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이 긴장했었던 모양이에요.

한숨자고 나니, 저녁해야할 시간인데....재료가 하나도 없지 뭐에요..두부도 없고, 콩나물도 없고, 풋고추도 없고, 호박도 없고...
어제 먹던 비지찌개 그냥 먹기로 하고..다른 반찬꺼리 뭐 없나 하고 냉동고 문을 열었더니, 젤 먼저 숭어가 눈에 띄는 거에요.
'바로 이거야' 싶더라구요...제주도에 사시는 사돈어른이 낚시로 잡아서 얼려보내주시는 숭어..
광양님이 이 숭어로 튀김을 만든다고 하셨거든요. 따뜻할 때 먹으면 먹을 만 하다고...남편 간식으로 만들어줬다고...
해서 얼른 비닐봉지째 물에 담아 대충 녹인 다음 해동판에 얹어 해동시켰어요.
튀김가루 묻혀서 튀기고, 소스는 마요네즈에 레몬주스와 당유자차 국물을 넣어서 잘 섞었어요.
숭어에 밑간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담에는 숭어에 생강가루와 후추가루로 밑간을 한 다음에 튀겨보려구요. 그럼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소스도 마요네즈에 당유자차의 쌉쌀한 맛이 더해져서..아주 개운했구요.

이건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에요. 이름하여..누룽지...하도 맛있어 보여, 한방 찍었는데...실물보다 못하다는...
이제부터..제가 어제밤..역곡역 가는 길을 물었던, 그리고 오늘 오후 기진맥진한 사연입니다...
친정어머니의 오랜 퇴행성 관절염이 늘 제 마음을 아프게 했었습니다.
방바닥에 앉았다가 일어서시려면, 뭔가 붙잡아야할 것이 있어야 하고, 방바닥에 앉으실 때는 펴지지 않는 다리 때문에 항상 오금에 뭘 고이셔야했습니다.
걸으실 때도 늘 절름절름 하시고, 간혹은 아프셔서 괴로워 하시고...
인공관절 치환술 밖에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걸 알면서도, 주변사람들의 수술예후가 썩 좋지 않은 듯해서 수술하시자고 서두르지 못했습니다. 수술을 받을 당사자인 어머니도 결단을 내리시지 못하고...
아니, 솔직히....말하자면...수술예후나 어머니의 결단은 핑계고 돈 때문에 어머니의 다리를 보고도 못본척 했는 지 모릅니다.
제가 회사 다닐 때, 경제력이 충분히 있을 때는 수술이 좀 못미더워 서두르지 않았고...
의술도 좋아졌고, 어머니도 더이상은 버티실 수 없을 정도가 된 근래 들어서는 제 경제력이 부족하고...
그렇잖아요? 제가 수술비 전액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엄마 수술시켜드리자'고 오빠나 남동생에게 말을 꺼낼 꺼 아니에요.
물론 우리 오빠, 남동생...제가 수술비 전액을 댄다고 해도...그렇게 하게 놔둘 사람들도 아닙니다.오히려 더 많이 부담하면 했지...
그래도 능력도 없으면서 말 꺼내서 입으로만 생색내는 그런 여동생, 그런 누나, 그런 올케는 되기 싫었거든요.
오빠나 남동생은 어머니가 매우 불편하신 걸 알지만 인공관절을 넣는다는 걸...좀 꺼림칙해하는 것 같았구요.
제주도 가기전에 친정에 들렸더니...어머니...수술을 서두르시더라구요.
수술받은 친구들 여럿을 만나서 수술부위도 확인하고, 관절이 꺾이는 상태도 확인하시고는..시술받고싶은 병원을 물색해두셨구요.
그리곤 같이 병원에 가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역곡역 부근에 있는...
"나 혼자 가도 되는데...혼자가면 처량할 것 같아...자식도 없는 것 같고..."
"같이 가요...왜 엄마 혼자 가.."
인간 네비게이터 J님이 알려주신 대로 단번에 역곡역을 찾아서 어렵지않게 병원엘 찾아 들어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신 노인환자 분들로 대기실은 발 딛을 데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2시간 기다려서, 진찰 받고 수술 날짜 받고, 수술에 필요한 검사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이렇게 심하게 상한 관절, 별로 보지 못했다"고 하시네요. 정말 전 부끄러운 딸입니다.
"까딱하다가는 아버지 생신에 엄만 입원해있겠네!"
"느이 아버지 생일에 느이 할머니 제사에..집안 행사가 많지만, 그거저거 다 피하자고 하니까 안되겠더라"
"맞아요...그냥 저질러야 해..."
수술을 받을까 말까...갈등할 때는 매우 속이 복잡했는데, 결정하고 나니 맘이 아주 편하시답니다, 우리 엄마.
어머니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와서 오빠랑 올케랑 동생에게 보고했습니다.
상태가 아주 심해서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그래도 골밀도는 좋더라고, 수술 날짜 잡았다고...
상태가 심하다는 말에 모두 말을 잇지 못하네요.
그래도 이제라도 우리 엄마 수술 받으실거니까...
다리가 곧게 펴져서 바지를 입어도 맵시가 나고, 두다리 쭉 펴고 앉으실 수 있고, 방바닥에 앉았다가도 잘 일어나실 수 있을 테고...
튼튼한 두다리로..우리 엄마 남은 여생, 더 재밌게 사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