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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친구 생각 [갈치 구이]

| 조회수 : 10,454 | 추천수 : 106
작성일 : 2005-03-24 19:45:22
저녁에 냉동갈치를 구웠습니다. 해동이 좀 덜 됐길래, 오븐에다 구웠습니다.
전기생선그릴의 경우 해동이 잘 된 생선은 아주 잘 구워지는데 해동이 덜 되면, 안이 덜 익는 경향이 있어서 오븐에 굽기로 했죠.

냉동갈치 답지않게 맛있는 갈치구이를 먹다가....중학교 때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중학교 1학년때 제 바로 뒤에 앉은 친구는 늘 점심 반찬으로 갈치를 싸왔습니다. 갈치를 굽거나 아니면 기름에 지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사전에 도시락반찬으로 생선구이는 없었습니다. 어림없는 일이었죠. 생선은 식으면 비려서 못먹는 걸로 생각하셨거든요. 구이든 조림이든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질 않았습니다. 그런 엄마탓에 저도 도시락에 생선은 못싸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줄기차게 생선을 싸왔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그 친구의 갈치구이를 얻어먹어봤는데, 생각만큼 비리지도 않고 맛이 있는거에요. 집에서 가서 엄마에게 얘기했지만, 엄만...안 믿으시더군요. 비려서 어떻게 먹냐고...

이 친구에 얽힌 에피소드.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님의 직업을 적는 난에 그 친구는 '어업'이라고 적어왔습니다.
어업? 어업이라니? 서울에서?
그 친구의 가정환경조사서를 들여다 본 친구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 궁금증을 참지못한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희 집 어디야?"
"○○동이야"
"그런데 어디서 어업을 해?"
"○○시장에서"
"○○시장에서 어떻게 어업을 해?"
유난히 피부가 맑고 투명하던 그 친구, 얼굴이 점점 붉어지면서,
"우리 엄마, ○○시장에서 생선가게 해"
"그게 어떻게 어업이야, 상업이지!"
주변에 있던 우리 모두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 친구는 얼굴이 새빨게 지면서 거의 울듯 했습니다.

저도 그때 같이 웃었던 애들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을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까르르 웃어댔는지...그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희야, 그때 웃어서 미안해. 널 조롱할 생각으로 웃은 건 아니야. 그때 분위기가 그래서..정말 미안하다.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ce
    '05.3.24 8:04 PM

    1등하는 날도 있네요..ㅎㅎ

  • 2. 김혜란
    '05.3.24 8:19 PM

    오우^^ 이 시간에 들어와야 하는 거군요. 아깝게 2등...
    갈치를 오븐에 구워먹는군요. 오븐은 빵,...고기...이런 것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친구 이야기도..가슴이 징하네요.^^
    저도 내일 갈치를 오븐에 구워봐야겠네요. 오늘..갈치사서 소금뿌려놨는데..

  • 3. 미스테리
    '05.3.24 8:30 PM

    쌤...배고파요... ((짝지 밥먹고 온다고 칼로리높은 과자만..ㅠ.ㅜ))
    저는 지금 제주도에서 먹은 갈치회가 생각나는걸요...^^;;;

  • 4. 다시마
    '05.3.24 8:31 PM

    ^^ 잇달아 생선요리 시리즈.. 아직도 제주도의 푸른밤을 못 잊으시나부다.. =3=3

  • 5. 보들이
    '05.3.24 8:33 PM

    근데 갈치 오븐에 구우면 뒤집어야 되나요?
    그리고 냄새가 배지는 않는지...
    궁금한게 넘 많지요?

  • 6. 안나돌리
    '05.3.24 8:46 PM

    어렸을 땐 왜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맘상하고 상하게 하고 했었는 지....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읽다간 친구 생각을 해 봅니다~~~~

  • 7. J
    '05.3.24 8:52 PM

    부모님이 어업을 하셨던 건 아니고... ^^
    저희 엄마도 도시락 반찬으로 갈치 곧잘 싸주셨어요..
    통통한 갈치를 기름에 구워 양념간장을 위에 끼얹은 럭셔리 갈치구이를 싸가면...
    친구들 젓가락이 아주 바빴지요..
    전혀 비리지 않고 고소한 것이 얼마나 맛나는데요...
    식어도 맛있는 생선으로 제 기억에 남아있는 양념얹은 갈치구이... 도시락반찬으로 강추랍니다.

