (211.118.xxx.134)

    ....님 넷티켓을 지켜주세요...
    이런글 썼다고 저도혼내실껀가여?

  • 9. 김혜경
    '03.7.9 5:29 PM (61.98.xxx.97)

    ...님 댓글 지웠습니다. 이런 식의 인신공격은 곤란하네요.
    82cook 문을 연 후 오늘 제일 기분이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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