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는 경사진 곳에 차밭을 조성해서, 조형미가 뛰어난데, 여기는 그보다 완만해서, 그냥 차밭이야.
여기 오설록에서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어. 금방 밥숟가락 놓고 갔는데도 아이스크림과 녹차케익을 거뜬히 먹어줬지.

그 다음 코스는 분재예술원이었어.
나, 분재 무지 싫어하잖아. 당신도 알지?? 뿌리랑 줄기에 철사를 칭칭 동여매 일부러 성장을 억제해 작은 화분안에 가둔다고.
그런데 이곳 분재는 좀 달랐어. 뿌리는 그대로 둔채 줄기만을 잘라 분재로 만든 것이 많았어. 스케일이 다르다고나 할까?
너무 멋있더라. 당신이 봤으면 좋아했겠다...생각했어. 나, 참 착한 마누라지? 놀러가서도 남편 생각 열심히 하고...

돌아오는 애월의 해안도로는 너무 멋있어.
번개시간보다 좀 일찍 제주시로 들어와서 동문시장이라는 곳엘 갔었어. 아주 큰 시장이야.
옛날에, 84년인가? 동숙이랑 왔을 때 이 시장에 왔었던 것 같은데...그땐 이렇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여기서 표고버섯 1만원어치 샀어. 늘 명절에 선물로 들어오곤 하던 표고버섯이 똑 떨어져서 정말 몇년만에 사보는 건지..
오랜만에 사려니까, 싼 건지 비싼 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잘 모르겠던걸.
이 시장에 순대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서 좀 샀어.
광명식당이라고 찹쌀순대를 하는 집인데, 서울의 순대보다 창자가 더 굵어.
재밌는건, 아마 제주 만큼 택배가 발달한 곳도 없는 것 같아. 뭐든 전국 어디든 택배가 다 된대. 찹쌀순대도 그렇다네.
담에 서울가서 한번 택배로 받아봐야겠어. 맛있었거든.
번개 장소는 첫날 저녁을 먹었던 산지물식당이었어.
도착해보니 광양님이 계셨어. 근데 참 이상해. 우리 82cook식구들 만나면 처음 만나도, 몇십년 사귄 사람들처럼 친근해.
광양님도 마치 우리 옆집 살다가 한달전에 딴 동네로 이사했기 때문에 한달만에 만나는 친구같아.
저녁메뉴는 푸른바당의 강추메뉴, 쥐치조림과 갈치조림 어랭이물회였는데...나 쥐치조림때문에 제주도에 살고 싶어졌어.

동문시장에서 본 쥐치는, 내가 알고있던 거랑 좀 달랐어. 난 쥐치가 새까맣게 생겨서 쥐치라 불린다고 알고있었는데..
얘는 몸통은 거의 투명하고, 지느러미는 붉은 색이었어. 이 조림 맛이 어찌나 좋던지..
사장님을 몇번이고 불러서 비법을 물었는데..역시 재료인 것 같아.
쥐치에다가 풋마늘대로 담근 장아찌(마늘지라고 하더군)와 메주콩을 넣어서 조린대. 간장 고춧가루 등 일반적인 조림양념에 물엿을 좀 충분히 넣는다고 하는데...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마치 병어조림처럼 생선살이 담백하고 부드러운데, 육질은 병어보다 훨씬 쫄깃쫄깃했어.
또 어랭이물회도 먹었어.

어랭이는 자리 비슷하게 생긴 생선이래.
어랭이를 아주 가늘게 뼈째 다져서(세꼬시라고 하던가?) 된장이랑 고추장이란 푼 국물에 야채와 같이 말아내는데,
맛? 두말 하면 잔소리지. 어랭이도 어랭이지만 국물맛이 너무 좋아서, 사장님에게 무슨 육수로 했냐고 물으니까, 맹물이래, 맹물.
쥐치조림이랑, 어랭이물회때문에..갈치조림은 별로 인기가 없었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특히 무가 맛있다고..그런데 난 쥐치조림에 너무 빠져버렸어.
저녁을 먹고, 식당 앞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커피 마시며..이야기꽃을 피우곤 거의 12시가 다되서...작별을 고했어.
숙소로는 헤르미온느, 김민지님이 같이 왔지. 헤르미온느네 해리 포터, 넘넘 고맙게도 당직이라지 뭐야.
넷이서..이야기하느라 밤 꼬박 새우고, 새벽 다섯시에 간신히 잠자리에 들었어.
제주의 마지막 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