  • 8. fish
    '05.3.24 8:55 PM

    ^^ 저도 생선구이 엄청 좋아해요. 헤헤.
    그래서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기도 했었어요.

  • 9. 헤르미온느
    '05.3.24 9:21 PM

    저두,,,^^
    바닷가 사람이라, 생선 강정,, 생선전,,, 이런것 간혹 싸가서 맛나게 먹었어요.
    샘 도시락에도 넣어주셨구^^
    아,,, 오븐에 구운 생선 먹구시포요,,,~
    중학생땐, 낙엽구르는것만 봐도 깔깔거린다잖아요...ㅎㅎ,,,

  • 10. 뽀로로
    '05.3.24 9:22 PM

    어렸을때만 해도 갈치가 지금처럼 비싼 생선은 아니었던거 같은데...생선은 너무 비싸요 -.-

  • 11. 돼지용
    '05.3.24 9:36 PM

    오븐속이 넘 깨끗합니다.
    부끄럽습니다.

  • 12. 행복이머무는꽃집
    '05.3.24 9:37 PM

    전20살이 넘어 산에 다닐때 생선이 도시락 반찬이 되는구나! 란걸 알았는데
    여태까지도 산에선 뭘먹어도 맛있다!란 생각하며..
    근데 일상에서도~~~..해볼가봐요~~근데 갈치 쇠고기만큼 비싼거 같아서...

  • 13. 엘리사벳
    '05.3.24 10:14 PM

    갈치가 먹고 싶어 졌다는.....

    조그마한거 하나에도 추억에 졌는 선생님!!!
    역시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 14. 여름나라
    '05.3.24 10:56 PM

    생선 못보고 ..못먹고 자란 충청도댁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생선이 갈치예요.. 그래서 울 남편도 식탁에 갈치만 올라오면 제게 슬쩍 접시를 밀어주는 닭살행각을 해주죠..허벌나게 먹는모습을 보면 차마 못먹겠다나 뭐래나..ㅋㅋ

    고등때 친구하나도 생선구이를 날마다 싸와서 저도 샘처럼 신기하게 생각했었지요.
    걔네도 시장서 생선가게를 했었는데...
    젓가락 하나만으로 생선을 가시모양만 남기고 너무 깨끗하게 발라먹는 그애의 기술에 감탄했던 기억이...

    지금은 뭐할까....그애는...?

  • 15. 예은맘
    '05.3.24 11:38 PM

    갈치하니까 돌아가신 우리아빠생각이 나네요.
    등푸른생선을 드시면 두드러기(?)가 나서 다른생선은 잘 못드시고
    갈치를 참 좋아하셨었는데...
    냉동갈치가 참 실하게 생겼어요.

  • 16. huskyblue
    '05.3.25 1:56 AM

    선생님도 갈치 오븐에 구으시네요~~ ㅎㅎㅎ
    저도 생선 거의다 오븐에 굽거든요~~~ 맛보다도 저는 냄새땜에 그래요...
    맛으로야 생선 석쇠구이나 푸라이팬에 굽는게 정말 넘 맛있는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우리 어릴때 흔하게 식탁에서 자주 보던 생선들은 넘 비싸져 버린거 같아요...
    반면에 우리 어릴때 비쌋던 것들은 수입과 양식으로 넘 흔해져 버렸구요...

    옛날에 먹던 생선들, 갈치니, 이명수니 아지, 전어 같은 생선들이 넘 그립네요...

