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바쁘지?"
"왜요?"
"배추 10포기 사다 절였는데..."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바쁠 지도 모르는데, 아직 몰르겠는데요.."
"(미안한 목소리로)바쁘면 할 수 없고..., 낼 아침에 전화해줄래?"
솔직히 그 김치, 저희 집이 제일 급해서 하는 김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나 몰라라 하겠어요.
월요일 아침이라, 게다가 어제 '병든 닭놀이'를 하고 난 끝이라, 집안일이 얼마나 많은지...
속옷이랑 수건 삶아 빨고, 티셔츠를 따로 한번 돌리고, 쓰레기 갖다 버리고, 토요일날 하다 말고 밀어뒀던 귤잼 마무리 하랴, 청소기 돌리랴, 짬짬이 전화하랴...
1시 넘어서 갈현동에 가보니, 친정어머니 "딴 건 다 하겠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배추씻기 겁나서 너 불렀어"하시네요. 관절이 좋지 않으시거든요.
에궁, 참 자식이 뭐길래...., 지나가는 말로 배추김치가 다 떨어져 가는데 했더니, 그 말이 땅에 떨어져 흙도 묻기 전에 배추 들여서 절여놓으셨네요. 그런데도 이 나쁜 딸은 귀찮은 생각 먼저하고...
엄마가 차려주는 점심 먹고 배추 씻어서 건지고 속 넣어가지고 집에 들어오니 6시가 훌쩍 넘었어요.
또, 뭘 해먹지?!
고민하다가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쇠고기 등심 딱 한조각 꺼내서 고기망치로 두드려서 연하게 한 다음 손가락 굵기로 썰었어요.
그리고 껍질콩 꺼내서, 아, 최근에 캔에 들은 제품 사둔 게 있었거든요, 캔 뚜껑을 땄죠.
일단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고기를 익히다가 포도주 한술 떨어뜨려 익힌 후 껍질콩을 넣고 블랙페퍼소스를 넣고 볶았어요.

전부 먹던 반찬에 덜렁 새반찬 이거 하나놨는데...
kimys, "맛있다, 이거 맛있는데..."하네요.
제 입에도 후추의 향이 살아있는 것이 괜찮은 것 같네요.
"오늘 먹던 반찬들 또 남기면 다 버릴래"하고 협박 비슷하게 했더니 우리 시어머니랑 kimys, 먹던 반찬 들 싹싹 비워주셔서...물론 저도 2가지나 비워냈죠.
아주 개운해요, 쬐끔씩 남아있던 먹던 반찬 6가지 해치우고, 오늘 해서 올린 등심볶음도 바닥을 드러내고...
협박이 먹혀서 기분 좋은 밤, 지금 압력솥으로 하고 있는 약식 보러 부엌으로 갑니다!!
약식이옵니다!!