  • 17. 향내나는 종이
    '05.3.25 6:47 AM

    학창시절 엄마가 난 도시락 반찬으로 뭘 싸주셨지?
    갑자기 생각해 봤네요... 계란말이,멸치볶음,콩자반...더 어렸을적엔 밥 위에 계란후라이 얹어서...
    그리운 추억입니다.
    내일은 건너마을 장날인데 갈치 몇 마리 사와 구워먹어봐야 겠네요.
    모든 분들 오늘 내일은 밥상에 갈치반찬 많이 올라오겠어요. ㅎㅎㅎ

  • 18. 재은맘
    '05.3.25 8:47 AM

    고등학교때 반찬을 항상 10가지 이상 싸오돈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그 친구와 같이 밥 먹고 싶어 했죠..
    그 친구도 항상 갈치구이를 반찬으로 가져 왔는데..
    뼈를 다 발라내고 살만 골라서 가지런히...
    지금 제가 주부가 되어서 생각해 보니..친구 어머님의 정성이 아주 대단하셨던것 같아요...

  • 19. 깨소금
    '05.3.25 9:04 AM

    오븐이 얼마나 깨끗한지...선생님 얼굴이 어른어른 비치는게...
    생선까지 구우시면서 새오븐처럼 유지하는 비법이라두 있으신가요...?

  • 20. 석두맘
    '05.3.25 9:29 AM

    갈치... 어릴적부텀 무지좋아했었는데 작년가을 신랑이 목포에 갈치낙시가서40마리나 잡아왔었거든요
    근데 시장에 파는갈치보다 좀많이 작은데 맛은 그에 비할수가 없더라구요.. 옛날에 먹던 그 갈치맛..

    어젠 쌤 예전에 올리신 희망수첩에 굴전 보고 굴에 밀가루발라 계란물적셔 부쳤는데요..
    그 씻어야하는 자연산굴 을 산지라 게다가 어떻게 씻을지 고민하다가
    왕소금 한주먹 팍 넣구 주물주물하다가 몇번헹궈서 사용했는데
    글쎄 넘넘 짜서요...
    흐흑 그 굴전 이야기보고 필받아 신랑한테 맛난거 해준다공 문자날리공 같이퇴근해서 약식두만들공
    굴전도 했는데 굴전이 너무너무짜서 오늘아침 밥하구 먹었어여..
    담엔 짜지않은 굴전 해줄려구요...

  • 21. 감자
    '05.3.25 10:04 AM

    생선구이 참 좋아하거든요
    이면수나 삼치..고등어에서 갈치까지...

    시집오니 생선구이 먹을 기회가 별로 없네요
    우리집 냉동갈치는 살이 없어서 그릴에 구우면 맛이 없어요
    냉동실에 들어있는 조기는 먹기싫고...ㅠ.ㅠ

    이 사진보니... 통통한 흰살 은빛갈치가 넘넘 먹고파요..
    생선구이집 어디 없나..

    어업이라고 쓴 친구분 넘 귀엽네요~~~~ 웃어서 미안했다는 샘도 귀엽우시구요 ^^

  • 22. 소금별
    '05.3.25 10:43 AM

    갈치...
    갈치...

    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꼬마아이의 이름이 갈치였던게 생각나네요..
    저더러.. 갈치엄마 닮았다는 사람이 있어서리..
    갈치엄마 이쁜데, 외모가 닮은게 아니라.. 하는짓이 닮았다는...
    쿠하하하...

  • 23. 미스마플
    '05.3.25 12:22 PM

    말린 망둥어 조림..
    지금은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취미가 투망이었어요. 서해안에서 투망을 치면 망둥어가 엄청나게 잡혔고요. 그걸 일삼아 손질해서 말려서.. 그걸 조려서 먹었는데.. 넘 맛있었어요.
    가끔 비 많이 내릴때 밤에 민물낚시 가시면 엄청나게 큰 장어를 몇십마리 잡아서 오셔선.. 새벽에 저희들 일어날 시간에 손질 다 해서 조림양념장 만들어서 그걸 위에 발라가면서 석쇠에 직접 구워 주셨어요. 그거 먹다가 학교갈 시간이 되면.. 무진장 서운했어요. 학교 안 가고 하루종일 장어 구운것만 먹고 싶었어요.
    그 좋으신 아버지도 돌아가신지 오래고, 미국에 사니까... 그 맛난것들은 추억에만 있네요.

  • 24. 선화공주
    '05.3.25 3:05 PM

    저희는 옛날에 갈치는 비싸다고 이면수를 많이 튀기듯 구워주셨어요.....
    선생님말씀듣고 기억을 되짚어보니...생선 별루 안좋아하는 공주도
    그 이면수 살 발라서 도시락반찬 싸갔던 적이 있네요...
    그런데...생각보다 안비리고 꼬들꼬들 더 맛난던것 같아요..정말..오래전 일이네요...^^*

  • 25. 다혜엄마
    '05.3.25 8:34 PM

    저는 비린 음식을 거의 못먹어요. 왠만한 몸보신용 고기탕 같은 건 입에두 못대죠. 비린 걸 너무 잘 감지하기 때문에....
    그래서 생선도 식으면 잘 못먹었어요.다시 덥힌 것두요.
    근데 생선을 도시락에 싸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구여. 그런 사람들중엔 비린걸 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네요. 저두 전 못하는거라 놀라웠었는데.......^^

  • 26. 현수현서맘
    '05.3.26 3:45 AM

    저도 친정 아버지가 남쪽 해안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생선을 많이 먹고 자라서 지금도 집에는 생선이 많아요. 어제 사온 영광굴비 소짜(8900원짜리) 40마리, 제주도 출신 자매님 통해서 산 고등어 자반 팩 하나(10개를 사서 1개만 해 먹고 지난 제사때 식구들에게 나눠 줘 1개만 남음. 저 이쁘지요? 이렇게 마음이 예뻐서. 제주도에서 제주도 고등어를 손질해서 보내 온 것을 샀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서 많이 뿌렸어요. 다음에 또 살 기회가 있으면 사야지. 살 기회가 없어도 부탁해 보던지. 가격은 비쌌는데 그만큼 맛있더라구요. 우리가 먹는 고등어 외국산이 많잖아요), 지난주에 근처 아파트장에서 사온 고등어 자반 1손, 소금구이용 중하 100마리 등등이 있어요. 이 정도 준비하면 식구들한테 욕은 안 먹을 것 같은데.. 신랑은 벌써부터 음식시켜 먹자고 하네요. 오늘 원당에서 친척이 하는 한의원을 들러서 근처 서오릉에서 화원하시는 82회원한테 갈 거예요. 그분을 만나서 많은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 듯하네요. 요즘 꽃집이 엄청 바쁘잖아요. 그리고 저도 얘 주일학교 보내야 하니 2시 정도까지 집에 다시 돌아와야 하거든요. 조금이라도 그분한테 힘을 드리고 싶은데, 제 마음처럼 될지 모르겠네요. 제가 마음고생한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생을 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저희집에는 화분도 필요해서 겸사겸사 가는 것인데, 혹시 주변에 우울증이나 그런 것으로 고생하시는 분 있으면 저한테 쪽지 보내셔요. 서로 말로 풀릴 수도 있고 한 것 같거든요. 제가 한 6년 그걸로 고생하고 나서 그런 분 계시면 마음이 아파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요. 선생님 또 수다쟁이 엄마가 되었네요. 희망수첩은 선생님의 것이 아니라 제가 자꾸 접수해 가는 듯해 죄송해요. 제 마음 다 아시죠? 4월중으로 선생님과 여러분 모시고 쑥뜯는 모임 하고 싶은데 해도 될지? 선생님 일정, 그리고 쑥 나오는 시기도 적절한 때에 해야 하는데, 요즘 단지내에 작은 쑥이 돋아나거든요. 신랑은 앞산에 가서 뜯어먹어야 한다는데, 요즘 산에 가지 못해 얼마나 자랐는지 모르겠네요. 선생님 얼굴 직접 뵙고 미소를 보고 싶어요. 꼭 오신다고 말씀해 주세요.

  • 27. 리틀 세실리아
    '05.3.28 6:45 PM

    가정환경조사서..
    아직도 하나요? 어릴적 참말이지 쓰기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의 갈치는 맛있어 보여요.

  • 28. 체리맘
    '05.3.29 7:05 AM

    어렸을때 엄마가 해주던 토막난 갈치위에 양념발라서
    그때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갈치만보면 생각이납니다.
    목침을 궁뎅이에 깔고 손가락 쪽쪽빨며 먹었던 밥상위의
    갈치 지금콧가에 갈치냄새와 친정엄마의그리움이 나를
    또 눈물짓게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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